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관해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추리/미스터리 소설로 홍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서스펜스’라는 단어들이 소설을 수식하는데 동원되어,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런데 직접 작품을 읽어보면 실상 그런 류의 묘사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 의아함을 불러일으킨다. 책이 별로라는 뜻이 아니다. 서스펜스를 느낄 요소도 물론 있지만, 그게 주무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그보다 작품 전체에서 엿보이는 인간성에 대한 탐구가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재미만을 기대하고 읽으면 그 가치를 온전히 다 느낄 수 없다. 휴양지에 모여든 인물 군상의 인생 여정을 주의 깊게 따라가고, 저마다 다른 그들의 개성과 가치관을 인식할 때 비로소 작품의 진정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2차대전 직후 사회적·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영국의 시대적 상황에서 휴양지의 사람들이 각자 어떻게 다른 선택을 했는지에 중점을 두고 보는 것이 좋다.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등장인물들은 생생하고 입체적이며 현실적이고, 자극적인 사건 없이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시니컬한 블랙 유머가 돋보이며 어떤 면에서는 아주 온정적인 시각을 취하는 부분도 있어서, 마음속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질 걱정 없이 읽을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장소가 휴양지의 호텔과 그 부근의 마을, 근처 절벽과 바닷가라는 것도 독특한 점이다. 이 정도 길이의 소설에서 배경을 그렇게 한정시키고도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대단하다.
이 작품을 읽게 되었다면, 그 속에 등장하는 한없이 이기적인 사람, 반대로 이타적이며 현명하기 그지없는 사람, 강인한 사람과 나약한 사람, 도덕적인 사람과 최소한의 양심도 상실한 사람들 속에서 나라면 어떻게 처신했을지 상상해보자. 아마 이 소설을 가장 충실하게 읽어내는 한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