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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람 휘 Aug 10. 2023

귀신된장찌개

귀신 님! 날 보러 와요! 독후활동


■ 귀신 ! 날 보러 와요! ■

(진수경 글. 그림. 천 개의 바람 출판)

귀신 님! 날 보러 와요! - 예스24 (yes24.com)


‘귀신님 날 보러 와요’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영우가 할머니를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면서 벌어진 이야기입니다. 영우는 만나고 싶은 할머니는 못 만나고 다른 귀신들만 만나게 되는데요. 과연 영우는 할머니를 만날 수 있을까요?


우리 집 인기 책 중 하나인  ‘귀신님 날 보러 와요'입니다. 평소에도 자주 읽어주는 책인데 이날은 첫째 아이가 둘째 아이에게 읽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둘이 나눈 대화를 듣고 있었어요.


<아이의 질문>

-귀신이 진짜 있을까? 있다고 생각해?

-귀신은 얼마나 무서울까?

-귀신보다 무서운 게 있을까?

-나는 나쁜 사람이 더 무서운데,, 귀신보다 나쁜 사람도 있을까?

-돌아가신 분이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해?

-나도 귀신이 될까? 그럼 어떻게 해?

-내가 귀신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귀신이 되면 해보고 싶은 것은?


아이들이 서로 귀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귀여웠어요. 둘째 아이가 당당하게 “난 귀여운 귀신이 될 거야. 나쁜 사람을 다 없애줄게”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네요.


이야기하는 동안 첫째 아이는 ‘매지컬 워터 페인팅'이란 펜을 이용해서 '귀여운 귀신은 이런 건가' 하면서 그림을 그렸어요. '메지컬 워터 페인팅' 펜은 도자기 숟가락에 그림을 그린 후 도자기 숟가락을 물에 담그면 그림이 스티커처럼 떨어지는 거예요. 제가 보기엔 강아지 같은데 귀여운 귀신이라고 하네요. 갈색 강아지모양 귀신 이름은 몽몽이고, 토끼 모양 귀신은 토토예요.


저는 아무리 봐도 귀신같지 않은데 아이들이 귀신이라고 하니 믿어줍니다.


매직펜 그림은 사용할 때 기술이 필요해요. 물에 넣으면 둥둥 뜨는데, 이때 조심히 잘 건져내야 해요. 둘째 아이도 언니 따라 여러 번 그렸는데 건져낼 때 계속 실패해서 속상해했어요. 그냥 색연필로 하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래요. 매지컬 펜으로 하는 게 아니라면 뭔가 만들기처럼 해보고 싶다고 하네요. 종이에 하는 방법 말고 다른 방법으로 해 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 이럴 때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 거지. 속상해할 필요 없어. 만들기 하면 되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저녁 메뉴가 된장찌개인데 이 재료들로 만들어 볼래?” 하니 아이들이 정말 좋아합니다.


“이걸로 만들어 보자. 대신 이 재료는 된장찌개에 들어갈 거니까 손 잘 씻고 만들자.”  재료가 더 다양하면 좋을 것 같아서 냉장고에 있는 다른 채소도 준비해 주었어요.


아이들은 신이 나서 만들기를 시작합니다.

왼쪽 - 처녀귀신  오른쪽 - 도깨비
왼쪽 - 드라큘라    오른쪽 - 물귀신
왼쪽 - 외눈박이 도깨비   오른쪽 - 마녀
왼쪽 - 고양이 귀신  오른쪽 - 물귀신임을 나타내기 위해 글자 '물'을 정성껏 만든 모습
피자를 배달하는 마녀귀신과 피자를 받고 좋아하는 드라큘라



재료를 이용해서 귀신도 만들어보고, 재미있게 역할극 놀이도 했습니다.

놀이가 끝나면 귀신들을 냄비에 넣어 달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재료를 다 분리해서 넣어주었네요.


냄비에 담긴 귀신들은 된장찌개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된장찌개 맛은 귀신 맛이 아닌 된장찌개 맛이었어요.


매번 놀이를 위해 다양한 재료를 준비해 줄 수는 없지만  기회가 될 때는 준비해주려고 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날의 놀이를 기록하려고 노력합니다. 


하루하루를 버티기로 보낸 시간들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놀이 아이템이 중요했어요. 내가 조금이라도 편하려면 이 장난감으로 아이들이 오래 놀 수 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의 관점이 바뀌면서 조금 달라졌습니다. '버티기'에서 '관찰하기' 더 나아가서는 '아이의 잠재력 찾기'로 바뀌게 되면서부터는 장난감 자체보다 아이들 대화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화 속에서 답을 찾다 보면 꼭 비싼 장난감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즐겁게 놀면서 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놀이를 관찰하면서 아이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보려고 노력하고, 발견의 기쁨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를(특히 육아를) 버티기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보낸다면 이보다 더 지루 할 수가 없습니다. 나도 이 안에서 과정을 즐겼을 때 육아가 노동이 아닌 즐거운 시간이 된다는 걸 알게 된 후부터는 좀 더 적극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의 활동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 날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뿌듯했답니다. 저녁식사 후 아이들이 안마도 해주었어요. 엎드려서 안마를 받으니 시원하고 좋았답니다


치우기는 조금 힘들지만 아이들에게는 좋은 추억 하나 더 만들어졌고, 저는 발견했던 기쁨을 기록할 수 있어서 보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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