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의 평화를 빕니다
매주 일요일마다 내가 하는 루틴 몇가지가 있다. 하나는 동네 도서관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왕창 빌려오는 것이고 둘째는 손톱, 발톱을 자르는 것이다. 최근 일요일에도 도서관에 가서 진열된 책들을 살피며 마음가는 책들을 여러 권 빌려왔다. 그리곤 동네에서 분위기 좋기로 유명한 카페로 차를 끌고가서 주차를 했다. 차 뒷자석에 둔 책들 중 가장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책 두 권을 들고 카페에 들어갔다.
읽었던 책 중 특히 한 책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 새롭게 깨달은 게 있기도 하고, 나도 이렇게 해야지!하면서 활력과 동기가 생기면서 힐링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이 책은 결국 나에게 몇 가지 변화를 주었는데,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나에게 이렇게나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지 못했다.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바로 내가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낸다면 그것은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될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상처가 된다는 것이다. 다름 아닌 내 마음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것을 멀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껏 평소 나는 예민하고 화가 많은 사람이었다. 안타깝게도(?) 그 화는 주로 가족 같은 가까운 대상들에게로 향하곤 했다. 특히 우리 아빠에게로.
1. 가족의 평화가 찾아왔다.
나의 성향, 가치관과 많이 다른 우리 아빠를 변화시키려고 달래보기도(?) 하고 역정을 내곤 했다. 달램과 역정 중 역정이 한 9, 달램은 1이었다. 내가 아무리 매섭게 화를 내도 아빠는 결국 변하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그렇구나, 하긴 아빠에게 화를 내면 내 감정도 안 좋았지' 생각했다. 어차피 변하지 않을 아빠라면 화를 내서 내 마음의 평온함을 깨지 말아야겠음을 깨달았다.
이후 더 이상 화내지 않고 좋게 말하려 노력했다. 이전 같으면 소리를 질렀을텐데, 이제는 "아버지~, OOO 해주셔요-"라며 부탁하는 투로 말하고 있다. 그랬더니 왠 걸. 나의 마음도 평온해졌을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는 평화가 찾아왔다.
2. 행복한 순간들이 잦아졌다.
나의 분노는 가족 뿐만을 향하지는 않았다. 세상의 온갖 문제를 다 떠앉고 살듯이 나는 뉴스에서 보는 사건들에 마음이 자주 아팠다. 피해를 받은 사람 혹은 동물이 가엽고, 범죄를 저지른 놈들에게는 화가 나고, 저런 새끼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책임자들에게도 화가 났다. 무관심한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서 관심을 가졌던 문제들로 인해 잠식될 것 같다는 기분에 당분간은 일부러 부정적인 뉴스들은 보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일(쉐어하우스, 가방 브랜드 운영)을 하면서 조금 마음 상할법한 일이 생겼었는데 책 덕분에 잘 넘어갈 수 있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거나, 내가 조금 손해보고 너그러워지면 될 문제라면 그냥 넘어가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예를 들어, 한 고객에게 다른 사람보다 더 특별히 생각해서 요구하는대로 할인을 해주었더니 돌연 반품을 한 걸 알게 되었다. 베푼 선의가 반품으로 돌아와 서운했다. 반품 비용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내 마음이 불편하면 나만 손해니 다시 한번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가방을 받아 본 후 불만족스러워서 그런 것도 아니었잖아', '하긴 우리 엄마도 맨날 샀다가 반품하지', '그래도 나에게 미안하다고 따로 메세지까지 남겨줬잖아', '반품 비용 몇 천원 밖에 안하니까 그냥 넘기자'라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잠시 시끄러워졌던 마음이 다시 차분해졌다.
이런 일상들이 반복된 덕분에 만족스럽고 평화로운 순간들이 늘어나서 조금 더 행복해진 것 같다. 지금은 더 이상 가지 않지만 어릴적 매주 가던 일요일 성당 미사에서 왜 그렇게 서로에게 '평화를 빕니다, 평화를 빕니다'하며 평화를 빌었는지를 알겠다. 마음이 평화로운 것이 이렇게나 좋은 것이었으니 말이다.
나와 우리 가족에게 평화를 찾아준 이 삶의 태도가 오랫동안 쭉 이루어지기를 바래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