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슝 shoong Oct 07. 2022

잡초 같은 인생을 살았습니다.

삼십 대엔 뭐라도 될 줄 알았지 슝




























































삼십 대엔 뭐라도 될 줄 알았지 슝)

저는 잡초 같은 인생을 살았습니다.


퇴근길,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내 옆에 서더니 인기척을 낸다.

고개를 돌려 보니 며칠 전에 들어온 신입사원이었다.


버스를 타고 같이 앉아 가는데 신입사원이 나에게 질문을 해왔다.

"저는 사회생활을 늦게 시작해서 여기가 첫 번째 회사거든요"

"여기가 몇 번째 회사세요?"라고 물어본다.

나는 갑자기 여기가 몇 번째 회사인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는... 사회생활 20년째고, 웹디자인만 20년째 하고 있어요.

"여기가 몇 번째 회사냐면, 음... 하두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네요. 잠시만요..."


"첫 번째 회사... 두 번째가... 아.. 아닌가 아.. 거기가 네 번째 회사 아무튼... 아... 그.. 회사도 있었지...."

나는 혼자 중얼거리면서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곤 말해줬다.

"여기가 8번째 회사네요"


"회사생활 20년이요?"

"웹디자인만 20년이요?"

"회사를 8군데다 다니셨다고요?"

신입사원은 적지 않게 놀란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얘기해줬다.

"그게 1년은 넘게 다닌 회사들이고..."

"어떻게,  시간 다닌 회사, 점심 먹고 나온 회사, 하루 다닌 회사, 일주일 다닌 회사,   다닌 회사도 있는데,  얘기해 드려?" ㅋㅋㅋㅋ


신입사원은 나를 멍하니 쳐다보더니 말없이 엄지 척을 해주며 "리스펙"이라 말해줬다.


"아... 내가 회사에 적응 같은 거 못해서 막 옮겨다닌건 아니고."

"짧게 다닌 회사는 정말 회사가 말도 안 되는 데였고, 거의다 회사가 망하거나,  팀이 망하거나, 월급을 안 줘서 그런 거예요."


신입사원은 나보고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았냐고 물어본다.

"나요? 나는... 잡초 같은 인생을 살았어요...."

라고 말해주며 아련한 눈빛을 하고 창밖을 내다본다.


"회사 다니고, 회사 망하고, 노동청 다니고, 다시 회사 구하고, 회사 적응할만하면 회사 망하고, 노동청 가고, 또 회사 구해서 회사 적응할만하면 월급 안 나오고, 또 노동청 가고, 그냥 무한 반복이었어요."


"20년 동안 무한 반복이었어요"

"그래도 끈질기게 회사 생활했어요. 20년 동안..."

"나, 잡초 인생 맞죠?" ㅋㅋㅋㅋㅋ


"그래도 이제는 웃으며 얘기할 수 있어요"

"가끔은 이불 킥 하는 회사는 있지만요. 쇽닥쇽닥"

ㅋㅋㅋㅋㅋㅋ







라떼는말이야 삼십대엔뭐라도될줄알았지슝 직장인 공감 에세이


매거진의 이전글 삼십 대엔 뭐라도 될 줄 알았지 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