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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불구하고 Jul 21. 2019

행복해 본 사람은 안다

어느 작가의 글로부터



평일 오전 10시. 해야 할 업무를 떠올리던 내게 한 통의 문자가 왔다. 간간이 소식을 주고받는 동갑내기 친구였다. 같은 업계에 있는 데다 연차도 비슷하여 종종 고민을 털어놓는 사이이기도 했다. 친구는 내가 다니는 회사 건물에 곧 도착한다며 잠깐 얼굴 볼 시간이 되는지 물었고, 나는 서둘러 1층으로 내려갔다.



친구는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맞아주었다. 책임감도 강하고 욕심도 많은 터라 밤낮없이 일하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오랜만에 푹 자고 나온 듯 개운한 얼굴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주에 퇴사를 했단다. 이제야 사람답게 사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늘 나보다 더 오래 일할 사람이 친구일 거라 확신했기에 흥분한 채 이유를 물었다. 분명 평범한 계기는 아닐 것 같았다.



말로는 다 설명하기 어려울 지난날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다시금 ‘행복’에 대해 생각했다. 누군가에게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가족이, 또 누군가에게는 취미가 가장 큰 행복일 수 있다. 각각의 비중도 천차만별이지만, 그 누구도 틀리거나 바꿔야 한다고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저 각자의 삶과 각자의 생각이 있을 뿐이다.



다만, 그 차이가 심할 경우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다수의 사람이 한 팀으로 일해야 하는 경우일수록 그 갈등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친구는 오래 고민하고 오래 괴로울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았다. 나에겐 불행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 누군가에겐 행복하기 위한 과정일 수 있으므로. 하지만 그 이유 만으로 나의 불행을 묵묵히 견딜 수는 없으므로.



행복해 본 사람은 안다.
행복이 아닌 것을 행복이 아니라고
부를 수 있는 것 또한 용기임을.
그래서 뚜벅뚜벅 걸어 나올 수 있음을.
불행에 익숙해지는 걸
노력으로 믿지 않아야 함을.

_작가 이서희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친구를 보며 내내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불행에 익숙해지는 걸 노력으로 착각하지 않는다는 게. 불행이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 주저 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 있다는 게. 친구는 몸과 마음이 회복되면, 행복에 대해 같은 가치관을 가진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묵묵히 그의 앞날을 응원해주고 싶었다.



그러고 보면, 내가 처한 상황이 불행한 걸까 아닐까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우리는 결정을 내릴 준비를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행복해 본 적 있는 내가 불행에 처한 내게 보내는 작은 신호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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