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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와 이해라는 분야

6화 : 신경, 꺼두셔도 좋습니다

by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마다 우는 이유는 참 다양한 것 같습니다. 분에 못 이겨서, 감정이 복받쳐서, 마음이 너무 아파서, 벅찰 만큼 기뻐서, 그리고 또 한 가지, ‘억울해서’가 바로 제 경우입니다. 다른 때는 어떻게든 꾹 참아내겠는데 이상하게도 억울한 일을 맞딱들이면 반사작용처럼 눈물이 콸콸 쏟아져버리곤 합니다.


늘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은 누군가로부터 오해 섞인 말을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러이러한 이야기가 들리던데, 그게 정말 사실이 맞니,라는 말을 듣자마자 제 눈엔 그렁그렁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죠. 누구나 절 오해할 자유는 있겠지만, 하지 않은 일에 대해 사실 여부를 묻는 이 상황을 납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 표정을 가만히 바라보던 그분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 너무 억울한데, 제가 직접 사실 확인을 해봐도 될까요?”


순간, 엄마가 매번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맞는 말이어도 지나치게 주장하진 않는 게 좋아. 옳은 게 늘 좋은 일만 가져오는 게 아니거든. 어릴 때부터 맞고 아니고를 집요하게 따지고 들던 제게 엄마가 건네준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었죠.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 조언도 효력이 없었습니다. 마치 책꽂이에 꽂혀있던 책들이 와르르 무너진 것처럼 마음속이 엉망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이렇게 만든 장본인에게 따끔하게 한 소리 하고 싶은 심정이었죠. 그러자, 제 맞은편에 앉아있던 선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저보다 족히 15년은 경력이 많던 그분은 단어 하나도 조심스럽게 고르는 듯 보였습니다.


“지금은 내 말이 좀 너무하다 느껴질 수 있는데. 그냥 넘어가 보는 건 어때. 하나하나 따지고 들면 네 속은 시원할 수 있어. 근데 내가 너보다 조금 더 살아봤고, 조금 더 억울한 일을 겪어본 입장에서 조심스럽게 말할게. 어떤 방식으로든 진짜와 가짜는 다 드러나게 돼 있어. 한번 기다려봐. 시간이 좀 걸려서 그렇지. ”


예전 같았다면 그러거나 말거나 제 마음 편한 쪽을 택했을 거예요. 다시는 그런 몹쓸 짓을 못하게 하려면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까 몇 날 며칠을 고민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럼에도, 한 번쯤은 믿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시간이란 게 마음만 치유해 주는 건 아니라고, 진실을 가려내는 일까지도 할 수 있다고, 그래서 오해를 오해 그대로 놔둬도 걱정하는 일 따윈 벌어지지 않는다고. 이 경험이 제게는 꼭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금. 무수히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온갖 일들이 벌어지는 회사라는 곳에서 제가 갖고 있는 대쪽 같은 생각은, 오해할 사람들은 정말 최선을 다해 나를 오해한다는 거예요. 이걸 반대로 하면 저를 믿는 사람이라면 어떤 말을 듣게 되더라도 저를 이해할 거리를 찾는다는 말이겠죠. 오해와 이해라는 이 어지러운 분야에 에너지를 덜 쏟는 만큼 당신은 분명 더 자유로워질 겁니다. 한번 기다려보세요. 시간이 좀 걸려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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