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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사담 Jul 15. 2023

나아가야 할 때와 물러나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

[사기열전 범저 편] 사기열전을 통해 배우는 삶의 지혜

범저(미상~기원255년)는 사기열전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드라마와 같은 삶을 보낸 인물 중의 한 명입니다. 그의 삶은 우리에게 재미와 함께 유익함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범저 [출처 : Baidubaike]

 

 

억울한 누명의 과거

 

범저는  위(魏) 나라 사람으로, 변론에 매우 능했는데, 집에 돈이 없어 위나라의 대부 수고라는 사람의 밑에서 일을 했습니다. 수고가 위나라 사자로 제나라로 갈 때 그도  따라갔습니다. 제나라 왕은 범저의 뛰어남을 듣고, 금과 쇠고기와 술을 보냈지만, 범저는 이를 함부로 받지 않고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수고는 이 사실을 듣고, 범저가 위나라의 비밀을 제나라에 알렸다고 생각하고, 위나라로 돌아온 후, 위나라 재상에게 이를 보고 하였습니다.

 

위나라 재상 위제는 매우 화를 내며, 자신의 사람을 보내 범저를 갈비뼈와 이가 부러질 만큼 매질을 한 후 거의 죽게 된 범저를 대자리로 둘둘 말아 변소에 내버려 두고는 손님들이 술에 취할 때, 그에게 소변을 보도록 하였습니다. 죽기 직전에 처한 범저는 자신을 지키고 있는 자에게 여기서 나가게 해 주면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설득하자, 그는 위제에게 시체를 버리겠다고 말을 했습니다. 위제가 취해서 그렇게 하라고 하자, 마침내 범저는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린 위제가 다시 범저를 찾았으나, 이미 정안평의 도움으로 몰래 달아났고, 이후에도 이름을 장록으로 바꾸고 숨어 살았습니다.

 

 [춘추전국시대 지도/출처 Doopedia]



강력한 진나라의 재상

 

진나라의 사신인 왕계가 위나라에 당도 후, 진나라로 데려갈 만한 인물을 찾자 정안평이 범저를 추천하였고, 왕계가 범저를 만나서, 그의 뛰어남을 알아본 후 몰래 진나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진나라는 태후와 다른 아들들이 재상과 주요 군사직을 수행하면서 그들의 개인 재산이 왕실을 능가했던 시기였습니다. 진나라에 돌아온 왕계는 범저를 진나라 왕에게 추천했지만, 왕은 1년이 지나도록 범저를 만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범저가 진나라 왕에게 글을 올렸습니다. 그의 글에는 대신의 집을 번창시킬 인재는 나라 안에서 찾고, 나라를 번창시킬 인재는 천하에서 찾는다는 내용으로, 왕은 자신을 만날 필요가 반드시 있음을 피력하고, 자신이 도움이 안 된다면 죽음의 형벌도 받아들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내용이었습니다.

 

마침내 진나라 왕이 범저를 만나서, 나라의 운영에 대하여 방안을 청하자, 범저가 진나라는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전략으로 먼 나라와 화친하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하여 실리를 취하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하였습니다. 왕은 그의 능력을 인정하고, 범저를 객경에 임명하고 군사에 관한 일을 상의하게 되었습니다.

 

몇 해에 걸쳐 진나라 왕과 신뢰가 굳어지자, 범저는 기회를 보아 왕에게 태후와 그 아들들의 폐해에 대해 얘기를 하였습니다. 나라 안에서의 그들의 위치와 세력 그리고 그들의 잘못된 행동과 그것이 나라에 미칠 영향을 설득하자, 왕은 결국 그들을 내쫓고, 범저를 재상으로 삼았습니다.

 

 

위제에 대한 복수

 

범저는 진나라의 재상이 되었지만, 장록이라는 이름을 여전히 사용했기에 위나라에서는 이 사실을 알고 있지 못했습니다. 위나라는 진나라가 위나라를 공격하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수고를 진나라에 사신으로 보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범저는 신분을 숨기고 낡은 옷을 입고, 수고의 숙소를 찾아갔습니다. 수고는 범저를 보자 놀랐습니다. 범저는 진나라에서 날품을 팔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고 하자, 수고는 불쌍히 여겨 음식을 나누고, 두꺼운 명주 솜옷 한 벌을 주었습니다. 그러고는 진나라의 재상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범저는 자신의 주인이 그를 잘 알고 있다고 하며, 자신이 만남을 주선할 수 있고, 수고가 필요한 수레 또한 빌려올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범저는 돌아가서 수레를 가져와 수고를 태운 후 재상의 관저로 향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범저를 보고, 몸을 피하며 숨자, 수고는 이를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관저에 다다르자 범저는 재상에게 알리겠다고 하면서 수고를 기다리게 한 후 관저로 들어갔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범저가 나오지 않자, 수고는 문지기에게 범저의 행방을 묻자, 문지기는 그 사람이 바로 재상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수고는 매우 놀라고 두려운 마음으로 웃옷을 벗어 몸을 드러내고 죄를 빌었습니다. 이때, 범저가 많은 시종을 거느리고 수고를 만났습니다. 수고가 죽을죄를 지었음을 말하고 빌자, 범저는 지난날에 수고가 무죄한 자신을 모함한 죄, 위제가 범저를 욕보이기 위해 변소에 두었을 때 말리지 않은 죄, 취객들이 번갈아 가며 소변을 누었을 때 모르는 체 한 죄를 열거하며, 죽음에 합당한 죄이나, 두꺼운 명주 솜옷을 준 것으로 인해 목숨을 살려준다고 하였습니다.

 

범저는 큰 잔치를 열고, 손님들을 불러 모은 후 수고를 가장 말단에 죄수들 사이에 놓아서 말들이 먹는 죽을 먹게 하고는, 수고에게 위나라 왕에게 당장 위제의 목을 가져오지 않으면 위나라로 쳐들어가겠다는 말을 전하게 합니다. 수고는 위나라로 돌아와 위제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위제는 두려워 위나라를 떠나 조나라로 달아나 평원군 집에 숨었습니다.

 

이후에 진나라 왕이 계략으로 평원군을 볼모로 잡은 후, 조나라 왕에게 위제를 요구하자, 조나라 왕은 평원군의 집을 둘러싸 위제를 잡으려 했고, 위제는 급히 다시 위나라로 향하고, 신릉군의 도움을 받아 초나라로 가고자 합니다. 신릉군은 사태가 너무 크게 벌어진 만큼, 위제를 만나기를 꺼려하자, 위제는 자결함으로 스스로 종말을 맞습니다.  

 

 

물러날 때를 안다

 

승승장구하던 범저에게도 약점이 있었습니다. 자신을 구해주었던 정안평을 장군으로 추천하여 조나라를 치게 하였지만, 도리어 포위당한 후 조나라에 병사 2만과 함께 항복을 했고, 자신을 진나라 왕에게 추천했던 왕계를 하동태수가 되도록 하였지만, 외부 세력과 내통하여 사형을 당하였습니다. 진나라 법에는 추천받은 사람이 죄를 지으면, 추천한 사람도 동일한 처벌을 받게 되어 있었습니다. 범저는 이러한 일들로 인해 불안함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 무렵 연나라 사람 채택이 범저를 찾아, 진나라의 상군, 초나라의 오기, 월나라의 문종의 예를 들며, 모두 충신이었으나, 결국에는 비참한 죽음을 당한 것을 예를 들며, 몸과 이름이 모두 온전한 것이 가장 훌륭하며, 이름은 남고 몸이 죽는 것이 그다음이고, 이름은 욕되어도 몸은 온전한 것이 가장 아래라고 얘기합니다. 범저 또한 현재의 자리를 더 이상 유지하려 한다면, 그들과 마찬가지로 큰 화를 당할 수 있음을 설파하자, 범저는 채택의 생각에 동의하고, 진나라 왕에게 채택을 재상으로 추천하고 병을 핑계로 권력의 자리에서 홀연히 물러납니다.

  



사마천은 범저의 고사에서 사람은 능력이 있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때를 만나야 그 뜻을 펼칠 수 있다고 하며, 때를 만나지 못해 뜻이 있어도 이루지 못한 많은 사람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범저는 억울하게 변소에서 죽을 뻔한 극한 어려움에 봉착했지만, 끝까지 의지를 잃지 않고, 자신을 믿었습니다. 결국에는 진나라의 재상의 자리에 올라 큰 뜻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범저는 또한 물러날 때를 잘 알고, 그것을 실행한 사람입니다. 전국시대에 많은 권력자들은 그 높은 지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 끝까지 붙잡고 있다고 모두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범저는 물러날 때 물러남으로써 자신의 목숨을 온전히 부지하고 남은 생애를 평안히 보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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