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 (w/ 코요 작가님)
대선을 열흘 앞둔 현재, 어느 때보다 착잡한 마음이 든다. 고질적인 양당체제 앞에서 최악이냐 차악이냐, 똥이냐 설사냐, 이야기하고 있는 주변의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투표권을 가지고 있지만 그로 인해 ‘정말 나의’ 정치적 의사를 주장한다는 느낌은 받지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빠지게 된다. 윤 피하려 이 뽑는다, 마음만은 심인데 이 뽑는다. 이러한 말로 자신의 진심을 대변하는 이들의 ‘마음’은 정작 수치로 집계될 수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러한 현실이 정치인의 전략으로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점이다. 윤 후보가 젊은 남성들을 공략하기 위해 취한 안티 페미니즘적 스탠스가 이에 해당된다. “여가부가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와 같은 그의 발언은 자기 연민에 빠진 소외된 남성들을 공략하기에 좋은 전략이었다. 이는 곧바로 젠더 이슈에 예민한 20대 남성들의 지지율을 상승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처럼 거대한 양당체제 속에서 정치선전이 쓰이는 방식은 ‘국민 편 가르기’에 지나지 않는다. 언론은 어떤 후보의 입에서 나온 말의 진위 여부를 명백히 확인하기보다 각 후보가 서로를 폄하하는 발언을 조명하는 일에 관심이 많고, 대통령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국민의 눈치를 보며 건설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상대의 과거에 대한 도덕성을 검증하는 일에 시간을 쓴다. 단 하나의 정당이 견제의 대상이 되었을 땐, 무엇보다 상대의 발목을 잡는 것이 가장 간편하고 효과적인 승리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하다.
지난 25일 토론에선 양당체제의 권력 구조를 개편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이야기가 이루어졌다. 윤 후보가 ‘선거를 앞둔 쇼’라고 말했듯이 늦은 감이 있는 정치 개혁에 대한 논의이지만, 그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보단 시도를 보여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다당제 도입안이 민주당의 의총을 통과할지가 요점이라는 안 후보의 말에 반응해 이 후보는 오늘(27일) 의총을 개최한다.
이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한국의 정치 구도는 국가가 들어야 할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감시하는 눈이 있는 체제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 개혁에 대한 이 후보의 마지막 승부수 결과 역시 소신 투표와 전략 투표 사이에서 방황하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기준이 될 것 같다.
- 코요 작가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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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한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