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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슝 shoong Mar 07. 2024

한 살 한 살 먹을수록_ 머릿속으로는 일 다 함










한 살 한 살 먹을수록_ 머릿속으로는 일 다 함)

20대의 나는 시행착오를 수없이 겪으면서 내 커리어를 쌓는 시기였다.

혼나면서, 울면서, 좌절하면서 나 자신을 토닥이면서 일을 배웠다. 그렇게 힘들게 일해서 만든 결과물이 세상에 나왔을 땐 더없이 기뻤다. 일을 하는 게 세상 즐거웠다.


일이 즐거워지면서 새로운 일들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마구마구 쏟아지고, 공부도 하다 보니 일의 능률도 올라가고, 일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잘하다 보니 누군가에게 칭찬도 받다 보면 ‘아... 내가 잘하고 있구나, 내가 성장하고 있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경력자가 돼 가고 있는 것이었다.


경력이 쌓일수록 일을 하는데 노련해진다.

일하는 게 노련해지면 척하면 척! 척척척! 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다가 누군가에게 일하는 방법을 전수해 주는 경지에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내 몸이 점점 느려진다.


첫째로 손이 느려진다.

머릿속으로는 일을 다 끝낸 상태지만 현실에선 내 손이 머릿속 속도를 따라와 주질 못한다. 키보드 누르는 소리부터 달라진다.

‘타타타타타타타’ 하던 소리가 ‘타... 타...’로 바뀌게 된다. ctrl+c, ctrl+v 하는 속도부터 현저히 느려진다.


둘째로 새로운 것에 대한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예전에  잘했던 일을 가지고는 일을 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엔 내 머리가 빨리 돌아가질 않으니 내 한계가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일을 하는데 두려움이 생기는 것 같다.


웹디자이너로 21년을 일하며 월요일이면 새로운 기획전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살았다. 웹디자인일을 그만하기로 하고 새로운 일을 찾을 때, 나는 머리로 하는 일 말고 몸으로 하는 일을 찾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엔 디자인이라는 일을 하고 있다.

새로운 일도 처음엔 두렵고 낯설었지만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회사에서 상사들이 손도 느리고, 행동도 느린 걸 보고 눈으로 욕을 하며 ‘왜 저래?’라고 한 번쯤 생각했을 것이다.

근데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나도 그렇게 돼 가는 걸 내가 경험을 하고 나니 이해가 된다.

밀로는 그럴 수 있어라고 얘기했지만 이해는 못했던 일들이 이제는 정말 이해가 된다.


‘나 때는 말이야~’ 하면 꼰대라고들 하지만 나도 가끔 그렇게 말을 할 때가 있다. 열심히 살았던 때가 있으니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그때는 힘들기만 했던 일들이 돌이켜 보면 ‘나 열심히 살았다’라고 말할 수 있으니 말이다.

‘지금도 할 수 있어’라고 말하지만 솔직히 의욕전인 마음은 크지만 몸이 안 따라주는 건 어쩔 수 없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조금씩 시들어가는 나를 받아들이면서 나는 아침마다 나를 끌어올린다.

‘그럼에도 오늘도 잘 살아보자’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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