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정원이야기 - 마녀 찻집의 행복 메뉴 독후활동
마법의 정원 이야기 – 마녀 찻집의 행복 메뉴 - 안비루 야스코 글 그림. 황세정 옮김. 예림당 출판.
도서관에서 아이가 발견한 책이에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허브와 허브가 가진 특별한 효능을 마법이라는 상상력을 더해서 재미있게 풀어놓은 책입니다.
아이는 책 뒤쪽에 나온 ‘허브 식초 만들기’와 ‘허브 식초’를 이용해서 만든 ‘핑크에이드’를 마셔보고 싶다고 했어요. 함께 마트에 가서 필요한 재료를 사고, 즐겁게 돌아왔습니다.
책에 나온 레시피 대로 식초에 히비스커스 티백을 넣었어요. 하지만 바로 마실 수는 없어요. 차를 우린 식초는 일주일의 숙성 과정이 필요해요.
아이들은 바로 마셔보고 싶어 하긴 했지만 더 맛있는 ‘핑크에이드’를 위해 일주일의 숙성기간을 잘 기다려 주었습니다.
드디어 탄산수에 넣어 ‘핑크에이드’를 만들었어요. 그 맛이 어땠을까요?
네. 너무 시더라고요.
식초 양을 많이 넣은 것 같아서 사이다를 더 부었는데, 그래도 셔서 물도 섞었어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시더라구요. 책에 나온 용량대로 다 만들었다면 한 1년은 되야 다 먹었을 거에요. 색을 띌 정도만 넣으라고했는데 용량조절 실패였어요. 식초양을 줄여서 만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책은 두고 두고 먹으라고 양이 많았나봅니다. 색깔만 띄우는 건데 500ml나 준비하라니 너무 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색은 예쁩니다.
생각보다 맛이 너무 셔서 많이 마시지 못한 아이들은 허탈해 했어요. 일주일을 기다리며 상상했던 ‘핑크에이드’는 아이가 원했던 맛은 아니었지만 다음에도 또 해보고 싶다고 하네요. 모습을 보니 조금 안쓰러웠습니다. 아이들이 매일 냉장고를 열며 언제 되나 기다렸는데 결과가 아쉬웠어요. 남은 탄산수로 뭔가 더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래층 아주머니께서 주신 유자청이 생각나서 아이들에게 유자청을 타보자고 했어요.
오! 생각보다 더 맛있습니다. 식초로 만들어진 ‘핑크에이드’보다 유자로 만든 ‘유자 에이드’가 더 맛있다고 하네요. ^^ 실망했던 것도 잊어버리고 금새 유자에이드를 홀짝 홀짝 마시며 우리의 전 과정을 쫑알거리며 뿌듯해 하는 아이들입니다. 우리가 핑크에이드만 하고 끝날 줄 알았는데 유자 에이드까지 만들어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도 말해주네요.
이야기 도중에 갑자기 아이가 이 음료수를 더 시원하게 마시고 싶다며 냉장고에서 얼음을 뺍니다. 시원하게 게 마시며 만족스러워 합니다. 그러더니 “얼음판에 유자에이드를 넣으면 유자 얼음이 되겠네?”라며 해보고 싶데요. Why not~? 당연히 되지. 유자에이드를 넣어봅니다.
아이스크림 메이커도 써보라고 주었어요. 이날 다용도실 정리하느라 반찬통들을 뺐는데 그 안에서 예전에 사두었던 아이스크림 메이커도 발견해서 제가 씻어놨거든요. 누가 보면 제가 미리 이 활동을 위해 준비해 둔 줄 알 것 같아요. 정말 우연히 발견 되어 씻어둔건데 오늘 딱 이었어요. 사용하라고 줬더니 아이들이 기뻐하네요. 아이스크림 메이커에 에이드를 다 넣었는데 빈자리가 많이 남았어요. 아이가 뭐 더 얼릴만한 거 없나 하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야채 칸에 남아도는 사과주스를 발견합니다.
유자 에이드 아이스크림 2개, 사과 주스 아이스크림 2개, 이 두 음료를 블렌딩한 아이스크림 2개를 만들고 냉동실에 넣어줍니다. 남는 얼음칸에도 사과주스를 더 부어줍니다. 아이들은 내일까지 기다리기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다려야죠. 더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위해!
‘핑크에이드 프로젝트’는 기다림의 활동이었네요.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아이들은 냉장고로 달려갑니다. 아이스크림이 잘 만들어졌는지 확인한다며 하나씩 꺼냅니다. 생각보다 더 잘 만들어 졌습니다. 유자에이드 아이스크림은 얼음 알갱이들이 씹히면서 달콤했고, 사과 아이스크림은 뭉근하게 단맛과 시원함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모닝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으며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아이스크림이니까 많이 먹어도 되죠~?”하네요. ‘ 배가 아프겠지…?’
아이가 이 얼음에 꽃이 있으면 더 상큼하고 맛있을 것 같다며 아이디어를 냅니다.
꽃잎을 넣어서 봄 음료수를 만들고 싶다고 하네요. 즐거움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뻗어갑니다.
주문 할 것들이 있어서 인터넷으로 장을 보며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고 있는데 아이가 말한 아이디어가 생각나서 식용 꽃을 검색해봤어요. 함께 주문이 가능하더라고요. 말 나온김에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바로 주문을 했어요.
배송된 꽃만 봐도 아이들은 환호를 합니다. 꽃잎을 넣고 얼음을 만듭니다. 예쁘더라구요.
맛은 생각했던 맛은 아닙니다. 황홀할 줄 알았던 꽃얼음은 탄산수가 있을 때만 먹을만 합니다. 꽃이 생각보다 써서 어른인 제가 먹기에도 씁쓸합니다. 아이들은 결국 꽃은 먹지 못하고 눈만 호강했습니다. 그래도 새로운 도전에 모두 신기해하고 만족스러웠어요. 핑크 에이드에서 시작되어 꽃잎 얼음까지 만들어보았네요.
때론 내가 노력했던 결과가 내 기대와 다를때가 있죠. 원하는 목표가 뚜렷할 수록 그에 닿지 않았을 때 실망감도 더 큽니다. 하지만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실패라고 단정짓는다면 뭔가를 도전하는 게 어려운 일이 되버립니다.
내 기대와 다를 때 허탈할 수 있지만 과정을 즐겼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습니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라도 이 상태를 더 좋게 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모색해보는 것도 좋구요.
이번 경험이 바로 그것을 경험할 수 있었던 순간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시도하고 노력하고 인내하고 도전했지만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을 때 실망도 했죠. 하지만 다른 아이디어들로 결과를 보완해가고 결국 생각지도 못한 경험까지 해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이 과정들이 재미있다, 다음에 또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남았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저에게 "남은 재료로 다른 것도 만들어도 되요?"라며 새로운 시도를 또 준비중인 아이들입니다. 스물스물 올라오는 호기심이 또 다른 도전이 되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나게 되는 이 연속의 과정을 보며 감탄합니다.
놀이라고해서 마냥 해맑게 놀고 끝나지만은 않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내가 원하는 목표를 만듦니다. 하지만 그 목표에 닿지 않았다고 실패는 아닙니다. 오늘 활동에서는 달콤한 에이드가 목표였고, 어제 놀이터에서는 철봉에 30초 이상 메달리기가 목표였어요. 하지만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세상 끝날 것 처럼 우울해 하지 않습니다. 조금 실망은 했지만 또 다시 시도합니다.
"놀이에서 실패는 끝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다시 해보라'는 신호이다."
"놀이는 우리에게 -"다시 해볼래"라고 말하는 힘을 가르친다.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이수지 편-
끝이 아니라, 다른 방식을 찾으며 스스로 방식을 만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