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누구에게 말하고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STP전략, 모두가 아닌 단 한 사람에게

by 성민기

시간과 공간의 무대가 아무리 잘 설계되어도, 관객이 없다면 공연은 시작되지 않는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 팔 것인가?” 이 질문이 빠지면 모든 전략은 공허해진다.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건, 사실 아무도 대상으로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요즘 세대는 술자리가 달라졌다. 따라서 예전처럼 무조건 술잔을 기울이는 대신, 논알코올 음료로 분위기를 즐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소버 큐리어스란 ‘술 취하지 않은’이라는 의미의 ‘소버(Sober)’와 ‘궁금한’이라는 뜻의 ‘큐리어스(Curious)’가 결합된 단어다. 소버 큐리어스는 건강에 좋지 않은 술을 굳이 마실 필요가 있을지 의문을 갖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현상은 국내외 술소비의 감소 추이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기업이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하이네켄 0.0이다.

이 브랜드는 술자리 경험은 유지하면서도 알코올은 피하고 싶은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20~30대 MZ세대와 건강을 중시하는 직장인, 심지어 운전 전후에도 마실 수 있는 음료로 세분화(Segmentation)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술은 즐기고 싶지만, 알코올은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타깃(Targeting)으로 삼았다. 마지막으로 단순히 맥주 맛 음료가 아니라, “맥주의 즐거움은 그대로, 알코올은 없는 새로운 경험”이라는 포지셔닝(Positioning)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결과, 이제 소비자의 머릿속에서 “논알코올=하이네켄 0.0”이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이 사례는 STP 전략이 어떻게 시장을 새로 만들고, 브랜드를 머릿속에 각인시키는지 잘 보여준다.

이런 영향은 우리나라에서도 편의점 무알콜 맥주나 스타벅스 디카페인 음료는, 같은 흐름에서 탄생한 ‘새로운 세분화와 포지셔닝’의 결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마케터는 반드시 ‘누구’를 정해야 한다. 그 과정이 바로 STP(Segmentation·Targeting·Positioning) 전략이며, 현대 마케팅의 가장 기본이자 강력한 도구 중 하나다.

“세분화는 고객을 발견하는 첫 단계다.”
Kotler & Keller(2016)
시장 세분화(Segmentation) : 고객을 나누는 힘

세분화(Segmentation)는 고객을 기준에 따라 나누는 일이다.

인구통계적: 나이, 성별, 소득, 직업.

심리적: 라이프스타일, 가치관, 태도.

행동적: 구매 빈도, 충성도, 사용 목적.

이 세 가지 기준은 교과서적 정의에 머물지 않는다. 실제 현장에서 어떤 언어를 쓰고, 어떤 장면을 보여줄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같은 화장품이라도 20대 여성은 SNS에서 보여줄 수 있는 트렌디함에 반응한다.
반면 50대 여성은 주름 개선이나 피부 회복 같은 기능적 메시지에 더 끌린다.

넷플릭스는 시청 패턴에 따라 고객을 세분화해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한다.
이렇게 상품은 같아도, 고객을 어떻게 세분화하느냐에 따라 전달하는 언어와 장면이 달라진다.


표적 시장 선정(Targeting) :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모든 세분화 집단이 타깃이 될 수는 없다.
집중 타깃 전략(니치 시장), 다중 타깃 전략(여러 세분집단 공략), 대중 타깃 전략(모두를 포괄) 가운데 선택이 필요하다.

Apple: 프리미엄 고객층만을 집중 타깃으로 삼아, 대중 브랜드가 아닌 상징적 브랜드로 성장했다.

나이키: 특정 스포츠 선수·러너들을 겨냥해 시작했지만, 점차 “모든 사람의 운동화”로 확장했다.

홈쇼핑을 떠올려보자.
하루 중 특정 시간대 방송은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한다. 관절 건강식품, 경량 아웃도어, 두뇌 건강 기능식품 같은 제품이 그 시간대에 배치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이렇게 생방송은 철저히 ‘누구에게 말하는가’를 기준으로 기획된다.


포지셔닝(Positioning) : 머릿속에 자리를 잡다

포지셔닝은 고객의 머릿속에 자리 잡는 일이다.
제품이 아니라, 인식의 전쟁이다.

다이소는 ‘가성비와 편리’라는 이미지,

파타고니아는 ‘착한 브랜드’라는 이미지,

올리브영은 ‘트렌드와 접근성’이라는 이미지로 기억된다.

스타벅스는 경험·프리미엄 카페

홈쇼핑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어떤 건강식품은 단순한 영양제가 아니라, 방송 속에서 “프리미엄 건강관리 솔루션”이라는 포지션을 잡는다. 이 순간 그 상품은 가격 경쟁을 넘어, 기억에 남는 상징으로 자리한다.

포지셔닝 맵을 활용 하면, 내 브랜드가 <가격–품질>, <전통–혁신> 같은 축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머릿속에서 자리를 잡는 순간, 그 브랜드는 단순한 상품을 넘어 기억에 남는 상징이 된다.


STP와 실전 마케팅

홈쇼핑: 같은 제품이라도, 타깃이 “중년 여성”인지 “2030 여성”인지에 따라 멘트와 영상 콘셉트가 전혀 달라진다.

라이브커머스: 실시간 채팅 반응으로 고객 세그먼트를 파악하고, 멘트를 즉석에서 조정한다.

이커머스: 알고리즘은 고객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으로 세분화·타깃팅·포지셔닝을 실행한다.

넷플릭스, 아마존, 쿠팡: 추천 시스템은 STP의 자동화된 결과물이다.

결국 STP는 현장에서 살아 있는 전략이다.


요약
세분화가 없으면 소음,
타깃팅이 없으면 낭비,
포지셔닝이 없으면 잊힌다.


마케팅은 결국 “누구의 마음에 남을 것인가”의 싸움이다. 그래서 STP는 그 답을 찾는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강력한 도구다. 이렇게 상품은 모두의 것이 될 수 없지만 누군가의 것이 될 수는 있다.

그래서 마케팅은 늘 선택의 예술 같다.

누구를 향해 말할 것인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 것인가?


그리고 그 답을 찾는 순간, 비로소 무대는 그 관객들로 채워질 수 있다.


참고문헌

Kotler, P., & Keller, K. L. (2016). Marketing Management (15th Edition). Pearson.

Ries, A., & Trout, J. (2001). Positioning: The Battle for Your Mind. McGraw-Hill.

Yankelovich, D., & Meer, D. (2006). Rediscovering Market Segmentation. Harvard Business Review.

Wedel, M., & Kamakura, W. (2000). Market Segmentation: Conceptual and Methodological Foundations. Springer.


keyword
목, 금 연재
이전 08화시공간(時空間)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