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

<곧 이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불 끄지 마>- 아이에게 추천

오늘은 책방지기의 경험을 십분 발휘하여 그림책 추천을 해본다.

특히 우리 아이들, 밤이 무서운 아이들에게 잘 먹히는 (?) 그림책 2권이다


나 오늘,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40대를 지나기 시작한 사람들은 거의 다 아는 80년대 히트송 ‘오늘 밤’이라는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 노래를 알 리 없는 10살 딸아이가 매일 밤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섭다’ 한다

잠자리 독립을 아직도 못한 채 실랑이중이다. 함께 여러 권의 책을 읽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이는 그때만 반짝 용기를 내본다. 이튿날 다시 원점이다.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라고 생각하지만 어두움을 무서워하는 것은 아이한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나도 어둠을 무서워하는 어른이며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어른이 내 주변에 아주 많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이 책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아마도 딸내미한테 20번도 넘게 읽어주었기 때문이겠지.



어느 날 사자가 방에서 나간 뒤, 호기심 많은 소년이 사자의 방에 들어온다.

문밖에서 소리가 들리자 소년은 사자가 돌아온 줄 알고 얼른 침대 아래에 숨었다. 하지만 방에 들어온 건 또 다른 소년이었고 두 번째 소년도 문밖에서 소리가 들리자 깜짝 놀라 천장의 전등으로 재빨리 도망갔다. 정작 방에 들어온 건 소녀였다.

개와 새들이 차례로 사자의 방에 들어설 때마다 모두 사자가 돌아온 줄 알고 두려움에 벌벌 떤다.

그리고 사자가 정말로 방에 들어왔는데 이 사자마저 두려움에 떨며 숨어버린다. 사자가 무서웠던 건 자신의 방이 어딘지 달라진 것 같은 생각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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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이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는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너무나 재밌어한다.

당사자가 아니니깐 전지적 관점에서 책 속의 등장인물들을 대면하니 숨바꼭질하는 듯 놀이하는 것 같다고 깔깔깔 웃는다. 판화기법의 일러스트 색감이 맘에 들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인데 아이들에게 소개해주면 언제나 성공하는 그림책이기도 하다.

사자가 들어왔을까 봐 무서워서 모두들 숨었지만 그림에서 보면 정작 사자가 가장 두려워하고 있고 그 위에 쥐는 너무도 편안히 잠을 자고 있으니 얼마나 아이러니 한가. 동물의 왕 사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자기 방이 무언가 달라져있다는 ‘그 느낌’이다.



한편 사자는 자기 방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어.

거울의 위치가 조금 달라졌고
천장의 등은 약간 흔들리는 것 같았지.
발아래 양탄자는 살짝 떨리고 있었고,
사자는 덜컥 겁이 났어.
그래서 커다란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었지. 벌벌 떨면서 말이야.



두려움의 실체는 알고 보면 ‘허상’이다

나의 생각이 만들어낸 ‘허상’을 깨려면 그 두려움의 실체를 들여다보는 방법뿐이 없다. 나의 상상으로 그 실체가 얼마나 비틀어져있고 커져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일어나지 않거나 일어날 확률이 매우 낮은 일들인데 전전긍긍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알게 될 것이다.

사자방에서 사자가 왔을까 봐 모두들 숨어있는 와중에 아이들은 또 장난을 친다. 그림에서 보여주는 장난치는 아이들을 보니 또 피식 웃음이 난다. 사자가 들어왔을지 모를 잠시를 못 참고 장난치는 아이들인데 그 본성들을 제어하려는 엄마는 애초부터 아이와의 이기지도 못할 대결을 하고 있는 것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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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표현하는 또 다른 단어로는 불안과 공포가 있다.

불안은 대상이 없는데 느껴지는 감정이며 공포는 대상을 확인하고 느끼는 감정이다.

아이에게 불안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밤마다 늦게 자려는 아이와 실랑이를 할 때 등장하는 망태할아버지나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하지 않도록 일러줄 때 등장하는 각종 강력범죄자들까지. 굳이 아이에게 실체가 없는 상황에 대하여 불안을 주지시켜주는 어른이지 않은가 생각해봐야 한다.


너무 강한 자극과 공포의 상황을 지금 여기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미리 이해시켜줄 필요는 없다. 어른은, 세상은 충분히 아름답고 안전하고 가치 있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해주어야 아이가 긍정적인 세계관을 가지게 될 것이다.


보통 <블랙독>이나 <윌리의 구름 한 조각> 같은 책을 가지고 내 안의 두려움에 대하여 깊이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곧 이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를 아이들과 나누는 이유는 위트와 유머를 겸비한 그림책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두려움, 불안, 공포의 감정단어보다는 그냥 ‘어둠이 왜 무섭니?’ ‘잘 때 혼자자?’ ‘밤이 되면 뭐가 무서운 거야?’라고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훨씬 이해가 빠르고 편안했다. 아직 아이들에게 어려운 감정단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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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끄지 마!

엄마를 쫓아다니며 불을 켜는 아이가 여기 또 있다. 어두움,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대하여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조용하고 편안하게 설명해주는 그림책 <불 끄지 마> 이야기다. 책방 언니는 이상하리만치 이 책이 마음이 쓰였다.

나는 왜 이 책에 마음을 빼앗겼을까? 무엇이 그리도 매력적이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이와 함께 나 역시 두려움의 실체를 찾으려 했었나 보다. 내 안의 두려움까지는 아니지만 나는 여전히 깜깜한 어두움이 무서운 어른이다.

<불 끄지 마>는 ‘어두운 곳에서 찾아온다’라는 일본의 인기 연극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연출가이자 극작가인 마에카와 도모히로가 글을 썼다.

아이는 저녁이 되자마자 모든 집안의 불을 켜고 다닌다. 엄마가 잔소리를 하시지만 어두운 방구석에서 누가 나타날까 봐 무섭다. 엄마는 밤이니까 당연히 어두운 거라며 불을 끄고 자라고 하셨지만 자려고 누우면 자꾸 심장이 쿵쾅거리고 무서운 생각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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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거기 누구 있어?"라고 말하자 어둠이 대답을 했다. “있지”

캄캄하다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게 아니고 어두워야만 보이는 것도 많다며 어둠과 함께 아이는 밤하늘을 여행한다.

사실 평범한 이야기기도 한데 고운 수채화의 느낌도 좋았고 주인공의 심경변화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일기체 글에 감정이입이 된 것 같다. 어두움이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어두움은 사실 별거 아니야. 어두움은 긍정의 반대, 빛과 밝음의 반대가 아니라 우리에게 ‘동시에 존재하는 삶’ 같은 거야. 그리고 사실 어두울 때 빛나는 것들이 이 세상에 아주 많은걸.


조곤조곤 나에게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


어두움은 내가 잠시 쉬는 것, 밝음을 더욱 밝게 해 주기 위해 존재하는 내 삶의 일부라고 <불 끄지 마>는 이야기해준다.



어두움은 시원한 밤공기야.
어두움은 별처럼 빛나는 야경이야.
어두움은 팡팡 터지는 불꽃놀이야.
어두움은 고요한 밤바다야.
어때, 이래도 어두움이 ‘무서움’이니?



책을 덮고 난 다음의 느낌은 편안함 그 자체였다. 나도 아이처럼 어두움의 실체를 확인하고 안심했나 보다.


보이지 않는 것, 불확실한 것에 대하여 약간에 강박이 있는 나는 <불 끄지 마>를 읽고 ‘편안함’이라는 감정이 느껴지면서 이 책에 애정이 높아진 것 같다. 나의 무의식의 감정을 하나씩 건드려주는 그림책을 만나면 이렇게 아이보다 더 좋아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오늘도 그림책에 대한 온도는 1도씩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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