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낙관적인 편이다. 덕분에 내 인생은 잘 풀리고, 나의 작은 사업도 원만하게 잘 풀릴 거라고 생각했다. 나의 예상과 다르게 나의 '책 읽는 여성을 위한 가방' 브랜드를 운영하는데 지금까지 2번의 걸림돌이 있었다. 이는 가방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내가 직접 만드는 게 버거워져 이제는 공장에서 내가 원하는 디자인과 원단으로 가방을 제작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첫번째 시도
봉제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을 겨우 수소문한 덕분에 해당 공장에서 진행을 하고자 샘플을 제작했다. 샘플이 우리 집에 도착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샘플이 도착했다. 혹여나 마음에 안들면 어쩌지. 걱정하며 택배 박스를 뜯었다.
확인해본 샘플의 박음질 간격은 심각한 수준으로 일정하지 않았다. 또 중간 정렬이 맞지 않았다. 미싱 초보가 한 게 확신이 들 정도였달까. 뿐만 아니라 정리되지 않은 실밥들 등 마감 처리가 깔끔하지 않아 퀄리티가 내 걱정보다도 안 좋았다.
개선이 필요해보이는 부분들을 말했더니 그 점들은 개선하겠다고 하셨다. 또, 우븐 원단만 다루던 공장이라 다이마루 원단을 사용하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우븐 원단 공장으로 바꿔서 작업해주시겠다고 제안해주셨다. 그래서 보안할 부분을 보안해서 다시 한번 2차 샘플을 받아보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일단 그렇게 하기로 일단락 한 후 샤워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샤워를 하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지인이 껴있다는 사실에 눈치를 보았고, 2차 샘플은 나을 것이라고 기대를 하다 만약 비슷한 퀄리티로 나오게 될 경우 시간만 낭비할 것 같았다. 최대한 이성적으로 판단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2차 샘플을 받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 괜히 미안한 마음에 수고비로 20만원을 드렸다.
두번째 시도
동대문종합시장에 가면 지하에 공임을 해주시는 분들이 여럿 계신다. 그 분들이 하시는 작업의 퀄리티도 괜찮다는 평을 들었다. 어차피 현재로서 대단히 많은 양의 가방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약 100개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기에 봉제 공장 대신 개인이 전적으로 담당해서 작업해주시는 것이 괜찮겠다고 판단했다. 그 곳에 가면 커튼, 배게, 가방, 수선 등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나는 가방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을 찾아보다가 20년동안 일을 하셨다는 분과 대화를 나누고 괜찮겠다는 판단이 들어 그 분께 샘플을 맡겼다.
며칠이 지나 샘플이 나왔다. 방문을 해서 찬찬히 살펴보니 안감에 달려있는 주머니의 정렬이 맞지 않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정렬이 맞지 않으니, 특히 조심해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말은 '이건 박음질하면서 삐뚤어지는 거라 감수를 해줬으면 한다'였다. 평소 싫은 소리를 잘 못하는 나는 '네 저도 해봐서 잘 알아요. 주머니 박는 거 저도 계속 삐뚫어져서 힘들었어요.'라고 답했다.
너무 유약해보였던 탓일까. 더는 샘플이 아닌 실제 판매할 목적의 가방 작업이 끝나서 받아보았다. 그런데 웬걸. 딱 가방 1개 뺀 나머지 가방들의 주머니는 중앙도 안 맞지 않고, 심지어 삐뚤어져잇엇다. 또 실 마감 정리도 잘 안되어 있었다(내가 가위로 실밥들을 하나하나 정리해야 했다). '퀄리티가 중요하다고 그렇게 강조했고, 댓가도 다른 곳 대비해서 톡톡히 쳐드렸는데 나한테 왜 이래..!'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 삐뚤어진 주머니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깊은 고민을 했다.
언니와 엄마는 내게 주머니를 다시 고쳐주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라고 했다. 비용을 지불했으니 정당한 요구라는 것이다. 나는 그 분께 전화를 했고 내가 또 호구같이 구는 전화 내용을 듣던 엄마는 테이블 반대편에서 온 몸짓과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면 안돼!!!!' 라고 말했다. 전화를 끝나고 나는 엄마에게 혼이 났다.
전화를 하고 난 뒤의 결론은 창구멍과 가방 입구 상침 부분을 직접 다 뜯어 오면 주머니를 다시 해주겠다고 했다. 그걸 다 뜯고 앉아있을 생각을 하니 까마득햇다. 어쩔수 없이 울면 겨자먹기로 나의 가방의 특징 중 하나였던 주머니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직접 리퍼를 들고 주머니의 박음질들을 하나하나 뜯었다.
누군가는 다른 방식으로 대응을 했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일부 돈을 돌려받는다거나, 박음질을 다시 뜯는 것도 내 책임이 아니라고 강경하게 대응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남에게 싫은 소리 하는 걸 어려워하는 내가, 더구나나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에게 뭐라고 싫은 소리를 하는 건 특히 어려웠다. '그냥 내가 좀 손해보지 뭐' 하는 마음과 '그렇게 대충 일하면서 알아서 잘 먹고 잘 사시오' 하는 마음으로 그냥 그 곳과의 인연을 끊었다.
세번째 시도
사실 두번째 샘플을 맡긴 분 근처에서 일하시는 분이 줄곧 신경이 쓰였었다. 작업 공간을 정갈하게 정돈해두는 모습. 고객과 대화를 나눌때는 작업을 하지 않는 모습, 자신의 매무새도 단정히 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열심히 집중을 하고 계셔 방해될 것 같았고, 살짝 깍쟁이처럼 느껴져서 말을 걸기가 어려웠다.
이번에는 용기를 내서 그 분께 말을 걸기 위해 다가갔다. 이미 손님 두 분이 계셨는데, 알고보니 그 분들은 손님이 아닌 막내동생과 막내동생의 남편분이었다. 그분들은 점잖으셨고 적당히 친절하셨다. 그 분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제안을 해주시는 부분이 전문가답다고 느꼈다. 또 퀄리티를 위해서는 무리하게 일정을 잡지 않는다고 대답하시는 점이 마음에 들어 그분께 샘플을 맡기기로 결정을 했다.
며칠 후, 샘플이 나와서 보러갔다. '이번에는 제발 퀄리티가 좋아라' 빌며 갔다. 이번에는 특히 더 꼼꼼히 샘플을 살펴보았다. 밖음질의 간격, 사용하는 원단에 맞는 색의 실 사용, 중간 정렬, 사선 처리 등 95%가 내 마음에 들었다. 나머지 5%는 내가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던 부분들이었고 이는 공임을 해주시는 분의 잘못이 아니었다.
나는 이제 샘플이 아니라 실제 판매할 가방의 원단을 전달드렸다. 그리고 가방이 언제 나올쯤 있냐고 여쭤보았다. 그 분은 일정을 정해두면 부담이 되고 번아웃이 오실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정기적으로 매주 가방 10개 정도면 괜찮으시겠냐고 여쭤보았다. 그 분은 승낙하셨다. 이제 가방이 나오기까지 약 일주일 남았다. 기대하는 마음 60%, 혹시나 내가 만족했던 샘플과 다르게 퀄리티가 나오면 어쩌지 하는 노파심 40% 이다.
이 곳이 부디 멀리 돌아 나에게 적합한 곳을 찾은 것이기를 바라며,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