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시간은 소비자를 서두르게 만들고 공간은 그곳에 그들을 머물게 한다.
이렇게 상품을 구매한다는 건, 사실은 시공간이 짜놓은 무대 위에서 반응하고 있는 건 아닐까?
예를 들어, 홈쇼핑 화면 왼편과 하단에 L자로 상풍의 구매정보를 볼 수 있는 그래픽을 L-Bar라고 한다. 한 번 떠올려보자. 남은 수량과 방송 종료 시간이 동시에 깜빡일 때, 소비자는 단순히 정보를 보는 게 아니라 그 순간과 지금의 TV화면의 공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때, 시간이 조여 오고 공간에 몰입될 때 소비자의 선택은 더 빨라지고 더 강렬해진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시공간이 함께 작동할 때
문학비평가 바흐친은 이를 ‘크로노토프(Chronotope)’라 불렀다.
이야기가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품을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는 뜻이다.
마케팅도 다르지 않다.
서비스 마케팅 연구자 비트너는 ‘서비스스케이프(Servicescape)’라는 개념을 통해, 공간의 설계와 시간의 흐름이 함께 고객의 경험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사람은 장소와 시간을 따로 느끼지 않는다. 늘 동시에 체험하고, 동시에 반응한다.
홈쇼핑 현장은 시공간 전략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무대다. L-Bar 한쪽에 표시되는 남은 수량, 방송 종료 타임. 그 작은 숫자들이 주는 압박감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그리고 라이브커머스에선 타이머와 채팅창이 결합한다.
“지금 이 시간, 이곳에서만 가능한 경험”이라는 분위기가 시청자를 붙잡는다. 같은 상품도 시간과 공간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반응을 불러온다.
온라인 이커머스도 마찬가지다.
네이버의 타임특가, 아마존의 플래시딜, 쿠팡의 로켓배송 문구 등은 모두 시간과 공간을 엮어 “망설이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오늘 밤 12시, 내일 도착.
짧은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시간의 긴박감과 공간의 확신이 동시에 들어 있다.
또한, 오프라인도 다르지 않다.
팝업스토어, 백화점의 타임세일, 스타벅스 시즌 메뉴, 테마파크의 계절 이벤트 등 사람들은 “언제”와 “어디서”가 겹치는 순간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기억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작은 축제처럼 남는다.
시공간 전략의 본질
시간은 긴박감을 만든다.
공간은 몰입감을 만든다.
둘이 만나면 소비자는 더 이상 구경꾼이 아니다. 무대 위 주인공이 된다.
“지금, 여기에서만 가능한 경험.”
이보다 강한 설득은 없을지도 모른다.
결국 소비자는 늘 지금, 여기에서만 반응한다.
시간이 흘러가고 공간이 달라지면, 그 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그래서 마케팅은 지금 이 순간을 마법처럼 설계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무대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다음 질문은 ‘타깃’이다.”
참고문헌
Bakhtin, M. M. (1981). The Dialogic Imagination: Four Essays. University of Texas Press. (크로노토프 개념)
Bitner, M. J. (1992). Servicescapes: The Impact of Physical Surroundings on Customers and Employees. Journal of Marketing, 56(2), 57–71.
Cialdini, R. (2009). Influence: Science and Practice. Pearson. (희소성과 시간 압박)
Kotler, P., & Keller, K. L. (2016). Marketing Management (15th Edition). Pearson. (마케팅 전략 일반 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