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서 삼 만원이 나왔다.
아이에게 읽어주려고 빌린 동화책이었다.
아이와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책장을 넘기다가 만 원짜리 한 장을 발견했다.
"이건 무슨 돈이에요?"
아이가 물었다.
나는 대답하는 대신 책장을 빠르게 넘기며 만 원짜리 두 장을 더 찾았다.
"이건 누구 돈이에요?"
아이가 다시 물었다.
나는 삼 만원을 손에 쥔 채 곰곰이 생각했다.
"글쎄, 누구 돈이지?"
삼 만원이 한군데 같이 있던 것도 아니고 여러 책장에 서로 나뉘어 끼워져 있는 것으로 봐서 어른이 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왠지 모르게 아이가 장난으로 한 짓 같았다.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내 딸같이 여섯 살 난 아이를 상상한다.
아이가 아빠 지갑에서 몰래 돈 삼 만원을 꺼내어 책꽂이의 어느 책 안에 꽂는다.
그리고는 아빠에게 책꽂이 어딘가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말하며 찾아보라고 한다.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보던 아빠는 책꽂이 앞에서 찾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이내 흥미를 잃고 다시 침대에 눕는다.
아이는 아빠에게 더 찾아보라고 하고, 아빠는 아이에게 못 찾겠다며 서로 승강이를 벌인다.
아이는 아빠에게 혼이 나고선 울음을 터뜨린다.
아이는 꽂아놓은 돈 삼 만원에 대해서 잊어버리고 만다.
며칠 뒤 아이 엄마는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만다.
"아빠, 그냥 이 돈 우리가 가질까?"
아이가 말했다.
"왜? 이 돈 갖고 싶어?"
내가 되물었다.
"응, 이거면 집 앞 다이소에 가서 반짝반짝 색종이랑 알록달록 풍선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이가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래도 주인을 찾아주면 어떨까? 어떤 아이가 색종이랑 풍선 살 돈을 책에 꽂아놓고 깜빡 잊은 거면 어떡해?"
내가 아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음... 그래. 그게 좋겠다."
아이는 포기가 빨랐다.
그 주 토요일에 책을 반납하러 집 근처 도서관에 아이와 함께 갔다.
도서관 사서에게 동화책에서 삼 만원이 나왔으니 주인을 찾아주라고 말했다.
아이와 나는 다른 책을 빌리러 다시 동화책들이 꽂힌 서가로 갔다.
이제 막 도서관이 문을 연 시각이라 그런지 한산했다.
아이는 늘 하던 대로 이 책 저 책을 빼보며 무엇을 빌릴지 고르고 있었다.
그때 도서관 사서가 우리에게 왔다.
"반납하신 책은 아버님이 처음 빌리신 거예요. 전에 빌린 사람이 없어서 돈을 찾아 줄 수가 없어요."
사서는 나에게 삼 만원을 내밀었다.
나는 돈을 손에 쥔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럼 어떻게 삼 만원이 들어있던 거지?
아이의 시선은 동화책에서 돈으로 향해 있었다.
"이러면 어떨까? 우리가 이 돈을 다시 동화책에 꽂아 두는 거야. 동화책을 읽는 아이에게 상을 주는 거지."
"세 개 다?"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응, 서로 다른 동화책에 한 장씩 꽂아두자."
"그럼, 내 상은? 나도 책을 읽었으니까 상을 받아야지."
잠자코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그럼, 책 두 개만 골라봐."
사서에게 포스트잇과 펜을 빌려 ‘동화책을 읽는 아이에게 주는 상입니다.’라고 적어서 지폐에 붙였다.
그리고 동화책 두 권을 골라서 만 원 짜리 한 장씩 꽂아두었다.
그 후 아이와 나는 한 주 동안 읽을 동화책 세 권을 빌려서 도서관을 나섰다.
"상으로 받은 만 원으로 뭐할까?"
아이에게 물었다.
그러자 아이가 길 건너편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우리는 반짝반짝 색종이랑 알록달록 풍선을 사기 위해 다이소로 향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