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도서관 예찬입니다
이 글은 몇 년 전 타 플랫폼에 먼저 게시했던 글을 약간 다듬은 것입니다. 지금은 저희 딸은 아기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컸네요.
울산 시민으로서 2018년 시립도서관의 개관은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기대한 만큼 나는 도서관에서 많은 도움과 커다란 위안을 얻을 수 있었고, 고마운 마음으로 나와 아기가 그곳에서 보냈던 즐거운 시간들을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도서관의 뒤편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있다. 아기가 걷고 뛸 수 있게 되면서부터 그 놀이터에 자주 갔다. 미끄럼틀, 흔들놀이기구, 소리놀이기구 등 여러 구조물이 있었고 아이는 자기 수준에 맞든 안 맞든 열심히 탐색하면서 즐겁게 뛰어놀았다. 언덕을 수없이 오르락 내리락하기도 하고, 내 손을 잡고 외나무다리도 건너보고 의자 사이를 펄쩍 뛰어보기도 하면서 신나게 신체활동을 했다.
봄날의 놀이터는 아주 아름다웠다. 빨간 꽃, 흰꽃, 노란꽃, 분홍꽃 등 각양각색의 꽃들이 많이 피어있어서, 이름을 말해주기도 하고 떨어진 꽃잎을 주워주기도 하니까 아기가 너무 좋아했다. 도서관 앞쪽의 광장에도 예쁜 꽃들이 핀 화단과 화분이 많았는데 우리 아기는 꼭 하나하나 다 구경하고 만져보았다. 꽃구경만 해도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놀이터가 있는 뒤뜰은 양지바른 곳이어서 햇볕이 아주 잘 들었다. 어린이집을 마치고 바로 도서관에 들른 어느 날,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서 아기는 뛰어놀았고 나는 바닥에 편하게 주저앉아 따뜻한 햇볕을 쬐었는데 정말 평화롭고 행복했다. 아담한 산이 병풍처럼 주위를 감싸주고 있었고, 어딜가나 꽃과 풀과 나무들이 가득했다. 평소에 자연을 느낄 기회가 잘 없었는데, 도서관에서 풍성한 자연과 함께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놀이터 옆의 광장은 크고 넓어서 아이들이 킥보드를 타기 좋았다. 여러가지 구조물에서 아기와 숨바꼭질을 하며 놀았다. 원형극장처럼 생긴 곳에서 여기 나타났다, 저기 나타났다가 돌담 뒤에도 숨었다가 나타나면 아기는 까르르 까르르 웃으며 즐거워했다. 극장의 좌석처럼 생긴 곳에 올라가 달리기도 해보고, 바닥에 붙어있는 조명 장치를 구경하기도 하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연못처럼 생긴 곳에는 자갈이 한가득 들어있어 동그란 돌, 네모난 돌, 세모난 돌을 찾아보기도 했고 여름엔 그곳에 물이 가득 채워져있어 작은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물을 구경하기도 했다.
코로나 전염 위험으로 인해 도서관 어린이자료실은 줄곧 동화 구연이 금지되어 있었다. 그렇지 않았을 때에는 주말마다 어린이자료실에 아이들과 엄마들이 넘쳐났었다. 코로나 이후 한산해진 자료실에서 아기와 함께 그림책을 고르는 것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비록 그 자리에서 소리내어 읽어줄 수는 없었지만 아기는 아랑곳 않고 마치 글자를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 책 저 책을 보았고, 그동안 나는 아이가 좋아할 만한 책을 고르곤 했다.
가장 최근에 개관한 도서관이니만큼 자료실 시설이 너무 깨끗하고 세련돼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장서의 양도 많고 질도 좋아서 보고 싶던 전집을 굳이 사지 않고 빌려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어린이자료실 한 켠에 마련되어 있는 독서공간에는 테이블 뿐 아니라 푹신한 쇼파도 있어서 초등학생 언니 오빠들이 편하게 앉아 책을 읽고는 했다. 우리 아이도 테이블에 앉혀주자 꽤 긴 시간 동안 혼자 집중해서 책을 보았다.
기껏 도서관에 왔는데 아기 책만 빌리기가 너무 아쉬워서 아이를 데리고 종합자료실에 간 적도 많았다. 조용히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 가면 그래도 큰소리 내지 않고 내 말을 잘 따라주었다. 비록 언제 인내심이 다할지 몰라 번개같이 책을 고르고 빌리고 나와야했지만, 종합자료실에 잠깐 들르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가끔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혼자 도서관에 갈 때면 서가에 꽂혀있는 그 수없이 많은 책들을 보며 형언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끼고는 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뒤 어느 날, 나는 <토지>를 빌리러 혼자 도서관에 갔다. 반납해야 할 권의 마지막 부분을 다 못 읽어서 도서관 뒤뜰에 있는 탁자에 앉아 마저 읽기로 했다. 봄날의 햇볕은 따스했고 바람은 살랑거렸다. 놀이터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지만 화사한 햇빛 덕분인지 전혀 쓸쓸하지 않았고 평화롭기만 했다. 문득 아이가 즐겁게 놀던 모습이 떠오르면서 무척 기분이 좋아졌다. 육아에 지쳐있던 내가 받을 수 있는 가장 최고의 휴식이자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자주 갈 것이고 자연히 아이는 도서관을 아주 친숙한 곳으로 느끼면서 자랄 것이다. 그리고 엄마처럼 책을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어서 아이가 커서 언젠가 같은 테이블에 함께 마주보고 앉아, 각자의 소중한 책을 읽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