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사라졌다._09.30

by 소산공원

소설을 써보았씁니다,..이 것을 소설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들키고 싶지 않아서 입니다. 중학교 때 신화 팬픽을 쓴 이후로.. 제 인생 첫 소설,,,,후후,,,




돌이 사라졌다.

얼마 전 여행을 함께 했던 친구와 술을 마시며 한참동안 여행에서 만난 돌, 주운 돌, 가진 돌, 사랑하는 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른을 훌쩍 넘긴 어른들이 할 만한 대화였는가를 돌이켜본다면 이상한 구석이 있지만. 아무튼 다음에 만날 때 챙겨서 보여주리라 호기롭게 약속했던 돌이었다. 그런데 돌이 있던 그 자리를 더듬어보니, 돌이 없다. 돌이 사라졌다.

돌은 항상 차 안에 있었다. 기어스틱 뒤 가로 5cm에 세로 2cm쯤 되는 홈이 있는데, 마치 그 돌을 위해 맞춤장을 짠 것처럼 알맞게 들어갔다. 장거리 운전을 하거나, 홀로 무료할 때면 손바닥을 누르고, 발바닥도 누르던. 뾰족한 부분으로 어깨와 다리를 마사지하고 부드러운 부분으로 얼굴을 훑던. 소중한 돌이었다. 함께 긴 여행을 했던 친구들에게도 (나랑 뭘 했는지 말하지 않은 채) 마사지를 해주던, 다정한 돌.

돌이 어디로 갔을까? 몇 번이고 차의 구석구석 한참을 살폈다. 아침에도 살피고, 퇴근하고도 살폈다. 그 돌을 얼마나 좋아하는 지 잘 아는 친구에게도 몇 번을 찾아보게 했다. 그런데도 돌은 나타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 난거지? 차를 번쩍 들고 뒤집어 탈탈 털어내고 싶었다. 얼마 전 세차를 한 적이 있는데 설마..? 하지만 이제껏 세차를 해오는 동안 단 한 번도 돌은 차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배려가 넘치는 돌은 세차에 거치적거린 적이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집에 오는 길에 세차장에 들렀다. “혹시 지난주에 들어온 분실물 중에.. 까맣고 세모난 돌이 있었나요?” 나는 돌이 마치 손바닥 위에 있는 것처럼 오목하게 모은 손바닥을 모이며 물었다. “돈이요?”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그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선명하게 알아챌 만한 표정이었다. 차마 “아니요 돌이요...”하지 못하고 자리를 나왔다. 그럼에도 떠나지 못하고 한참을 세차를 한 자리들을 살펴보았다.

남면로 1103번길 33-7 앞 몽돌해변. 그 돌이 살던 곳이다. 여행에서 우연히 이상한 친구들을 만나 좋은 밤을 보낸 기념으로 데려온 돌. ‘가족이 있는 돌이에요’라는 표지판을 보고도, 경찰서 앞에서도 연민과 두려움을 무릅쓴 채 데려온 돌. 이렇게 가족들이 많이 모여 있으면 힘드니까, 나와 닮은 돌을 데려와야겠다는 생각하고 찾다 만난 돌이었다. 산 모양을 갖춘 세모난. 그다지 예쁘지도 않고 안정감도 없던 둥그렇고 뾰족한 이상한 돌. 내가 너의 가족이 되어주겠노라 하며 입양한 돌. 겨우 2018년의 일이다. 4년 밖에 지내지 못했는데. 충분히 사랑을 나누지 못했는데.



슬픔에 빠져 산책을 하는데, 오래된 이어폰의 오른쪽이 자꾸 흘러내린다. 왜 오른쪽 이어폰만 흘러나오지? 의아한 마음에 이어폰을 살펴보다 그것이 내 돌과 닮았다는 걸 발견한다. 그게 아니라면. 혹시 돌이 귀에 들어갔나? 그래서 이어폰이 자꾸 흘러내리는 건가? 나도 모르는 사이 돌을 삼켜버렸나? 그래서 이렇게 마음이 둥근 채로 뾰족하게 무거운 건가?


이 돌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 세계는 양도 복제하고 개도 복제하고 결국 사람도 복제할 테지만, 돌을 복제하진 못 할 텐데. 이 세상에 유일무이가 있다면 바로 그 돌이었을 텐데. 산도, 나무도, 물도, 모든 동물들도. 계속 새로 태어나지만 돌만큼은 태어난 상태로, 그대로 있었을 텐데. 계속 작아지면서도. 흩어지면서도.


그러다 문득. ‘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라는 서른을 훌쩍 넘긴 어른이 할 법하지 않은 궁금증이 생겼다. 바윗돌 깨뜨려 돌덩이, 돌덩이 깨뜨려 돌멩이.. 돌멩이 깨뜨려 자갈돌... 자갈돌 깨트려 모레알...랄라라... 돌은 없애버릴지 수는 있지만 새롭게 만들 수는 없지 않나?


참을 수 없어 네이버에 물어본다. ‘돌 만드는 법’. 그러자 지식인들이 나눈 대화 단 하나.


“돌은 어떻게 만드나요? 돌이 먹고 싶어요.”


“1. 퇴적물을 모아요.

2. 눌러요.

3. 이 짓을 오랫동안 많이 반복해요.

4. 퇴적암 완성!! ^^7

5. 큰 압력이랑 높은 온도를 가해요

6. 이 짓을 또 오랫동안 해요

7. 변성암 완성!!! ^^7 “




이 짓을 얼마나. 오랫동안 많이 반복해야 하나. 얼마나 큰 압력과 높은 온도를 견뎌야하나.

그 유일무이를 잃어야하나. 뾰족하고 둥그렇게 삼킨 돌덩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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