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독후활동을 목적으로 책 읽기를 하게 되면 독서의 즐거움은 사라지게 되니까요. 아이의 독후활동은 독서를 즐긴 후 하는 자연스러운 놀이였습니다. 제가 한 일은 아이가 책을 읽고 어떤 활동(쫑알쫑알 이야기를 하는 것부터 거창한 만들기까지 무엇이든)을 하든지 반응해 주고 응원해 주는 것이었어요.
활동은 순서나 형식 없이 아이 마음대로 진행되었습니다. 보통은 책을 보고 대화를 나누다 활동까지 이어집니다. 그러나 어떤 날은 바로 독후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날은 아이가 그냥 무언가를 만들다 생각나는 책이 있어서 역으로 책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정해진 틀 없이 진행이 되다 보니 결과물이 시중에 있는 독후 활동지나 활동물들에 비하면 많이 부족해 보일 수 있습니다. 준비물 역시 미리 준비하고 하는 것들이 아니라 그때그때 집에 있는 재료들로 하다 보니 그 한계는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독후 활동보다 의미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정해준 독후 활동이 아닌 아이 스스로 한 활동들이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독후 활동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출판사에서 제공되는 독후활동지를 활용해서 아이들과 즐겁고 다양한 확장활동을 하기 때문이죠.
행복교과서(2011)에서는 행복을 이렇게 말합니다. 즐거움, 의미발견, 몰입 이 세 가지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충족되었을 때라고 말이죠.
아이가 이 시간을 통해 의미를 발견했는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몰입해서 즐겁게 한 것은 확실합니다. 그 자체만 기억하고 있어도 앞으로 살아갈 때 큰 힘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의미 발견의 시간이었습니다. 관찰하는 동안 행복하지 않을 수 없었죠.
아이가 스스로 활동을 하고 싶다고 의사 표현을 할 때는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너 혼자 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의도와는 다르게 하다 보면 힘들기도 하고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아이가 스스로 하는 독후활동은 아이의 놀이방법 중 하나라고 해석했어요. 실제로 아이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요. 놀이는 혼자 노는 것보다 같이 놀 때 더 재미있습니다. 아이가 활동을 하다가 도움을 요청할 때는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함께 놀자고 청할 때도 가능한 함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ebs 다큐프라임 놀이의 반란
놀이에는 진짜놀이와 가짜 놀이가 있다고 합니다. 진짜 놀이와 가짜놀이의 차이는 겉으로는 잘 파악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이를 구분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아이가 주도적으로 원해서 자발적으로 하며 즐거움을 느껴야 합니다.
첫째, 엄마가 놀이를 통해 무언가 가르치려고 해서는 안된다. 두 번째, 아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세 번째, 놀이를 통해서 자신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도록 해준다 놀이의 반란 진짜 놀이 가짜 놀이 p152
나도 모르게 아이의 활동에 주도권을 뺏으려 하진 않았는지, 학습적으로 접근하려고 하진 않았는지 경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앞으로도 아이가 자발적으로 원해서 주도적으로 즐겁게 활동하는 것들이 많아지길 응원합니다.
이 기록은 아이가 즐겁게 독서하며 놀았던 날들의 기록입니다.
또한 이 글을 보시는 독자분께서도 독후 활동을 공부의 연장선상이 아닌 '즐거운 놀이'로 접근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