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성 쌓기
쉽게 마음을 주면 쉽게 상처를 받는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을 안 주는 게 어렵다. 누군가 내 사람이 되면 나에겐 그 사람의 장점이 마치 돋보기로 보듯 크게 보이는데, 그러고 나면 그 사람의 단점마저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퍼주고 싶은 마음이 어찌 그리 많은지 나를 사랑할 몫까지 잔뜩 떼어주고 만다. 내 마음을 지탱하던 견고한 모래성은 위태롭게 깃발이 꽂혀있을 자리만 남아있다.
답답하고 무료하게 멈춰있는 8월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나를 가장 사랑하지 못했고, 잡히지 않는 모래 같은 관계를 두 손으로 꼭 움켜쥐려 했다. 내 몫을 떼어낸 모래는 바람에 흩날려 떠났다. 이 모래들이 당신의 성에 닿았을까. 기왕 내 손을 떠난 거, 당신의 성에 움푹 파인 홈이 있었다면 거길 잘 채워줬으면 싶다.
선선한 9월이다. 습하지 않은 기분 좋은 바람이 분다. 아프도록 꽉 잡았던 두 주먹을 필 때다. 눈물로 모래성이 단단해졌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나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