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나는 요즘)
백수 되고 내가 처음 도전한 일은?
백수 되고 이제는 돈을 벌어야 하는 나.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를, 처음 도전하는 날이다.
오늘 일할 건물 앞에 도착한 나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린다.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끊임이 없었다. 요즘 세상이 흉흉한데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곳에서 몇 시간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무섭고 두려웠다.
약속을 한 거라 일단 가보기로 한다.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전화를 건다.
- ”여보세요”
“아... 안녕하세요... 저, 집 앞인데요.”
- “아, 네... 문 열어드릴게요~”
‘찰칵’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아이를 안은 엄마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어색하지만 나는 최대한 밝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안녕~”
그렇다.
내가 도전한 일은 ‘아이 돌봄’이다.
20년 웹디자인을 하면서 일 년 넘게 다닌 회사는 9군데다. 그중 한 달 다닌 회사, 일주일 다닌 회사, 하루 다닌 회사, 3시간 다닌 회사들도 있다. 그중 6군데 회사는 팀이 사라지거나, 회사가 없어지거나 파산 신청을 하는 등 많이 망했다.
회사가 자주 망하다 보니 몇몇 친구들은 나에게
“또 망했어? 괜찮아. 회사 쉽게 잘 들어가잖아.” 라며 위로 같지 않은 말을 내뱉는다.
‘회사를 쉽게 들어가다니? 이력서를 몇십 개를 돌리고, 면접을 몇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봤는데...?‘
‘월급도 제대로 안 줘서 그거 받겠다고 누가 알려주지도 않아서 내가 얼마나 사방팔방 뛰어다녔는데?’
‘새로운 회사 들어갈 때마다 적응해야 하는 시간들이 나에게는 얼마나 긴 고난의 시간이었는데, 쉽게라니...?’
쉽게 말하는 그 친구들과 나는 점점 멀어져 갔다.
사람이 지긋지긋해질 때, 나는 대학교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갑자기 보고 싶어 연락을 했는데 아기 보러 집으로 오라는 거다.
작은 생명체가 하나가 꼬물 거리고 있었다. 작고, 포근하고, 옹알옹알 소리도 귀엽고, 아기 쉰내가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줬다. 나는 알아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 하는 아기 옆에 누워서 넋두리를 했다.
“이모가 회사가 또 망했어.. 그래서 힘들었어. 근데... “
넋두리할 때는 몰랐는데 집에 와서 보니 뭔가 위로받고 온 기분이 들었다.
2년 뒤 그 친구 둘째에게 나는 또 넋두리를 하고 있었고, 그 뒤로는 조카 1.2.3.4호가 순차적으로 태어나 조카들을 키우면서 넋두리도 하고 위로도 받았다.
조카 1.2.3.4호를 업어 키우면서 나는 아기 키우기 만렙이 되었다. 기저귀 갈기, 분유 먹이기, 이유식 먹이기, 안아 주기, 목욕하기, 놀아 주기, 재우기 등 나만의 노하우가 생겨 잘한다.
조카 3호는 큰 언니 둘째 딸로 사정상 우리 집에서 1살 때부터 4살 때까지 우리 집에서 엄마랑 아빠랑 내가 키웠다. 엄마는 집안일하랴, 아기 보랴 힘들었던 걸 알기에 나는 칼퇴를 하고 들어와 조카 3호를 씻기고, 밥 먹이고, 놀아주고, 재우고 했다.
조카 3호를 키우면서 엄마의 마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애지중지 키웠고, 키우면서 내가 겪어보지 못한 또 다른 세상을 맞닥뜨리고 경험하다 보니 ‘나도 성장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카 3호가 하는 짓이 엉뚱하고 귀여워,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워 그동안 손 놓고 있던 캐릭터를 그리면서 웹툰을 그리게 됐다. 웹툰을 그리면서 나는 ‘받쬬라 이모’라는 부캐를 가지게 되었다.
키운정이 크다고 초등학생이 된 조카 3호는 백수 된 이모에게 용돈도 주고, 선물도 사주고, 나중에 커서 이모도 먹여 살린다고 했다. 우후후후 키운 보람이 있다.
이제는 초등학생이 된 조카들보다 아기 때 모습이 그리워 어릴 때 사진을 자주 보게 된다. 언젠가는 아이 돌봄을 하고 싶다고 말을 했더니 잘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자격증도 미리 따놨다. 이걸 이제 실현해 보기로 한다. 아이 돌봄 사이트에 내 프로필을 등록을 했다. 며칠 뒤 9개월 아이를 오전에 4시간 돌봐주는 돌봄 일이 들어온 것이다.
나는 그동안 자신 있게 조카들을 키워 봤기에 내 모든 노하우를 쏟아서 놀아주려는데....
식은땀이 주룩주룩 흘러내린다.
내 눈동자는 급격하게 돌아간다.
아이는 계속 울어대고 할머니에게 안기려고만 한다.
아이 할머니는 아이를 달래며
“아니 우리 아이는 순한데 왜 이럴까?” 이 말만 여러 번 되풀이하신다.
할머니 품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며 나는
‘아... 이러다 오늘만 하고 잘리겠는데... 어쩌지?’라는 생각이 든다.... 뿌엥...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