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럼에도 불구하고 Oct 22. 2024

일과 나를 분리하는 법

4화 : 피드백은 받아들이기 나름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제가 하는 일은 여러 사람의 피드백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아이디어 하나를 냈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고민하는 우리 제작팀, 기획팀, 그리고 클라이언트까지, 그 후엔 광고를 본 모든 소비자로부터 신랄한 피드백을 받게 되지요. 누군가에겐 아주 매력적인 아이디어가 누군가에겐 최악의 아이디어가 되기도 하는 곳이 바로 회의실이었습니다. 게다가 제겐 이런 징크스도 하나 있었어요. ‘이번에 진짜 좋은 거 나왔다!’ 싶은 아이디어엔 무플이 달리고, ‘이건 뭐, 가져볼 법하네’ 하는 것들은 당황스러울 만큼 반응이 좋곤 했지요. 


저연차 때는 그게 참 혼란스러웠습니다. 동시에 저를 가장 괴롭게 하는 건 회의 때 받는 동료들의 피드백이었어요. 똑같은 과제를 놓고 고민해 본 사람으로서 제 아이디어의 과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것이기에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큰 무게가 실렸어요. 그래서일까요. 기대에 부풀어 가지고 간 아이디어가 수십 번 고쳐가며 완성한 카피가 생각보다 좋지 못한 의견을 듣게 되면 하루 종일 우울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특히 단 1개의 아이디어도 팔리지 않는 날엔 ‘나는 밥값도 못하고 있나’란 생각에 괜한 눈치가 보였지요. 그땐 아이디어 내는 일이 그다지 즐겁지 않았습니다. 회의를 앞둔 전 날 밤이면 종종 악몽을 꾸곤 했어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시원하게 말아먹는 그런 꿈을요.


그런데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알아차리게 됐어요. 나는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을 나 자신에 대한 피드백으로 받아들이고 있구나. 그러니까, 나 자체가 부정당했다는 생각에 상처가 된 거구나. 사람은 저마다의 생각이 있고, 스타일이 있는 게 당연한데 그걸 항상 지적이라고만 받아들였던 거지요. 그다음부턴 제 마음의 상태가 완전히 달라진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서 날카로운 피드백을 받을 때면 이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 저 사람의 의견은 저렇구나.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내 아이디어가 어떤 피드백을 받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피드백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달까요. 때때로 능청스럽게 스윽 말하기도 해요. "아, 저는 오늘 저의 A안을 팔고 싶습니다ㅎㅎ"라고요. 사람들의 피드백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한 아이디어라면 조금 더 강하게 주장해보기도 해요. 그게 먹히지 않는다면 또 어쩔 수 없는 일이고요. 일희일비하기엔, 우리의 회사생활은 생각보다 꽤 길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대를 걸 만한 관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