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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왕봉안 Feb 14. 2021

6. 표절 의혹을 받는 셜록 홈즈

16년 먼저 등장한 막시밀리앙 헬러

 

(셜록 홈즈는 시대를 뛰어넘는 아이콘입니다. 불후의 탐정과 파트너 왓슨 박사, 그를 만든 작가 아서 코난 도일. 이들이 보여주는 당시의 영국과 세계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아이콘이 각 국에서 채택되어 130여 년이 지난 후에도 끊임없이 변용됩니다. 이 여행에 동참해 주시겠습니까?)    


 


잃어버린 고리앙리 코뱅의 막시밀리앙 헬러(Maxmilien Heller)      


아서 코난 도일(ACD)은 미국의 에드거 앨런 포가 만든 탐정 뒤팽이 셜록 홈즈의 모델이라고 밝혔다. 브런치 4에서 설명했듯이 그는 ‘춤추는 사람들’을 포의 황금 벌레에 바치는 소설이라고 명시했다.


그런데 주홍색 연구(1887년)보다 16년 먼저 매우 유사한 탐정 소설이 프랑스에서 발표되었고 ACD는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프랑스의 작가 앙리 코뱅(Henry Cauvain 1847~1899)은 1871년에 ‘막시밀리앙 헬러’(Maxmilien Heller)라는 탐정 소설을 출간했다. 주인공은 작고한 부모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부유한 변호사이자 철학자 헬러이다. 소설에서 화자는 우울증에 빠진 헬러를 치료하러 간 의사. 셜록키언들은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헬러와 홈즈의 유사점은 차고 넘친다.


마약 중독자인 헬러와 코카인 중독자 홈즈, 두 사람 모두 사건 해결에서 사실을 최우선으로 치며 추론 방식도 거의 동일하다. 가능성이 낮은 것부터 차례로 제거하고 현장으로 가서 증거를 바탕으로 추론을 확인하거나 수정한다. 대부분의 사건 해결 공을 경찰에도 돌린다.


‘자뻑’도 마찬가지이다. 아래 두 작품의 인용문을 비교해보자.      


“나로 말하자면 두뇌가 모든 것을 지배하고, 두뇌가 곧 전부인 사람이니까, 끝없는 비등점 그 자체란 말이외다! 나를 집어삼키는 불이 한시도 나를 쉴 수 없게 만들고 있어요.” (성귀수 번역, 막시밀리앙 헬러: 11)   

  

“나는 두뇌 자체라네, 왓슨. 나머지는 단순한 부속물이지. 따라서 두뇌를 생각할 수 밖에 없지.” (마자랭의 보석, I am a brain, Watson. The rest of me is a mere appendix. Therefore, it is the brain I must consider).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외모도 유사하다. 헬러는 셜록처럼 훤칠한 키에 마른 체구이다. 자주 변장도 한다.       




(사진 1 앙리 코벵이 16년 먼저 발표한 막시밀리앙 헬러, ©안병억)     



유럽 대륙에서는 표절 의문 제기, 영어권은 대부분 침묵      


몇몇 셜록키언들이 표절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프랑스의 이브 바렁드(Yves Varende)는 ACD가 1876년 파리를 방문했음에 주목한다. 코난 도일은 대부 마이클 코난이 거주중인 파리를 그 해 방문했다. ACD는 방문 전에 이미 에드거 앨런 포를 탐독했다. 따라서 프랑스어에 능통했던 ACD가 파리 체류중에 그 곳에서 인기 있던 탐정 소설을 찾아 읽었을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 대륙에서는 막시밀리앙 헬러를 연구해 오래전부터 표절 가능성을 제기했다. 합리적 의심이다.


반면에 영어권에서는 이 문제 자체가 거의 제기되지않거나 아주 뒤늦게 제시됐다. 영국에서는 2001년에 되어서야 ‘막시밀리앙 헬러’가 번역됐다.


추리 소설의 대가로 여겨지는 ACD를 표절한 소설가로 폄하하는 것을 셜록키언들은 참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학자들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안병억. 이 글의 저작권은 저자 안병억에게 있습니다. 무단 복제나 전재를 금지합니다.    

  

막시밀리앙 헬러의 세계로 필자를 안내해준 성귀수 시인에게 감사드린다. 성귀수 시인은 아르센 뤼팽 전집을 국내에서 완역해 출간했다(아르테 출판사).


앙리 코벵 장편소설, 성귀수 옮김, 『막시밀리앙 헬러』 (서울:한스미디어, 2016).

      

셜록 홈즈 브런치 4는 셜록의 대선배로 에드거 앨런 포의 뒤팽을 소개했다(4. 태초에 포가 있었나니- 셜록의 대선배는 에드거 앨런 포의 뒤펭(Dupin).


앵글로 색슨의 잉글랜드 침략과 옥스브리지와 영국의 대학교육, 19세기, 20세기 영국 역사는 저자의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에서 상세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

http://www.yes24.com/Product/Goods/90908294?OzSrank=1      

필자가 제작 운영하는 주간 팟캐스트 안쌤의유로톡 http://www.podbbang.com/ch/12999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anpye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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