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은 편리왕_11.28

by 소산공원

오늘도 새벽에 깬 할미.

어제 일기와 호두와글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잔 것이 맘에 남아 잠에 깨어 콤퓨타 앞에 앉았다. 구름이 일렁일렁 아름다왔다. 어쩐지 아침에 깨어있는 시내랑 노닥거리다 일기를 마무리 짓고 따뜻한 차를 챙겨 출근.

조금 이른 출근을 하게 되는 날엔 음악을 크게 틀고 커피물을 올려놓고 바닥을 쓸거나 어제 쌓아둔 컵을 씻고 커피를 내린다. 크게 튼 음악이 핵심! 24일부터 겨울플레이리스트들을 채비했다. 듣던 음악들을 별로 벗어나질 못할테지만 말이다.

낮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막 갑자기 쏟아붓더니 멈추고, 쏟아부어대고 멈추는 비의 반복. 오랜만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무지 반가웠지만, 몸이 오들오들 떨리기 시작했다. 사과나무의 겨울은 춥거나 건조하거나 손이 시렵다. 시골집처럼. 따뜻한 물을 마시려 부지런히 움직여야하고 수시로 손을 녹여야한다. 그치만 가장 좋은 것은 빠른 퇴근! 사과나무에서 마쳐야하는 일을 얼른 끝내곤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출근한지 5시간 만에 퇴근!


11월에 크게 놓아버린 바람에 일하는 마음이 잘 잡히지 않는다. 사실 일년중에 잠깐의 바쁜 각성 시절을 빼어놓고는 대체로 이런 상태로 지내는데, 유독 가을과 겨울엔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느낌이다. 맘은 바쁘게 부풀고 몸은 풀어져버리는, 안절부절한 상태로 겨울을 맞이한다. 그래도 이런 시간을 보내야 많이 바쁠 때 그래 지난 주에 여유로운 시간들을 보냈지하며 맘을 돌볼 수 있다.


지갑을 잃어버린 듯 하다. 아직 확신한 순 없지만 잃어버렸다고 반 이상은 확정을 짓고, 편리를 위해 카드를 재발급 받았다. 그러면서도 어디선가에서 나타날 것만 같은 마음. 난 언제나 덤벙거리며 무엇인가를 두고 다니지만, 잘 잃어버리지 않는다. 지갑을 잃어버린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나의 덜렁거림을 생각하면 의아한 스코어다.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일. 나의 지갑이 낯선 어딘가에서 덜렁거리며 혼자 있다고? 쓸쓸해서 참을 수가 없다. 더 잘해줄걸. 아 맞다 롱스톤 스티커 들었는데 씨........................


아무튼 잘 잃어버리지 않는 이유는, 어쩐지 돌아오게 되는 일들이 벌어져서다. 몇 년 전에 택시에 가방을 두고 내렸는데 택시 기사님이 가방에 있던 고지서의 주소를 보고 문 앞에 걸어주고 간 기억, 지갑 안에 있던 명함을 보고 전화를 걸어주던 사람들. 대체로 나의 능력보다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운을 가지고 태어난 것은 확실하다. 그 덕에 대충 덤벙거리며 안전하게 산다.


아! 덕 본 일 또 하나. 설해샘 인스타 글을 보고 혹시나 해서 편리왕 예매를 스을쩍 부탁했는데 세상에나, 얼리버드 티켓팅에 성공해버렸다! 설해샘에게 미안하지만 정말 1%도 기대하지 않은채 대충 한 말이었다. 그런데 정말이지 성공해버리다니. 이런 운이 좋은(?)상황은 처음이라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편리왕을 살아생전 만나게 된다니. 라이브를 들을 수 있다니. 벌써 쓸쓸하던 풍경들을 보상받는 기분이다. 아 운 좋은 친구들을 만나는 것 정말 편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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