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12.6-9

by 소산공원

12.6

아침에 눈이 많이 왔다. 안성 동네를 벗어나는데만 한참이 걸렸다. 다른 때 같았으면 당연히 차를 돌려 집에서 일을 했겠지만, 토모요씨가 오시는 날. 서로 조심히 오라며 카톡을 보내고, 시내는 25거리를 2시간을 걸려서 오고 사장님은 1시간반 거리를 2시간만에 왔다. 아리송한 일.


토모요씨와 타누끼상과 곤드레밥을 먹고. 오후에 일로 조금씩 부산을 떨면서 조각보 워크숍에 함께 했다. 토모요씨와 여러 사람들이 그린 그림을 이어붙이는 작업이었다. 2019년에 산새에서 했던 워크숍인데,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내 그림이 두 개 남아있다. 낯설었다. 아시아의 평화를 떠올리면서 그림을 그리는(혹은 꼴라주)작업이었는데, 작업 전에 짧은 명상을 했던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작업 전 사장님, 나, 시내, 비슷한 느낌의 그림을 한 데 모아두었는데 9장의 그림 중에 시내가 그린 그림 2개를 쏙 찾아냈다. 이름이 써있던 것도 아닌데 무언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사장님도 내가 그린 것을 한번에 맞췄다.


짬짬히 일을 하며 작업을 했다. 풀로만 붙이면 되는 작업이었는데 좋은 기운이 번지는 느낌이었다. 쇼파 위의 벽을 치우고 그림들을 걸었다. 사과나무와 딱 어울리는 따뜻하고 평화로운 그림이었다. 이 기운들을 오래오래 함께 간직하고 싶다.


토모요씨가 가실 때, 왜 또 괜시리 눈물이 났다. 당분간은 못 보겠지. 몇 번 만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그리운 사람이 되어버린걸까. 포옹을 나누며 건강하게 따뜻하게 잘 지내시길 진심으로 바랐다.


저녁엔 시내랑 낭만적인 극장에서 본즈앤올을 보았지.


12.7

수정이랑 시내랑 서울에 간 날. 서울로 가야하는 급한 인쇄물이 있어 직접 들고 가 역에서 퀵을 불렀다. 급한 인쇄물을 보내는 여러가지 방법들이 쌓여가는게 웃기다. 가장 최악의 경우는 새벽에 파주까지 가서 물건을 받아왔던 것.

수정 시내랑 동대문 닭한마리 칼국수에 가서 점심을 먹고. 앉자마자 막걸리를 시켜야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술 안먹는 애들에게 한모금씩 따라주면서 조곰 기뻤다. 히히. 따뜻한 국물을 맛있게 먹고 술 기운으로 동대문을 돌아다녔다. 사과나무의 커다란 창문을 가릴 커튼를 고르러 온 것. 어울릴만한 천을 찾으면 수정이가 만들어주기로 했다. 천을 다루는 전문가가 곁에 있는 것 정말 좋은 일이야! 20대 때 뺀지르 하게 돌아다녔던 동대문. 그 때는 지치지도 않고 온 가게를 샅샅히 돌아다녔는데 지금은 한 층을 보기도 버거웠다. 다 술 때문이겠지! 다행히 오래 돌아다니지 않고 맘에 드는 스와치를 찾았다. 악세사리, 부자재 층도 구경하고. 모두 약간 지친채로 DDP로 넘어가 커피를 마셨다.

시내랑 수정이는 장 줄리앙 전시를 보러 가고, 나는 중앙아시아거리를 구경했다. 몽골꼬냑, 몽골레스토랑을 봐서 반가웠다. 언젠간 가보고 싶다.

계획엔 없었는데, 기차를 타자마자 붕붕에 가고 싶었다. 천안에서도 잘 안하는 급만남을 서울에서 하다니. 히히. 만쉡이 지인짜 맛있는 꼬막, 수육, 육전, 육전을 해주셨다. 그 중 단연코 제일 맛있었던 것은 무생채!ㅎㅎ어떤 재능이 있는 사람은 손 끝에 요정의 지팡이 같은게 달려있는 것 같다. 그냥 무였을텐데.. 그 손으로 만지면 빛이 나는 맛있는 무생채가 되어있는거다. 참말로 신기해



12.8

오랜만에 집안일을 좀 했다. 구석구석.


12.9

수정시내의 합동생일파티. 걔네 생일은 17,18일인데 특별히 당일날 할 것들도 없을거면서 왜 이렇게 빨리 만났는지 이유를 잘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언니들을 뫼시겠다고, 내가 노래노래부르던 참치블루스에 갔다. 인스타에서 우연히 본 곳인데, LP와 참치의 조합이 궁금했다. 생각보다 멀쑥한 공간이어서 약간의 실망?과 안도감을 느꼈다. 한쪽 벽면에 있는 커다란 스피커와 LP들이 멋진 공간이었다. 참치를 먹고, 분위기가 또로로 익을 때쯤에 겨우 노래를 신청해들을 수 있었다. 전람회 LP가 곳곳에 보이길래 BLUE CHRISTMAS를 적어냈는데, 사장님이 굳이 오셔서 처음 뜯는 LP에요 라고 말씀해주셨다. 노래를 틀 때마다 앨범 커버가 보이도록 밖으로 꺼내주셨는데 그게 참 좋았다. 생각해보니까 피드에 있는 브로콜리너마저 앨범을 듣고 싶었던거였는데.. 돌아오니까 생각이 난다. 흑흑.. 최형묵의 딸 최시내와 이번용의 딸 이다솜이 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술 싸움을 했다. 박태호의 딸 박소산은 그들이 같잖고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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