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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불구하고 Mar 02. 2020

우리 팀은 안전할까?

어느 작가의 인터뷰로부터



회사 고민을 익명으로 털어놓을 수 있는 모 공간에는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느껴지는 댓글이 있다. 바로 '팀바팀'. 어떤 고민이라도 저 댓글 하나면 '아, 그렇지!' 하며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이직할 회사에 대해 묻는 질문에도, 광고 일이 재미있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에도 여지없이 위와 같은 댓글이 달린다. 아마도 적지 않은 회사들과 사람들을 겪어본 이들이 쓴 것일 터. 과거엔, 회사가 안정적이고 일만 즐겁다면 나머지는 좋게 좋게 따라오는 게 아닌가 생각한 적도 있었다. 광고 잘 만드는 사람은 분명 좋은 사람일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을 가졌던 때도 있었고. 그렇다면 지금은? 글쎄. 시간이 갈수록 더 모르겠다.



최근 건너 건너 이직 자리를 추천해줄 일이 있었다. 내가 담당 브랜드, 복지, 연봉에 이어 그 팀의 색깔에 대해 물었는데, 돌아온 답변이 꽤 인상적이었다. 서로의 의견을 열심히 경청해주는 팀이라고. 하루에도 서너 시간씩 계속되는 회의에 내몰리면 '경청'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매 순간 실감한다. 차분히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할 때도 많은데, 그 순간 팀의 민낯이 드러난다. 다수가 침묵하는가 혹은 다수가 자유롭게 의논하는가에 따라 상황이 놀랍도록 달라지기도 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나는 두 가지 상황을 고루 겪으며, 특유의 공기를 읽을 수 있게 됐다. 상대방의 의견보다는 당장 일을 끝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 서로의 성장보다는 문제없이 일이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피부로 느껴진다. 그 분위기는 팀에 대한 애정도를 갉아먹기에 충분하다. 최악의 경우, 누가 살아남느냐의 게임이 되기도 한다. '팀'이라는 듬직했던 단어가 무색해질 만큼.



어떤 집단이 훌륭한 성과를 냈다면
그 이유는 그 팀이 똑똑해서가 아니라
안전했기 때문이다.

_작가 '대니엘 코일'



어느새 7년. 프로젝트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제법 빠삭해진 지금. 회의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면 버릇처럼 떠올리는 순간들이 있다. 누구 하나 한눈팔지 않고 가만히 서로의 말에 경청하던 순간이, 나는 생각하지 못할 독특한 생각에 짜릿했던 순간이 마치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그런 회의는 언제나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에만 가능했다. 내가 어떤 엉뚱한 말을 하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여줄 거라는 믿음. 내 오랜 고민을 헤아려 말 한마디도 그냥 흘려듣지 않을 거라는 믿음. 그렇게 보낸 시간은 어떤 식으로든 서로를 성장하게 만든다. 그 안전하고도 따뜻한 느낌이 나를 계속해서 이곳에 머물게 한다. 때때로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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