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에 대하여 (w/ 코요 작가님)
일상에서 너무 많은 정보를 머리에 주입하고 주입받는 일은 대개 피로하지만, 이상하게도 틈이 나면 결국엔 읽을거리를 찾게 되고, 눈만 돌리면 주변에 읽을거리가 가득하다는 사실은 기쁜 일이다.
온라인에 접속하면 각종 뉴스레터, 웹진을 비롯한 구독 서비스를 쉽게 만나볼 수 있고, 개중에는 무료로 읽을 수 있는 것 역시 많다. 내가 가장 반가움을 느끼는 형태의 읽을거리는 메일링 서비스인데, 비대면의 경로로 구체적인 ‘손’을 떠올리게 하는 그 물성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정해진 요일에 슬며시 ‘메일함’으로 도착하기 때문에 글이 나에게 닿기까지 남은 일수를 헤아려 보는 감각도 색다르다.
올해는 문보영 시인의 시 딜리버리, 이서구유의 두더지 프로젝트, 문학동네의 우.시.사 레터를 구독했다. 서비스를 구독하는 기간에는 일정한 시간대에 메일함을 열어보고, 내용물이 무엇일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것을 뜯어보는 일이 즐겁다.
발송인에 따라 파일의 형식이 다르고, 만듦새가 다르고, 글꼴 또한 다르다. 나는 그 안에 적힌 문장을 따라 읽으며 상대의 근황을 듣고, 기분을 가늠하고, 일용할 노래들을 얻고, 그런 것들이 삶에 스미고, 또 다른 생각들이 생겨난다. 그런 낱낱의 과정들이 모두 읽기의 매력이다.
누군가의 사사로운 텍스트를 읽다 보면, 그 안에 담긴 사고가 풍요롭고 구체적이고 촘촘해서 감탄하고, 미처 내 안에 있다고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마음을 뚫고 바깥으로 나오는 것을 느낀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거두어들여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전환하여 간직한다면 더욱 넓어질 수 있다고 여긴다.
내가 잘 알거나 모르는 타인의 생각을 계속해서 궁금해하는 것. 그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일이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은 읽는 행위의 힘일 것이다. 읽기를 통해 자꾸만 누군가에게 빠져들고 빠져나오는 일은 영 질리지 않을 것 같다.
- 코요 작가님의 글
: https://brunch.co.kr/@singwithme/10
#수수한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