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10년 간의 사회생활을 곱씹어 보려 합니다.
제 입으로 말하면서도 여전히 실감이 잘 나지 않는, 10년 차 시니어가 되었습니다. 지금 회사로 이직한 지도 어느덧 3년이란 시간이 흘렀지요. 그리 긴 시간은 아닌 것 같은데, 어느 때보다 희로애락을 골고루 겪은 탓일까요. 이곳에서의 시간은 알게 모르게 저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습니다. 작게는 일을 대하는 자세부터 크게는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까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첫 인턴 시절을 함께 보낸 동기는 최근의 저를 보곤 이렇게 말했어요.
"너 전투력 많이 좋아졌다."
전투력이라. 회사 하나 다니는데 그런 게 대체 왜 필요한 걸까요. 칭찬인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그 말속의 의미를 아예 모를 거 같진 않습니다. 과거엔 회사에서 마주치는 모두가 그저 반갑기만 하고, 어떤 사람인지 파악도 하기 전에 다 좋은 사람일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거든요. 한 선배는 그런 제 모습을 보고, 사람만 만나면 꼬리부터 흔드는 댕댕이 같다고 했습니다. 어쩜 그렇게 다들 단점 하나 없어 보이는지, 상대방의 장점만 보이는 게 제 장점이라면 장점이었지요. 그러다 보니 3번이라는 적지 않은 이직을 해봤음에도 인간관계의 패턴은 비슷비슷했습니다. 마음을 활짝 열었다가 뭔가 이상한 낌새를 차렸다가 홀로 상처도 받았다가 아니겠거니 넘겨버리기의 반복이었어요. 물론 좋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지요. 닮고 싶을 만큼 마음씨 따뜻한 이들을 보면 인류애가 솟아나곤 했습니다. '그래, 저런 사람들이 만든 광고는 다를 수밖에 없어!'라며 고개를 끄덕이던 때도 있었고요. 그런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진작 이 업계를 떠났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다만, 불필요한 곳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게 만드는 말, 의도를 알 수 없는 행동,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까지. 일에서는 노력을 다하고, 관계에서는 진심을 다하면 절대 나쁜 일은 벌어질 수 없다는 저의 신념이 와장창 깨지는 순간들이었지요. 노력을 다해도 망할 수 있고, 진심을 다해도 뒷통수가 아닌 앞통수를 맞는 곳이 회사란 곳이었습니다. 그때부턴 이야기가 달라졌어요. 삶의 방식을 좀 바꿔야 할 것 같았습니다.
누가 볼지, 어디까지 볼지 모를 이 기록은 어디선가 우당탕탕 구르고 있을 또 다른 저를 위한 것일지 모릅니다. 지금은 일상 곳곳에 묻어있는 단서들을 통해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터득했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거든요. 그 시간들을 꾸역꾸역 견뎌야 할 때면 매번 같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아, 누가 진작 좀 알려줬더라면. 그랬다면 이 10년을 조금은 능숙하게 채울 수 있었을 텐데. 나의 뚝딱거림이나 어리숙함을 덜 들킬 수도 있었을 텐데 싶거든요. 하지만 그런 걸 하나하나 붙잡고 알려주기엔, 우리의 회사생활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것도 너무 잘 압니다. 저마다 하루하루를 살아내느라 여념이 없었을 테지요.
때마침 찾아와준 여유의 시간을 조금은 쓸모있게 써보려 합니다. 이쯤에서 나를 지켜준 것들을 한번 되짚어보려고 해요. 그 하나하나의 기록이 어떤 날은 따끔한 충고로, 또 어떤 날은 격한 공감으로 누군가에게 전해지길 빌어보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