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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슝 shoong Jan 19. 2023

그 시절 내가 숨기고 싶던 명절 선물

퇴사 후, 나는 요즘


퇴사 후, 나는 요즘)

그 시절 내가 숨기고 싶던 명절 선물


직장인들 퇴근시간으로 붐비는 지하철역 안

나는 멍하니 앉아 오랜만에 사람 구경을 한다.

선물세트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아... 회사에서 명절 선물을 받았나 보다.”


사람들이 들고 서 있는 다양한 명절 선물을 보고, 나는 그동안 회사생활을 하면서 받은 명절 선물 중 기억에 남는 선물과 최악의 선물이 떠올랐다.



최고의 선물은 역시 머니 머니해도 돈이다.

상여금 400프로를 받았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음후후후후후후

한창 갖고 싶고, 사고 싶고, 꾸미고 싶고, 먹고 싶은 게 많았던 나이 25살에 큰돈이 나에게 쥐어졌다.

엄마에게 통 크게 용돈 드리고, 식구들 선물도 사고, 나에게는 처음으로 명품까진 아니지만 그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메이커 가방을 선물했다.

그 당시엔 “플렉스”라는 말이 없고, 그냥 폭풍 쇼핑을 했던 기억이 난다.





명절 선물 중에서도 엄마가 좋아하는 선물 한우

호주산 아니고, 한우~

명절엔 갈비가 있어야 뭔가 한 상 차려진 느낌이 든다는 엄마

갈비를 사려면 가격이 꽤 나가지만 선물로 받은 한우 갈비로 갈비찜을 푸짐하게 만들어 식구들이 다 같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제일 아쉬워했던 명절 선물 중 하나였다.







내가 숨기고 싶어 했던 명절 선물은 김 선물세트였다.

김을 무시해서가 아니었다.

김은 밥반찬으로 자주 먹기도 하고 선물이라고 하기엔 그 당시에는 가격이 제일 저렴한 선물세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김선물세트를 선물로 받은 회사는 명절에 투자까지 받아서 분위기까지 좋은 상태였는데 그동안 고생한 직원들에게 고작 김이라니....


충격을 받은 직원들이 가격을 알아보니 만원 조금 안 되는 가격이었다.

아.... 너무한데....


터덜터덜 크기만 크고 들고 가기 불편한 채로 지하철을 탔다.

다른 사람들이 들고 있던 선물세트는 좋은 게 많아 보였다. 뭔가 비교가 돼버려 내 김선물세트가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나는 김선물세트를 최대한 안 보이게 내 몸뒤로 숨겼다.


회사에서 준 선물세트라고 집에 가져가기도 민망해 나는 마트에 들러 선물세트 하나를 더 사갈까 라는 생각도 했다.


집에 가니 마침 둘째 언니가 한우를 받아와 엄마가 좋아하고 계셨다.

내 김선물세트는 그렇게 한우에게 조용하게 묻어갔던 기억이 난다.






백수가 된 이번 명절

아직 직업병이 남아 있는가 보다.

올해 명절 디자인은 어떻게 만들었나 구경하고 다니고, 선물세트 새로운 게 뭐가 나왔나 보러 다녔다.

뭐라도 받았던 때가 좋았나?라는 생각도 잠깐 해본다.







잊을만하면 엄마는 나에게 상기시켜주신다.

취직해라!

예? 예....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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