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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불구하고 Apr 27. 2019

일이 많아 불만인 자,
일이 없어 불안한 자

어쩌다 보니 사중인격



광고 회사에 취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2주가량 제대로 앉아 있지도 서 있지도 못했다. 아이디어를 낼 시간은 촉박한데 몸과 머리는 점점 더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어쩌다 겨우 시간 내서 친구들을 만나면 바빠 죽겠다는 불만만 쏟아냈다. 누구 하나 나를 억지로 그 자리에 앉혀놓은 것도 아닌데 나는 회사에 갇힌 사람처럼 투덜댔다. 그해 연말정산 서류에 적힌 병원비는 300만원에 달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 회사로 이직했다. 일이 몰릴 때는 야근을 피할 수 없지만 전처럼 연이어 밤을 새우는 일은 현저히 적었다. 허리 디스크로 고생했던 때에 비하면 말할 것도 없이 행복한 환경인데 나는 일이 없어 불안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열심히 살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둥 배부른 소리를 해댔다.



이쯤 되니 늘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가 100% 회사 탓만은 아니란 걸 깨달았다. 바빠도 불만, 바쁘지 않아도 불안한 내 마음의 문제였다. 허리 아픈 줄도 모르고 일한 것도, 주어진 휴식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도 나였다. 선택은 내 몫이지 다른 사람의 몫이 아니었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내가 단번에 중심을 잡을 리는 없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히 하기로 했다. 회사의 분위기나 업무량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일 따위는 없게 하기로.



‘기분이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매일 다니던 회사가 싫어지고 매일 보던 업무가 지겨워질 때면, 잠자코 나를 먼저 돌아본다. 원인은 분명 내 안에도 있다.





6년째 글로 먹고사는 카피라이터.

3번째 결혼기념일을 앞둔 아내.

3남매 중 둘째 딸.

7년째 고양이를 모시고 있는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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