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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왕봉안 Mar 22. 2021

9. 뤼팽은 홈즈의 대항마인가?

대항마는 프랑스 신생 잡지의 홍보 기획물

(셜록 홈즈는 시대를 뛰어넘는 아이콘입니다. 불후의 탐정과 파트너 왓슨 박사, 그를 만든 작가 아서 코난 도일. 이들이 보여주는 당시의 영국과 세계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아이콘이 각 국에서 채택되어 130여 년이 지난 후에도 끊임없이 변용됩니다. 이 여행에 동참해 주시겠습니까?)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최고의 마법사들이 대결한다면     


  21세기 초, 영화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가 영화로도 제작되어 절찬리에 상영중이었다. 초등학생들과 우연한 기회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정의의 마법사 간달프와 해리 포터 호그워츠 마법학교의 교장 덤블도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했다. 간달프와 덤블도어 편으로 나뉘어 서로 자기편이 이긴다고 언쟁을 벌였다. 최고의 마법사들이 자웅을 겨룬다. 생각만해도 자못 흥미로워진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여라’지만 건곤일척의 승부에 관심을 갖지않는 사람은 없으리라. 


  이와 유사하게 셜록 홈즈하면 바로 아르센 뤼팽이 떠오른다. 시골 산간벽지에서 197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녔던 내게도 희미한 잔상이 떠오른다. 빛바랜 누런 종이에서 읽었던 홈즈와 뤼팽 시리즈. 당시에는 종이가 귀해 책 제작에 사용된 종이 품질이 그리 좋지 않았다.      


프랑스 신생잡지 편집장뤼팽을 셜록 홈즈 대항마로 홍보하다      


  뤼팽의 저자 모리스 르블랑(Maurice Marie Émile Leblanc, 1864년 12월 11일 ~ 1941년 11월 6일)은 1905년 신생 잡지 <주세투, Je sais tout, ‘난 다 알아’라는 의미>에 뤼팽을 발표했다. 이 잡지의 편집장 피에르 라피트(Pierre Lafitte)는 뤼팽을 연재하면서 작가 르블랑을 '프랑스의 코난도일(Conan Doyle francais)'이라 부르며 홍보에 열중했다. 보통 선전 문구는 간단명료하게 핵심 메시지를 담을수록 더 효과적이다. 피에르 편집장은 셜록 홈즈 시리즈가 연재되는 영국의 스트랜드 매거진을 신생잡지의 모델로 삼았다. 

  르블랑은 이런 홍보기획을 내켜하지 않았지만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국내에 최초로 뤼팽 전집을 완역해 소개한 성귀수 시인은 ”르블랑은 그런 편집자의 강요를 마지못해 따르는 입장이었다“고 결론짓는다. 즉 괴도 뤼팽 이야기가 셜록 홈즈와의 경쟁을 염두에 두고 처음부터 기획된 것은 아니라는 것. 


   물론 르블랑은 명탐정 셜록 홈즈의 성공을 참조했다. 다만 본인이 좀 더 숙고해서 주인공을 의적과 유사한 뤼팽으로 바꾸고 시리즈중의 하나로 홈즈와 뤼팽의 대결을 넣었다.     

 


Sherlokc Holmes에서 Herlock Sholmès, Holmlock Shears까지      


   원래 명탐정과 괴도의 대결은 '아르센 뤼팽 대 셜록 홈즈(Arsène Lupin contre Sherlock Holmes)'라는 제목을 달고 연재되었다. 그러나 아서코난도일(ACD)이 항의하자 편집자는 이름을 '헐록 쇼메즈(Herlock Sholmès)' 로 변경했다. 영국에서 출간되었을 때에는 '홈록 시어즈(Holmlock Shears)'로 또 다시 바뀌었다. 


   물론 소설을 읽어 보면 단번에 셜록임을 안다. 영불 해협을 건너 파리까지 오고 파트너 의사와 함께 온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또 대결 곳곳에 영국과 프랑스의 라이벌 의식이 짙게 묻어난다. 


”나 정도면 홈스가 상대해야 기분이 나쁘지 않네. 

내가 그보다 유리한 점이라면 그는 공세를 취하지만 나는 방어를 한다는 것뿐일세. 즉 내 역할이 조금 더 쉽다는 것이지. 게다가...

나는 그를 잘 알고 있다. 미리 함정을 파 놓았다.“(성귀수 번역본 p. 468).  

    19세기 초 영국의 넬슨 제독이 프랑스와 스페인의 연합 함대를 궤멸시킨 역사적 사건도 등장한다.   

”트라팔가르의 빚을 멋지게 갚아 주겠어“ 


홈즈가 자신을 잡으러 영불해협을 건너 온다는 소식을 기뻐하는 뤼팽은 자신의 대화상대인 작가를 식당에서 만나 프랑스의 자존심을 세워주겠다고 이처럼 벼른다(성귀수 번역본 p. 469).


  홈즈의 ‘경전’에 나오는 해군조약문과 두 번째 얼룩(핏자국)을 보면 19세기 말 런던에서 벌어진 치열한 첩보전과 외교전의 내막을 조금 엿볼 수 있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는 아프리카에서 치열한 식민지 쟁탈전을 벌였다. 홈즈가 추리소설이라지만 소설은 당시의 현실을 반영하고 현실에도 영향을 미친다.        


         홈즈와 뤼팽의 공통점과 차이점 


  두 사람 모두에게 덕후가 있다. 셜록키언과 홈지언(Holmesian)이 있다면 뤼팽의 오타쿠는 ‘뤼피니앵’(Lupinien 남성, Lupinienne 여성)이다. 각 자 그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들이다. 영어와 프랑스어 덕분에 전 세계로 전파되어 두루 알려졌다.  


  그들의 행적을 적고 기록해 이야기로 쓰는 사람이 있다. 셜록에게는 왓슨 박사가, 뤼팽에게는 작가가 있다.


  그들은 대척점에 서있다. 셜록은 탐정으로 뤼팽을 잡아야 하고, 뤼팽은 잡히면 안된다. 두 작품 모두에서 경찰은 무능하게 묘사된다. 홈즈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런던 경찰청의 레스트레이드 경관이나 뤼팽에서 나오는 괴도를 쫓는 파리의 노형사 쥐스탱 가니마르 형사나 그의 상관 치안국장 뒤두이도 무능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사진 2007년 나온 홈즈 대 뤼팽 게임  

https://bakerstreet.fandom.com/wiki/Sherlock_Holmes_versus_Ars%C3%A8ne_Lupin?file=Sherlock_Holmes_vs_Lupin.jpg      


©안병억. 이 글의 저작권은 저자 안병억에게 있습니다. 무단 복제나 전재를 금지합니다.      


뤼팽, 홈즈의 대항마로 흔히들 여기지만 이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점을 성귀수 시인이 명확하게 알려주었다. 성귀수 시인은 아르센 뤼팽 전집을 국내에서 완역해 출간했다(아르테 출판사).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뤼피니앵보다 뤼팽의 팬(fan de Lupin)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쓴다는 게 프랑스에서 유학한 학자의 전언이다.       


스트랜드 매거진에 관해서는 이 브런치 두 번째를 참조.

(2. 코난 도일이 뽑은 최고의 자기 작품 얼룩무늬 밴드(The Speckled Band)     


넷플릭스에서 2021년 1월 뤼팽 시리즈를 방송했다. 주인공 아산 디오프(Assane Diop)가 뤼팽의 열혈팬으로 괴도의 플롯을 적극 활용한다.       


프랑스와 영국의 라이벌 관계는 필자의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에서 상세하게 볼 수 있다.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 

http://www.yes24.com/Product/Goods/90908294?OzSran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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