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바람 휘 Aug 16. 2023

사과 사탕, 포도 사탕, 그리고 눈 사탕

이게 정말 사과일까? 독후활동

이미지 - yes24


이게 정말 사과일까? - 요시타케 신스케 글. 그림 주니어 김영사 출판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를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뭔가 분석하는 것 같고 심각해 보이지만 사실 엉뚱한 상상의 끝판왕 같아요. 아이들은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가 판을 깔아주면 거기에서 다양한 상상을 더 쌓아가며 즐거워합니다. ‘이게 정말 사과일까’를 본 둘째 아이는 책을 다 읽자마자 냉장고에서 사과를 꺼내 옵니다.


“이 사과는 마법사일지 몰라!”(셔틀콕 모자)

“사과 나라 공주!” (노란색 삔)

“마녀일 수도 있어.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어떤 사과가 제일 맛있니?”(인형의 집 화장대)

“할머니가 꿀 사과라고 했잖아! 꿀벌의 집일 수도 있지?”

“사실은 공이야. 공놀이해야지~!” (굴리기 놀이)



사과 공놀이를 끝낸 아이가 그림을 그립니다.

"이 사과는 사실 사과사탕이야. 나무에서 자라는 사과사탕. 포도도 사실은 포도 사탕이고. 토리(산책하다 주운 도토리)가 사과사탕도 따고, 포도사탕도 따는데 눈사탕이 내려오고 있어. “ 이렇게 설명을 합니다.




그림만 보면 무슨 내용인지 사실 아이만 알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아이에게 어떤 내용인지 물어보면 아이는 신이 나서 자세히 설명해 줍니다. 아이가 설명해 주는 내용을 들을 때는 저도 감탄하게 됩니다. 우리가 했던 산책이나, 도토리 줍기 같은 지난 시간들을 잊지 않고 그림에 표현한다거나, 눈사탕이라는 새로운 것도 상상해 내는 걸 직관하게 되니 저절로 감탄이 나옵니다. 아이가 스스로 자라는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감사함은 저절로 나옵니다.


저도 처음부터 아이들의 활동을 지지하지는 못했습니다. 육아 초창기에는 체력이 정말 많이 달려서 항상 누워있었으니까요.


둘째를 낳고 한참 동안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때 첫째 아이가 뭔가를 한다고 하면 달갑지 않았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치울 생각을 하면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짜증이 밀려왔어요.

그땐 '오늘 하루만 잘 버텨보자'가 늘 머릿속에 있었어요.


두 아이를 씻기고 밥만 잘 챙겨줘도 난 내 몫을 다 한 거란 생각이 컸기에 그 외에 일들은 안 하고 싶었나 봐요. 아이가 뭘 한다고 하면 여러 가지 이유를 데며 하지 못하게 했어요. 혹여 허락을 한다 하더라도 흔쾌히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어쩔 수 없이 허락했죠. 아이도 즐겁게 하는 게 아니라 눈치를 보며 할 수밖에 없었죠.

 

시간이 흘러

두 아이 육아에 익숙해진 건지,

몸이 스스로 나아진 건지,

아이들이 자라서 내 몫이 줄어들어 수월해진 건지,

의식적으로 운동을 하면서 체력이 조금씩 나아진 건지,

이 모든 게 다 작용을 한건진 모르지만

체력이 좀 생겼어요.




체력이 좋아지니  

아이들의 일상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감탄하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아이들의 놀이활동을 지켜보는 제 마음도 예전과 달라졌어요. 아이들의 활동에 대한 저의 태도가 많이 변했습니다. 귀엽고 대견하고 잠재력이 마구 보이더라고요.

이런 눈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저라는 사람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루하루 버티기로 보내던 제가 이제는 그 하루가 잊히는 게 아쉬워서 기록까지 하게 되었어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잠이 항상 부족했고, 아이들 밥은 먹이면서 내 끼니는 건너뛸 때가 다반사고 대충 때우거나 밤에 몰아서 먹는 게 일상이었어요. 피곤하고 기분도 저기압일 때가 많았죠. 당연히 짜증도 늘고 말이죠.


그때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삼시세끼 꼭 다 챙겨 먹지는 않더라도 건강 간식을 먹고 휴식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있어요. 잠도 잘 자려고 하고요.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합니다. 좋은 문구를 보면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매일 6000보 걷기도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내가 좋아하는 걸 하는 나만의 시간을 꼭 챙기고 있어요.


아이들만이 우선이 되버리고 나를 잃는다면 누구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없기에 나를 위한 시간도 꼭 챙기고 있어요.


내가 행복해야 아이들을 바라볼 때도 사랑으로 바라볼 수 있고, 내 체력이 좋아야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물론 아이들의 어린 시절인 이 시간은 지금만 누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내 체력이 부족하면 이 모든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게 되버리고 힘든 일로만 느껴지게 됩니다. 아이들의 잠재력을 찾기는커녕 귀찮고 짜증 나는 일로만 보게 됩니다.  


그렇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어요.

 

아이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되,  


내가 해줄 수 있는 만큼만 해주기.

무리하지 않기.

나도 보살피기.


이 세 가지를 지키려고 합니다.


아이와의 독후활동, 놀이활동이 다양한 이유로 두려운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길 바라는 마음에 제가 하는 노력들도  적어봤습니다.


엄마라는 무게가 무거울 수 있지만 이 시간이 엄마도 즐겁고 아이도 즐겁길 바랍니다.


아이를 챙기기 전에 먼저 나의 체력과 나마음을 챙긴다면, 여유가 생기고 뭐든 흔쾌히 응원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후에는 아이들의 활동 기록뿐 아니라 성장 기록, 여행기록까지도 가능하실지 몰라요. ㅎㅎ

'기록하기도, 기억하기도 힘들다.' 하시는 분이 계실 것 같아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적어봅니다.


아이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즐거워할 때 나오는 미소는 정말 눈부시고 보물 같아요.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습니다.

이전 04화 까만 크레파스의 마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