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수영을 마치고 오단지로 동치미를 얻으러 갔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친구네 집에 놀러간 건 처음이다. 어머님이 주말에 주셨다는 동치미랑 군고구마를 먹었다. 겨울에 할 수 있는 가장 최상급의 스윔푸드.
동치미를 한사발 얻어오고 방앗간에 갔다. 그렝이에서 받은 쌀이 두 포대나 있는데 집에 있는 쌀을 먹느라 미처 먹지 못한거다. 아까운 쌀을 묵혔으니 어찌하나 두고만 있다가 큰 맘 먹고 주말에 쌀을 골랐다. 떡을 맡기는 것은 처음이라 엄마에게 전화를 해 이것저것 물었다. 떡을 맞추는데 얼마인지, 얼마나 걸리는지, 쌀을 어떻게 가져가야하는지. 독립 살림을 한 지는 오래 되었지만 한 번도 내 몫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전날 씻어둔 쌀을 방앗간에 맡기니 40분 만에 떡이 나왔다. 쌀 한말에서 그렇게 많은 가래떡이 나오는 건 처음 알았다. 따끈하고 부드러운 갓 만든 떡이란! 마침 놀러온 의진이와 이웃들과 나눠 먹고도 아직 한참이 남았다.
저녁 간식으로 또 가래떡을 구워먹고 가혜 어머니가 주신 감말랭이와 상희샘 어머니가 주신 동치미를 먹었다. 냉장고엔 호철 어머니의 무김치와 김장김치, 윤숙 씨의 김장김치, 사장님 어머니의 묵은 김치가 남아있다. 주변에 많은 어무니 덕에 먹고 산다.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수 있을까.
나는 아마 엄마처럼 주렁주렁 가족과 자식을 달고 살진 못할테지만 친구들의 다정한 이웃이 되고 싶다. 그러니 천천히 전수 받아야지. 꼭 해보고 싶은 것은 이런 거다. 청국장 만들기, 김장하기, 메주 만들기, 동치미 만들기, 비닐하우스 씌우기, 시래기 말리기, 로터리 치기, 식물망 치기, 벼농사 짓기.... 겨우 쌀 한말 방앗간에 맡기고 하는 상상.
덧. 호철이 오늘은 시금치 리조또를 해줬다. 대충 집밥 먹으려고 했는데 글을 본 바람에 맛있는걸 해야할 것 같아 급히 냉장고를 털어 했다는데, 냉털의 차원이 달랐다.. 주기적으로 써서 계속 맛있는거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