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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슝 shoong Sep 01. 2024

백수 되고 내가 처음 도전 한 일, 나 좀 기특하네?







































퇴사 후 나는 요즘)

퇴사 후 나는 내가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인 아이 돌봄 일을 시작했다.


첫날은 정말 엉망진창이었다.

아기 엄마는 아기에 대한 몇 가지 얘기를 해주고 외출을 나갔고, 아기를 돌봐주는 동안 아기 할머니는 집안일을 하셨는데, 아기가 할머니만 보면 울면서 자꾸 할머니에게 기어가는 것이었다.


9개월이면 한참 낯을 가릴 때라 그런 거라고 하지만, 내가 돌봄을 잘 못해서 그런 건가 싶어 자꾸만 식은땀이 나고 시계만 쳐다보게 되었다.

1분이 한 시간 같았다. 시간이 너무 안 갔다.

할머니도 집안일을 해야 하는데 아기가 자꾸 할머니에게 안기려고 해서 난감해하셨다. 아기가 할머니에게 안겨있는 시간에 나도 어쩔 줄 몰라 집에 너무 가고 싶었다. 이 낯선 곳에서 내가 뭐 하고 있나 싶었다.


식은땀 줄줄 흘리면서 이렇게 저렇게 놀아주다가 책을 읽어주는데, 아기가 내 무릎으로 올라오더니 내 손에 쪼끄마한 손을 올려놓는데, ‘어머나~ 뀨~’ 심쿵했다. 몇 분 뒤 아기가 조용하길래 봤더니 잠들어 있었다.

할머니가 보시더니 “어머나~ 예쁘게도 재우셨네”

할머니는 손주가 자는 모습을 보시더니 좋아하셨다. 나에게 수고했다며 커피를 끓여 주셨다.


집에 가는 길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내일 오지 말라고 하는 거 아니야’

‘이 일을 하는 게 맞는 거야?’

‘그래도 회사를 한 번 더 다녀봐야 하나’

‘그림으로 먹고살 수는 없는 건가?’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집에 와서 소파에 누워 있다 잠들어 버렸다.


둘째 날, 그래도 잘리지는 않았다.

아이 돌봄 가서 이상한 일을 당했다는 얘기가 있어서 걱정을 했지만 내가 첫 아이 돌봄을 하는 이곳은 평범한 가정집이고, 아기가 낯을 가려서 그러지 순하고, 할머니께서도 내가 적응을 할 수 있게 중간중간 잘 도와주셨다.


아기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을 하고 나니 첫날보다는 뭔가 자신 있게 놀아주었다. 9개월에 하는 놀이도 공부해 왔다. 조카들이 9개월 정도 됐을 때 사진도 찾아봤다.

‘아.. 내가 이 때는 이렇게 놀아줬지’


아기를 재웠을 때 할머니가 좋아하신 이유를 알았다. 아기가 잠을 잘 안 자서 재우는 게 힘들다고 하셨다.

나는 아기를 잘 재운다. 우후후후후

열심히 놀아주고, 졸려하면 나만의 노하우로 아기를 금방 재웠다. 내가 아기를 보는 동안엔 아기를 재우고 나왔고 할머니는 좋아하셨다.

이유식을 먹일 때도 딴짓을 많이 해 먹이기 힘들다고 하셨지만 나는 금방 먹였고, 요즘은 분유를 안 먹거나 남긴다고 하셨지만 나는 분유를 다 먹였다.

13년 조카들 키운 노하우가 이제야 빛을 바라고 있다. 우후후후후


아기가 빨리 잠든 날은 아기 할머니와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사업도 하시는 분이라 나는 육아정보를 알려드리고, 나는 할머니에게 인생을 배운다.

회사를 다닐 때는 동료들과 한 발짝거리를 두고 지냈던 내가 내 인생 얘기를 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의 인생 얘기를 듣고 있었다.



아가아가 쉰 냄새, 기저귀를 찬 귀여운 엉덩이, 오동또동 귀여운 손,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면서 손을 잡아주거나 무릎에 앉을 때 나는 심쿵하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처음은 힘들었지만 그럭저럭 해내고 있는 내가, 요즘 초큼 기특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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