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내 사고와 행동의 방향이 "어르신"으로 향하고 있다. 어르신들께 그림책을 소개하고 나누는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에게 찾아왔다. ***노인복지관에서 우리(책방지기)를 강사로 섭외해주어 많은 준비를 하고 간 날 어르신을 만날 에너지를 상실했었다. 전날 밤 아빠를 이해할 수 없는 나는 모질게 아빠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서울까지 와서 아빠는 딸들에게 외면을 받으신 것이다.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다. 너무 혼란스러웠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나에게 남편이 챙겨주길 바랬지만 남편 역시 차가운 사람이다.
어른을 위해 그림책을 준비하고 강의를 잘해보겠다고 잔뜩 준비물을 챙겨 무거운 두 가방을 들고나가기 편한 곳에 두었는데 복잡한 심경으로 가방을 아이방에 팽개쳐두었다. 서재방의 잠자리를 펴놓고 아빠를 기다렸는데 사위의 싸늘한 목소리에 아빠는 발길을 움직이지 못하신 듯했다. 누가 나에게 답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노인복지관에 가서 70대의 어르신께 인사를 드리고 그림책을 소개한다. 간밤에 있었던 각종 이야기들과 감정들이 머리 한쪽에 웅크리고 있었다. 머릿속이 엉켜가고 내 말도 엉켜갔다. 80대의 노부부는 너무 부러운 모습으로 나에게 집중하고 계시다. 두 손을 잡고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숙성해가시는 어른의 모습이었다. 초라하고 실망스러운 아빠의 모습과 오버랩되었다.
나는 친절하게 진심을 다해 "인생은 지금"이니 망설이지 마시라고 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하시라고. 그림책의 시간은 지지하는 시간이다. 잘 살아오셨다고 이야기해드리고 어르신의 인생을 지지한다고. 그러면 나는 우리 엄마 아빠가 통과한 시간을 지지하고 있는 걸까.
돌아오는 내내 찝찝함이 가득하여 나는 아이들을 방치해 둔 채 눈을 감았다. 실로 오랜만의 낮잠이다.
낮잠 뒤에 숨고 싶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