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드칼리의 책은 평소 익숙하던 것을 다르게 보는 눈을 길러줍니다. 완두 시리즈도 재미있으면서 울림이 있어요.
그림책 완두는 태어날 때부터 몸집이 완두콩처럼 작은 아이 완두의 이야기예요. 몸집이 작아도 도전을 좋아하고, 하루하루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완두가 학교에 가면서 조금 힘든 시간이 있었어요. 결국 잘 이겨냅니다.
책을 읽던 아이는 “완두에게 친구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며 완두 친구를 그려줬어요.
이름은 만두와 콩이에요. 가족들도 그려줍니다. 만두와 콩이에서 만두네와 콩이네가 되었어요. 완두, 만두, 콩이가 지낼 수 있도록 집도 만들어줍니다.
동생도 언니가 하는 걸 보더니 간식으로 준 삶은 달걀에 그림을 그려주네요. 완두 친구 '달'이라고 합니다. 두 개를 그려서 이 집은 달이네입니다. 달이는 줄넘기를 하고 있어요.
이후 우연히 다비드칼리 작가님의 북토크를 듣게 되었어요. 작가님의 말이 감동적이어서 후기를 제 인스타에 남겼는데 작가님께서 제 글을 읽었다는 표시를 해주셨어요. 반가운 마음에 채팅으로 인사도 하고, 아이들이 그린 그림도 보여주었어요. 다비드칼리 작가님께서 만들기 작품과 그림을 보고 귀엽다고 해주셨답니다.
북토크에서 진행자가 다비드 칼리 작가에게 그림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물었어요.
A place for everyone (Un luogo per tutti)
한국어로 직역을 하면 만인을 위한 장소라고 나오는데요,
작가님의 뜻은 너를 위한 장소는 언제나 있다.
모두를 위한 장소이자 너만을 위한 장소
혹은 너만을 위해 내줄 수 있는 장소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고 했어요.
아이들은 북토크를 듣기 전에 이 활동을 했었는데요. 완두를 보며 자리를 내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친구도 만들어주고, 공간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보며 다비드 칼리 작가가 했던 말과 일맥상통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라고 마냥 미숙하게만 바라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내가 책임져야 하고 이끌어가야만 하는 존재로 바라볼 때는 제 마음에 부담이 커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속 깊은 마음을 들여다볼 때면 그렇게 바라보는 내가 더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아이는 잘 클 거라고 믿어주어야 한다고, 믿어주는 만큼 자란다고 합니다. 하지만 내 불안감은 믿음을 주기보단 내가 다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그럴 때 아이의 생각을 듣게 되면 다시 제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아이가 하는 행동에서 잠재력을 발견하게 되면 그때서야 믿게 됩니다.
내 작은 그릇으로 아이들을 품어주고 믿어주려면 나는 나만의 방식이 필요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기록하기입니다. 내가 발견한 아이들의 가능성, 잠재력을 기록해 두고 내 마음이 흔들릴 때 찾아서 읽기로 했습니다.
저의 작은 그릇을 넓히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독서, 글쓰기, 그리고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특히 일상기록은 함께 보면서 추억을 기억하고 긍정적인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일상기록글쓰기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흔들리는 갈대 같은 저의 마음을 잠시라도 붙잡아 둘 수 있어서 저에게는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일상기록 글쓰기는 나를 위해 내가 만들어 놓은 자리 같은 역할도 합니다. 하나씩 기록하며 미소가 나오고,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내가 나를 위해 만드는 자리는 내 삶이 촉촉해집니다.
아이가 스스로 하는 독후활동 역시 아이가 자기를 위해 스스로 만든 자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