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결혼을 결심하게 됐어요?"
그 사람은 대화가 잘 통해.
그 사람은 나를 가장 우선시해줘.
그 사람은 자기 일을 똑 부러지게 해.
그 사람은 배울 점이 많고,
그 사람은 나와 비슷한 면이 많아.
지난날을 가만히 돌아보면 나는 누군가를 좋아할 때 늘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곤 했다. 그 사람만이 가진 장점이라든지 그 사람이 내게 보인 태도라든지, ‘어떤 면이 좋은 거야?'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망설임 없이 대답할 거리가 있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누군가가 좋아지는 일은 없었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이유 모를 사람을 만났다. 혼자 밥 먹느니 굶기를 택하는 나와, 혼자서도 신나게 잘 노는 그 사람.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걸 혐오하지만 술은 꼭 길바닥에서 먹어야 하는 나와, 한 시간에 한 번 꼴로 담배를 입에 물지만 소주는 세 잔만 마셔도 기절하는 그 사람. 30년 인생에 단 한 번도 즐거운 운동을 찾지 못한 나와, 세상 어떤 운동도 중독 수준으로 빠져버리는 그 사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두 사람이 눈이 맞을 거라곤. 닮은 구석이 있는 것도, 서로 대단히 매력을 느낄 만한 포인트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느 날 갑자기 연인이 되었다. 이렇게 될 줄 우리조차 꿈에도 몰랐다.
그로부터 4년 뒤, 우리가 결혼 소식을 전했을 때, 모 선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곤 사실인지 여러 번 되물었다. 선배를 포함해 꽤 많은 사람들이 “이거, 몰래카메라 아니지”라며 농담을 던졌고, 내 오랜 친구는 도대체 결혼씩이나 되는 걸 어떻게 결심하게 됐냐며 그 이유를 찾아봐달라고 했다. 보자마자 불꽃이 탁 튀지 않았냐고, 한눈에 서로 알아보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1년 넘도록 선후배로 지낸 우리에겐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단지, 그 자리에서 생각난 이유는 딱 하나. “몰라. 그냥 같이 있으면 무지하게 재밌어.”였다.
어쩌면 결혼씩이나 되는 걸 단지 재미있다는 이유로 결심했다는 것 자체가 내 인생에 있어 꽤 ‘무모한 짓’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직까지도 네가 담배를 끊으면 술을 끊겠다, 집구석에 좀 붙어있어라, 집 밖으로 좀 나가라 서로 투닥거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그러려니 한다. 다른 면 투성이인데도 쓸데없이 웃을 일은 많다. 그렇다고 그 이유가 말 주변이 좋아서라거나 배려심이 깊어서는 또 아니고. 이런 이야기가 그다지 낭만적으로 들리진 않겠지만, 그냥 같이 있으면 그렇게 되어버리는 걸 보면 함께 있을 때 느껴지는 감정에만 몰두하게 되는 것, 그게 사랑이 주는 가장 큰 무모함이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