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고 귀여운 브랜드를 창업한지 약 2개월이 지난 것 같다. 그동안 부지런하게 일하고 내가 만든 제품을 좋아해주신 분들 덕분에 기대했던 수익의 10배를 넘는 금액을 벌었다. (애초에 기대치를 낮게 설정함) 그렇지만 여전히 쉐어하우스가 나의 주수입이고 이 브랜드는 소소한 부업 수준이다!
이전에 '직접 만들어 본 나만의 에코백'이라는 글을 쓰면서 혼자서 망상 수준으로 '나중에 에코백만 전문으로 만드는 브랜드를 내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 때에는 이게 나의 정말 업이 될 거라고는 결코 상상하지 못했다.
나는 대학에서 의류학 수업을 들으면서 재봉틀을 다룰 수 있게 되었고, 나의 마음에 쏙 드는 가방을 만들어보자는 책을 접한 이후 실제로 내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모두 담은 가방을 직접 만들었다. 그리고 이 가방이 주변 사람들에게서 칭찬을 받고, 자신도 가지고 싶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받은 이후로 '그럼 진짜 판매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실행력 하나는 누구보다 뒤지지 않는 나는 바로 내 마음에 쏙 드는 원단들을 주문하고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이 눈이 저절로 떠져서 밤 늦은 새벽까지 재봉틀을 돌렸다. 정말 씻고, 밥만 먹고 재단과 재봉만 했다. 주변에서는 어쩜 그렇게 하루종일 작업만 하냐고 했다. 자체 공장을 돌린 덕분에 여러 가방을 만들 수 있었다.
다음은 열심히 만든 가방들을 판매해야 하는 것이었다. 입점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등록증이 반드시 필요했다. 토스를 통해 간편하게 사업자등록증을 신청했다. 그리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포함한 다양한 플랫폼에 입점 신청을 했다. 그리고 dslr을 꺼내 가방 사진을 비롯한 착용샷을 찍었다.
초반의 사진들
그리고 내가 만든 가방의 특장점들과 브랜드 스토리 등에 대한 상세 페이지를 만들고, 배송할 때 필요한 안내 카드, 스티커, 택배봉투, 태그, 리본 등을 구매했다.
브랜딩과 마케팅 관련 서적을 찾아 읽으면서 브랜드를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한 방법 중 하나인 협찬을 활용하고자 내가 좋아라 하는 유튜버분, 북카페 사장님, 작가님에게 협찬 지원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아직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당연히 모두 거절당했다).
시간이 좀 흐르고 나니, 제품이 팔리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나의 취향 혹은 철학과 비슷한 사람들이 꽤 있었고, 열심히 공들여 만든 나의 가방을 너무나 좋아해주셨다. 리뷰를 적어주지 않은 사람도 많았기에 리뷰를 남겨주는 사람 한명 한명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이제는 나 혼자서 가방을 핸드메이드로 만드는 것이 벅차졌다. 굽은 자세로 오랫동안 작업을 해서인지 목과 등 쪽에 담이 자주 걸렸다(사실 지금도 담이 결렸다). 그래서 봉제 공장을 알아봤고, 괜찮은 곳을 찾아서 현재 샘플 작업이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애초에 책이 들어가는 넉넉하고 튼튼한 가방을 만들고자 했던지라 나의 가방들은 '책 읽는 여성들을 위한 가방'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가방들의 이름은 모두 여성 주인공 혹은 여성 작가가 쓴 소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특히 북카페에 입점하기를 희망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북카페에 입점을 하는 너무나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다.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기획하신 분이기도 하고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출판사 '한길사'에서 운영하는 북카페인 북하우스에 입점을 하게 된 것이다. 아직 브랜드를 만든지 약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소위 초짜인 나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져서 너무나 기쁘고 감사하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 나의 이 작고 귀여운 브랜드가 어디까지 성장을 하고 어떻게 나의 세계를 확장시켜줄지 열심히 지켜보고자 한다.
파주 헤이리 북하우스 출처 : 경기일보, 2022 경기도 박물관
이전에는 내가 어떠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지 말하지 않은 것은 조금 부끄러웠다. 아직 팔로워 수도 적고 알림을 구독하는 사람의 수도 적은 것과 더불어 내 신변이 노출되는 것이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 완벽한 상태에서 짠!하고 보여주려고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아직은 부족하더라도 여러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반영을 해나가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신변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걱정은 얼굴 사진은 나오지 않기도 하고, 노출된 나의 개인 정보를 이용해서 해를 끼치는 사람들을 끝까지 쫒아가서 혼쭐내 줄 자신이 생겼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어떤 창업을 하였는지 용기내어 말해보려고 한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지켜본다는 걸 알면 조금 더 동기도 부여되고 나의 제품을 마음에 들어하는 잠재 고객이 될 가능성도 있으니!
브랜드의 이름은 꽃구름 Flora de nube(플로라 데 누베)에요. 고등학교 때 배웠던 스페인어로 꽃구름을 좀 있어보이게 표현해봤어요 :p 제 꽃구름백들을 구경해보시고 개선이 필요한 점이 있다거나 하면 피드백 꼭 남겨주세요! 그리고 저의 브랜드가 쫄딱 망하는지, 조금씩 성장하는지, 대박이 나는지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