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과 방역패스 (w/ 코요 작가님)
별다른 부작용 없이 화이자 백신을 3차까지 접종 완료한 입장에서 다중이용시설에 들어갈 때마다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다. ‘여기서 만약 내가 미접종자였다면?’ 잠시 아찔한 기분과 함께 이내 안도감이 찾아오는 까닭은 정확히 두 가지 때문일 것이다. 첫 번째는 백신을 맞지 않았더라면 내가 살아야 했을 일상이 참 가혹하다는 것을 체감하는 데에서 오는 아찔함. 두 번째는 굳이 경험하고 싶지 않은 생활의 모습으로부터 무사히 벗어났다는 안도감. 그런 두 겹의 기분에 휩싸여 QR 체크인을 하고 예방접종 증명서를 내미는 일은 매번 나는 ‘패스’되고 누군가는 그러지 못한다는 것을 몸으로 확인하는 경험이다.
나는 이제까지 세 번의 백신 접종 과정에서 모두 주사를 맞은 부위에 24시간 정도 지속되는 통증이 있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특별히 우려되는 점이 없었기 때문에 백신을 맞기 전에 크게 두려움에 떨지도 않았고, 주변에서 흔하게 복용하는 타이레놀도 먹지 않았다. 그저 내가 청소년도, 임신부도, 기저질환자도, 이상 반응이 있는 사람도 아니라는 이유로 그렇게 됐다. 내 몸이 주사를 견딜 수 있는 조건이 되기 때문에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백신을 맞았다. 하지만 그것이 마치 우대권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겨지게 만드는 사회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참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 속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방역패스는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미접종 여부에 따라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제한한다. 이는 개인이 백신을 맞지 않을 자유를 억압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일반적으로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을 두고 ‘미접종자’라고 포괄해서 말하지만, 사람마다 미접종의 이유는 각기 다르다. 일각에서는 이들에게 공격적으로 말한다. 공익을 위해 행동하지 않으니 이기적이다, 백신은 맞기 싫고 혜택은 받고 싶은 거냐, 배달도 잘 되어 있고 집 안에서 모든 걸 할 수 있는데 굳이 나가겠다는 건 무슨 심보냐. 하지만 단순히 ‘안 나가고 안 먹으면 되는’ 일로 매듭짓기엔 다수의 접종자가 온전히 상상할 수 없는 미접종자의 서로 다른 삶의 모습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질병을 이유로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한 환자의 경우엔 위급한 순간에 당장 PCR 음성확인서가 없어서 진료를 거부당할 수 있다. 긴급한 상황에 병원 방문이 어렵고 그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면 과연 난감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임신부의 경우 섣불리 백신 접종을 하는 일이 꺼려질 수 있다. 또한 기저질환으로 인해 주사를 맞지 못한 회사원은 직장에서 여러 사람과 대면해 조직 생활을 하는 일에 무리가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필요할 때 외출을 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지는 것과 강제로 금지된 환경에 처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이다.
다수의 접종자 사이에서 외출이 두려운 것도, 무분별한 접촉에 경각심을 크게 느끼는 것도 미접종자들일 것이다. 이들의 사정을 헤아리려는 시도 없이, 백신 접종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다수의 기준으로 바라보고 보편의 잣대를 들이밀고자 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타인의 삶을 상상하고 그 안에 자신을 대입하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면, 미접종자들에게 혐오 발언을 던질 수 있을까. 그러한 태도는 방향이 잘못된 분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백신 접종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이기적인 사람으로 휩쓸어 가는 분위기 속에서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구도로 나뉜 갈라치기가 더 심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된다. 미접종자를 잠재적 바이러스로 인식하는 시각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차별화하는 정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 코요 작가님의 글
: https://brunch.co.kr/@singwithme/6
#수수한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