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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불구하고 Apr 15. 2019

패키지는 추억을 싣고

THE BIG ISSUE KOREA 200



어제 저녁 퇴근길, 반가운 소식 하나를 접했습니다. 페이스북에 실린 짤막한 게시물 하나로 인해 잊고 지내던 시절이 새록새록 떠올랐어요. 저와 비슷한 또래라면 한 번쯤 본 적도 먹어본 적도 있을 아이스크림, '별난바'가 재출시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한 입 두 입 먹다 보면 '별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독특한 형태의 아이스크림이었는데, 가장 바깥 면에는 도톰하게 싸여 있는 커피 아이스크림이, 그 안쪽에는 오도독 소리가 나는 초콜릿이, 가장 마지막엔 팝핑 캔디까지 맛볼 수 있어 일석삼조 간식이라 불리곤 했죠.


지금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런 구성 덕분에 특허까지 획득한 꽤 스펙 좋은 아이스크림이라고 하더군요. 단종에 대해 민원을 넣는 사람도 워낙 많아 재출시를 결정하게 되었다니 그것 또한 신기한 일입니다. 10대, 20대 친구들은 또 새로운 아이스크림이 나왔나 보다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별난바'라고 쓰여 있는 알록달록한 패키지를 보자마자 반가움을 감출 수 없었어요. 그러고 보면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를 잘 먹지 않는 나이가 되었는데도 오래된 브랜드가 사라지거나 리뉴얼되면 괜스레 서운한 마음이 드니 참 이상합니다.



'McDonald's Big Mac Campaign 2018' <출처: www.adsoftheworld.com>



"50 YEARS OF CHANGES. ONLY OUTSIDE."


그래서 이번 달엔 이 50주년 광고가 눈에 띄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별난바를 맛봤던 그 시절을 돌아보면 맥도날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테니까요. 배달 어플이 생긴 후론 집에 누워서도 주문할 수 있는 흔한 브랜드가 되었지만, 학창 시절엔 직접 찾아가서 먹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주말이 되면 가족이나 친구들과 노란색, 빨간색이 화려하게 어우러진 공간에서 갓 튀긴 프렌치프라이를 나눠 먹곤 했지요. 생일 파티가 있거나 반장 선거를 하는 날이면 대량 주문한 햄버거 세트가 학교로 배달되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몇 가지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종류가 다양해졌지만, 당시 빅맥의 인기를 넘어설 만한 햄버거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자그마한 학생들 손엔 다 들기도 먹기도 어려운 햄버거였지만 말이에요. 원재료와 원형은 변함없다는 광고 속 카피처럼,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크기는 변함없는 것 같습니다. 단지 패키지만 바뀌었을 뿐이죠. 아, 달라진 게 또 있긴 하네요. 이제는 남김없이 하나를 뚝딱할 수 있다는 것과 주로 밤늦게 먹게 되었다는 것 말이에요.



'McDelivery Campaign 2019' <출처: www.adsoftheworld.com>



작년 50주년을 맞이한 빅맥은 이제 30분 정도만 참을성 있게 기다리면 원하는 곳 어디서든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맥도날드 가는 게 소풍처럼 여겨졌던 시절엔, 이런 세상에 살게 될 줄 꿈에도 몰랐지요. 100주년을 맞이할 때쯤엔 또 어떤 세상에 살고 있을까요? 평소엔 무덤덤하게 지나치던 것들도 이렇게 지난 시간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광고와 마주칠 때면 새삼 놀라게 됩니다. 별난바에 관한 기사 하나가 어릴 적 추억을 생생히 떠올리게 만든 것처럼요.


이제 빅맥보다 김치찌개를, 프렌치프라이보다 감자전을 좋아하고, 매장에 찾아가기보단 어쩌다 한번 집으로 배달시켜 먹는 시들한 소비자가 되었지만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그때 그 시절의 빅맥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합니다. 곁에 있음에도 자주 찾지 않는 것과 곁에 있지 않아 아예 찾지 못하는 것은 엄연히 느껴지는 바가 다르니까요. 변화는 있어도 변함은 없길 바라는 어른의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요. 새로운 것들이 부지런히 생겨나는 만큼 오래된 것들도 그 자리에 묵묵히 있어주길 바라게 됩니다.


유난히 밤샐 일도 많고 아이디어 낼 일도 많은 이번 달, 짭조름하고 달달한 맥도날의 맛을 한 번쯤 즐겨볼까 합니다. 이왕이면 배달보단 집 근처에 있는 24시간 매장이 좋겠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별난바 하나 입에 물면 금상첨화겠지요. 그날은 왠지 아이디어가 술술 풀릴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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