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는 하루 동안 채워야 할 애정의 양이 있다
자정이 지나 잠자리에 들려고 침대에 누웠다가 아이가 칭얼거리는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어제오늘 친구네 가족들과 키즈펜션에 다녀온 터라 나처럼 티거도 피곤했나 보다 생각하며 옆에 누워 등을 토닥거렸다.
평소라면 좀 칭얼거리다 잠들 텐데, 계속해서 몸을 뒤척이던 아이가 이내 서러운 울음을 터트린다. 잠에서 깬 건 아닌데, 눈물까지 뚝뚝 흘리며 울던 아이가 뭐라고 웅얼거리기 시작한다.
귀를 바짝 아이의 입 앞에 가져다 대고 "티거야, 왜 그래? 어디 아파? 뭐 줄까?" 연신 묻는데 아이는 고개만 도리도리. 그러다 이내 "안아, 안아" 웅얼거린다.
"안아? 티거 안아줘?"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기에 어안이 벙벙하여 되묻자 아이는 대답은 않고 연신 "안아, 안아"만 중얼거리더니 이내 더 서럽게 운다. 당황해서 아이를 안고 다독이는데도 아이는 뭐가 서러운지 계속 운다. 어느새 옆방에서 일하다 말고 쫓아온 남편도 상황을 지켜보는 가운데, 잠잠해진 아이의 울음이 다시 폭발한다. 그러더니 갑자기 무언가를 가리키며 "이거, 이거!" 한다.
영문을 몰라서 아이를 내려놓으니 "으아앙!" 서럽게 울며 구석에 놓인 베개를 끌고 오는 아이. 베개 두 개와 자기를 함께 안으란다.
당장은 아이를 달랠 길이 그것밖에 없어서 베개 2개와 아이를 힘겹게 끌어안자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는 뭐라고 웅얼웅얼. 그러더니 곧 울음이 잦아들며 잠이 든다. 이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이를 내려놓자 곧바로 다시 깨서는 엉엉. "안아! 안아!" 이제는 악을 쓰기 시작한다.
나도 여독이 몰려온 터라 궁여지책으로 아이와 베개를 배 위에 올리고 비스듬히 앉아 잠을 청했다. "신생아도 아니고, 티거야 왜 그래?" 약간은 불만 섞인 물음을 던지면서.
그러다 문득 어제오늘을 반추해 봤다. 키즈펜션에서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느라 티거를 충분히 안아주지 못했고, 돌아와서는 짐 정리를 하느라 TV 앞에 티거를 방치했다. 평소라면 티거가 안아달라고 할 때마다 틈틈이 안아줬는데. 어제오늘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남편이랑 농담처럼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티거는 하루 에너지를 다 써야만 푹 자는 것 같다고. 1일 1산책은 필수라고. 우리는 이걸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라고 부르고는 했다.
어쩌면 애정의 양도 비슷한 게 아닐까? 아이가 하루 동안 엄마 품에서 채워야 할 애정량이 있는 거다. 그걸 온전히 채워야만 푹 잘 수 있는 거고.
18개월 된 아이를 신생아처럼 배 위에 올려놓고, 눈물범벅이 된 채 내 품을 파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나도 모르게 작게 되뇌었다. "엄마가 충분히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