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과 방역패스 (w/ 박어깨 작가님)
2022년 첫 빅뉴스는 ‘대형마트 방역패스’였다. 2022년 2월 12일 0시 기준 한국의 인구 대비 2차 접종률은 전체 86.1%, 청소년 2차 접종률은 77.3%로 매우 높은 편이다.1) 기저질환으로 백신을 맞지 못한 사람이나 개인적인 이유로 백신을 맞지 못하는 (혹은 않는) 사람은 48시간 내에 받은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통해 방역패스가 실시되는 곳에 출입할 수 있었다. (현재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음성이 나오면 24시간 동안 사용이 가능하다) 방역패스가 실시되던 식당이나 카페에 대한 불만도 꽤 있었겠으나 방역패스를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실시한다고 발표했을 때는 거센 반발이 있었다.
백신 접종률이 오르면 단체 면역 형성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개인의 사정은 저마다라서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코로나19는 전에 없던 바이러스였으므로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감염을 예방하고 치명률을 낮출 수 있는 백신과 치료제를 만들기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인류의 과학 발전으로 백신은 생각보다 빨리 만들어졌지만 살아남을 수 있을지, 부작용이 없을지 확신할 수 없는 백신을 맞겠다는 것은 굉장한 신뢰가 필요한 일이다.
전 세계에서 백신을 맞고 있다고 해서 나도 맞아야겠다는 일직선의 생각보다는 백신이 내게 어떤 작용을 할지 고민해보는 것이 비판적인 태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백신 접종률을 보인 건, 낙관적인 생각이겠으나, 내가 바이러스 보유자가 될 수 있고 타인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휴대폰 케이스도 커스텀 제작을 맡겨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뽐내는 게 유행했을 만큼 개인의 취향과 선택이 강조되던 때에, 코로나19의 발병은 개인이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사건이다.
그러나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사람은 공동체, 더 정확히 말하자면 건강한 공동체로부터 배척받았다고 느꼈을 수도 있겠다. 나의 가족은 3차 접종 후 심근염 증세가 있어 약을 복용했고 백신 2차까지 맞은 후 코로나 델타에 걸린 친구는 사경을 헤맸다. 나는 고열은 없었으나 평소 지병이던 편두통이 심해져서 응급실을 다녀왔고 이후 며칠 동안 편두통에 시달렸다. 대부분이 건강하다고 해서 내가 건강한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이 건강하지도 않다는 걸 자주 잊는다. 건강함이 ‘정상’, ‘기준’인 사회는 기이하지만 무차별적 바이러스 테러 앞에서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데려다 걸레받이로 쓸 수도 있다.
물론 개인의 호오(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에 따라 백신을 맞지 않기를 선택한 사람도 있겠으나, 이들의 호오는 백신을 맞은 사람에게든 기저질환 때문에 맞지 않은 사람에게든 생명을 위태롭게 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선택의 문제로 바라볼 수는 없다. 대형마트 방역패스를 반대했던 사람 중에는 자신의 목숨만 생각하는(따지고 보면 생각하지 않는 쪽에 가까울 수 있다) 이기적인 사람도 있지만, 언제나 음성 확인서를 받아서 일상을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이 분명 있었을 테다. 게다가 대형 마트는 생활과 생존을 위한 물품을 사기 위해서 가는 공간이므로 더욱 반발이 심했다.
다수, 정상, 쓸모로만 따졌을 때 그 안에 무리 없이 속할 수 있는 사람들과 만나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만 들었을 때 공동체는 더 이상 기능하지 않을 것이다. 이리저리 삐져나간 ‘정상’ 범위 바깥의 이야기 역시 다뤄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가 백신을 맞은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것, 혹은 백신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기 위함이 아님을 명확하게 밝히고 싶다. 86.1%와 77.3%라는 고무적인 단합력에 안심하고 기뻐하고 어딘가에 내세우는 것만큼 정상의 범위에 들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더 넓은 공동체 속에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
1)코로나19 예방접종 및 국내 발생 현황http://ncov.mohw.go.kr/tcmBoardView.do?brdId=3&brdGubun=31&dataGubun=&ncvContSeq=6377&contSeq=6377&board_id=312&gubun=ALL
- 박어깨 작가님의 글
https://brunch.co.kr/@shoulder/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