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병법으로도 유명한 손무(기원전 545년~기원전470년)는 제나라 사람이었습니다. 손무는 오나라 왕 합려와 오자서와 함께 당시 오나라가 전국을 주도할 수 있도록 커다란 역할을 하였습니다. 사마천의 사기에서는 그런 손무와 왕 합려의 만남의 이야기를 아래와 같이 실었습니다.
손무
손무의 소문을 들은 오나라 왕 합려는 그를 초청하여 만나게 되었습니다. 손무의 책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읽은 오나라 왕은 손무를 시험하고도 싶고 놀려주고 싶었는지 자신의 군대를 지휘해 보겠냐고 물어봅니다.
손무는 당연히 좋다고 얘기하자, 오나라 왕은 그 군대가 부녀자로 만들어진 군대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손무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군대는 궁궐 내의 궁녀 180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손무는 이들을 두 개의 부대로 나누어 왕이 가장 총애하는 궁녀 두 명을 부대장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제식 훈련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너무나 쉬운 것이기에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것 있지만, 갑자기 불려 나온 궁녀들에게는 이것은 재미있는 놀이 이상의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무기를 나누어 준후, 손무가 북을 치며 명령을 내렸지만, 궁녀들을 명령을 듣기보단 서로 깔깔거리며 웃기에 바빴습니다. 이에 손무는 군령이 제대로 하달되지 않은 것은 장수의 잘못이다라고 하며, 다시 상세히 알려주겠다고 하며 설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북을 치며 명령을 내렸지만, 여전히 궁녀들은 큰 소리로 웃기만 할 뿐 손무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이에 손무는 군령을 제대로 설명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은 더 이상 장수의 잘못이 아니라 병사의 잘못이라고 하며, 왕이 총애하는 두 명의 부대장을 맡은 궁녀의 목을 베려고 하였습니다. 높은 누대에서 이를 보고 깜짝 놀란 오나라 왕은 급히 사람을 보내서, 제식 훈련을 잘 보았고, 손무의 실력도 잘 았으니 두 명의 후궁을 살려달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손무는 장수가 군에 있을 때에는 왕의 명령도 듣지 않을 수 있다고 하며, 두 명의 궁녀의 목을 베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왕이 두 번째로 총애하는 궁녀들로 부대장을 맡도록 하였습니다. 손무가 북을 치며 명령을 하자, 모두들 잘 훈련된 군대와 같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손무는 전령을 보내 왕에게 군대의 훈련이 마치었으니 내려와서 봐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마음이 크게 상한 오나라 왕은 수고했다는 짧은 말을 남기고 그대로 돌아갔습니다.
이렇게 손무와 오나라 왕의 첫 만남은 서로 간에 그리 만족스럽지는 못했지만, 결국 오나라 왕이 손무를 인정하고 그를 오나라의 장군으로 임명했습니다. 그 뒤에 오나라는 강대해져서 초나라의 수도를 차지하고, 강국인 제나라와 진나라를 위협하고 제후들 사이에서 이름을 크게 떨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위의 이야기는 세 번 명령하고 다섯 번 거듭 일러준다는 뜻을 가진 삼령오신(三令五申)의 사자성어의 고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손무는 궁녀들에게 제식 훈련을 하였지만, 그들이 잘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결과에 대하여 손무는 간단한 것도 못한다고 그들을 비난하지 않고,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고 다시 친절히 알려 줍니다. 성어대로라면, 다시 명령하고, 거듭거듭 일러줍니다. 대단한 인내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한 이후에 발생한 동일한 결과에 대하여는 손무는 냉정하게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병사의 잘못임을 명백히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합니다.
조직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리더로서 부하직원에게 몇 차례에 걸쳐 설명할까요? 혹시 한 번 만에 알아듣지 못하면 부하직원의 잘못으로 돌리고 책망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또 반대로 우리는 부하직원으로서 얼마나 리더가 같은 말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게 만들까요. 그것은 리더를 힘들게 할 뿐 아니라 우리의 무능함의 표출이 될 수 있고, 결국은 질책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리더로서 또한 부하직원의 입장에서도 삼령오신(三令五申)을 생각해 본다면 조직 내에서 좋은 리더, 부하직원이 될 수 있지 않을 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