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y.허송세월_ 시골에서 살기
나의 두번째 시골집.
시골살이를 결정하게 된다면 살게 될 동네를 정하는 일, 그 동네에 살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부터 어려움이 예상된다. 도시처럼 부동산에 매물을 내놓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인이 있거나 많은 발품을 팔아야 한다. 사실 시골 동네를 하나 점찍고 돌아다니다니 보면 빈 집이 수두룩한데, 아직까지도 빈집정보를 알 수 있는 괜찮은 플랫폼을 찾지 못했다. 어떤 지역은 군청 홈페이지에 빈집 매물을 올려놓기도 하고, 몇 군데 인터넷카페들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전원주택이나 부동산매매의 목적이기 때문에, 나처럼 도시대신 시골살이(?)를 하려는 사람들에겐 적합하진 않다.
나는 첫번째 집과 마찬가지로, 아는 사람에게 집을 소개 받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는 집 구하기의 어려움은 없었다. 일터를 서천으로 옮기게 되면서 마을에 먼저 내려와있던 친구들이 이곳 저곳을 보여주었는데
ㄷ자 구조의 마당이 있는 옛날 집이라 좋았다.(알고 보니 담벼락이 무너져 있어서 편하게 드나들 수 있었다.) 오래 비워져있던 집임에도 불구하고 곰팡이 하나 없이 관리가 잘 되었고, 방 구조와 넓이가 적당해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집을 결정할 수 있었다.
처음 봤을 때 집. 7~8년 정도 비워져있던 집이다. 지은지 오래된 초가집 구조를 계속 고치며 살아왔을거라고 추측이 된다. 마당에서 집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구들장이 남아있는 사랑방과 창고 1개가 있는 건물, 창고 2개가 있는 건물이 있고, 오른쪽에는 푸세식화장실이 있는 건물이 있다.
뒷켠에는 전 주인이 쓰던 항아리들이 많고, 담장 위로는 바로 뒷산으로 이어지는데 대나무 숲이 바로 보인다.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공간이 있는데 여길 뭐라고 불러야할지 지금도 모르겠다. 방의 기능을 하지도 않고, 거실로 보기도 어렵다. 방과 방을 연결해주는 기능을 한다고 볼 수는 있는데 왜 있는지는 딱히 잘 모르겠지만 옛날집을 보면 이런 공간이 있는 집들이 꽤 있다. 예전에는 한 집에 여러 세대가 함께 살았으니까 방을 조금이라도 독립적으로 쓰기 위해서 이런 식으로 만들었으려나?
조금씩 고쳐가면서 사셨기 때문인지 미닫이문이나, 천장, 콘센트 같은 것들이 깨끗하다. 다만 벽의 합판색이 너무 촌스럽고.. 마루 바닥이 다 꺼져있었기 때문에, 벽에 나무를 덧대고 나무 바닥을 다시 깔았다. 미닫이 문은 지금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정면에 보이는 방. 왼쪽엔 다락으로 연결되는 문이 있고, 오른쪽 문을 열면 작은 수납공간이 있다. 사진으론 보이지 않는 오른쪽 문 옆에 미닫이가 하나있고, 옆 방으로 연결된다. 옆 방엔 빌트인 된(ㅎㅎ)미닫이 장이 있는데 직접 짜넣은 것 같은 서랍장이 있다. 아직 멀쩡해서 서랍만 빼내고 햇볕에 잘 말려서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입구에서 오른쪽에 있는 방. 가장 넓다. 창문문풍지가 다 뜯어지긴 했지만 깨끗한 편. 장판들은 너무 촌스러워서 바꾸고 벽지는 레트로한 실크벽지라 마음에 들었지만... 너무 오래되어서 도배랑 장판은 새로 다시 했다. 문은 그대로 살려두고 창문은 다 옛날 나무 틀이라 전체적으로 다 교체했다.
가장 난감했던 것은 주방과 화장실...
세면대와 변기도 없기 욕조만 덜렁있었다. 화장실은 오랫동안 푸세식을 사용하셔서, 배관을 다시 깔아야했다.
주방........
옛날 아궁이가 있던 자리 위에 합판만 깔고 사용하셨는지 걸을 때 마다 싱크대가 흔들렸다. 억지로 바닥을 올려놓은데다가 다락방도 주방 위에 있어서 내가 서있어도 머리가 닿을 것 같은 높이였다. 바닥을 까냈더니 70cm가까이 떠있었다. 아궁이가 있던 자리는 부수고 바닥을 다시 깔았는데 지금도 낮아서 턱을 하나 두었다.
도배+장판, 샷시, 화장실, 주방 공사라서, 시간이 크게 소요되진 않을거라고 예상을 했는데 배관작업과 주방작업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2달 가까이 걸린 것 같다. 직접... 다하지는 못하고 현장소장님하고 조금씩 의논해가면서 했다. 공사를 했던 시절에는 너무 바빠서 사진도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 흑흑
에프터 사진.
사실 구조가 분리되어 있어서 인테리어를 크게 할 일은 없고.. 가구와 소품으로 채울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거실은 벽과 바닥에 루바를 깔았다. 얼마전에 색칠을 다시했는데 벽은 마음에 들진 않아서 조금 더 어두운 색으로 바꾸어볼까 생각즁......... 소품용 선반을 놓는 것 외에는 별로 활용할 수 없는 공간이지만 고양이 화장실을 놓을 수 있어서 좋다. 샷시는 여름에 활짝열면 툇마루처럼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폴딩도어로 했다. 그런데 폴딩도어는 아무래도 빈틈이 많아서 겨울에는 춥다. 결국 커튼을..!
작업실 공간 겸 커뮤니티 공간. 저녁엔 혼자 일을 하고 맥주도 마시고 책도 읽고 거의 이 곳에서 하루를 보낸다. 주방이 좁아서 여기서 밥 먹고, 술 먹고.. 6명 정도가 딱 적당하다. 원래는 바깥에 화분을 두고 싶었는데 춥기도 해서 화분도 싹 들여놨더니 좁아졌다. 책이 많아서 많이 줄이고 왔는데도 벌써 책장이 더 필요해졌다. 책을 두는 공간에 대해선 고민이 조금 더 필요하다.
거실 안 쪽 공간은 미닫이 장 안에 옷을 보관하기가 편해서 내 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침대만 넣어도 좁긴하지만 좁아서 따뜻하고.... 큰 방은 혼자사는데 별로 사용할 일이 없어서 매트리스 놓고 손님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조금 여유가 되면 꾸며서 손님방으로 쓰고 에어비앤비를 열어볼 예정..!
가장 많이 변한 공간인 화장실과 주방. 변기와 세면대를 설치했다. 세탁기는.. 놓을 공간이 없기도 하고 혼자 사는 공간에 굳이 필요하지 않아서 근처 공유공간에서 돌리고 큰 빨래는 빨래방에 가서 한다.
주방은 원래 화장실하고 같은 타일로 공사가 마무리 되어서 영 마음에 안 들었었는데, 최근에 타일을 사서 바꾸고 선반을 달았다. 예전에 있던 선반장은 너무 예뻐서 깨끗히 닦고 그대로 쓰고 있다.
어떻게 마무리 할 지 몰라서 호옹이로 마무리...!
집을 구하는 법이나, 고치는 법 등 정보를 줄 수 있는 글을 써보곤 싶었지만.. 너무 게으르니까 다음 공간을 고칠 때 써봐야지 :) 이번엔 단순히 이 전 모습하고 비교해보고 싶어서 처음 적어보는 글이다. 시골에 살면서도 괜찮은 시골집에 사는 것은 여전히 로망. 아쉬운 것이 많기는 하지만, 어쨌든 당분간 애정을 갖고 지낼 내 공간.
-2020.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