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PD의 웹콘텐츠 읽기 - 24. 침착맨
2021년 한 해동안 유튜브에서만 벌어들인 매출액이 25억원이라는 ‘침착맨’. 천재 작가로 큰 사랑을 받던 웹툰 작가 ‘이말년’이 온라인 생방송을 하면서 사용하는 이름이 ‘침착맨’이다. 요즘 대세 온라인 방송인으로 평가되고 있는 그는, 어떻게 젊은 영상 콘텐츠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게 된 것일까?
1. 웹툰 작가 ‘이말년’
2009년 웹툰 ‘이말년 씨리즈’로 데뷔한 그의 본명은 ‘이병건’이다. ‘이말년’이라는 예명은 항상 말년병장처럼 살고 싶은 마음에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야후 카툰세상’에서 본격적으로 웹툰 작품을 연재하기 전부터 디시인사이드에서 활동한 그의 작품들 속에는 디시인사이드의 문화 코드였던 ‘병맛’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병맛’ 코드를 가진 다른 창작자들에 비해 그는 대중성이라는 또 하나의 장점도 가진 웹툰작가였다. 일부 젊은 콘텐츠 소비자들만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던 병맛 콘텐츠를 다양한 독자층들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만화에 적절하게 녹여내는 솜씨가 있었던 것이다. 웹툰계의 전설로 평가받는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독보적인 이말년 풍의 웹툰 세계를 창조해 냈다. 소수의 하드코어 독자들만이 열광하는 콘텐츠가 아닌 시대정신을 공유하는 독자들이라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그는 웹툰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웹툰은 인터넷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웹툰이 점차 대중화되면서 웹툰작가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고, <신과 함께>의 주호민, <패션왕>의 기안84, 이말년 등의 웹툰 작가들이 방송에서도 주목받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팬들과의 직접 소통이 가능한 인터넷 방송이 대중화되면서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지도가 높아진 웹툰 작가들의 개인 방송 시도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2. 유튜버 ‘침착맨’
2013년 12월부터 연재해오던 ‘이말년 서유기’를 2016년 마무리한 이후, 그는 더 이상의 웹툰 작품 연재를 하고 있지 않다. 웹툰을 그리는 창작 행위 대신 그가 선택한 것은 바로 인터넷 방송이다. 웹툰 작가로 일하면서 취미로 즐기던 게임 인터넷 라이브 방송이 어느새 그의 주요 창작 무대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말년’이라는 웹툰작가 필명 대신 인터넷 방송 때는 '침착맨'이란 예명을 사용한다. 침착맨 방송의 특징은 편안함과 웃음이다. 웹툰 작가 시절부터 보여주었던 내공 있는 입담과 방송을 보는 누구든지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시청할 수 있도록 해주는 분위기로 방송을 보는 내내 웃음이 가득하다. 다음팟을 시작으로 아프리카TV 그리고 트위치와 유튜브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섭렵하며 진행되어온 그의 방송은 2018년 중반 주호민과 김풍 등이 방송에 출연하면서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져 나왔고, 이것을 기점으로 10만 정도였던 유튜브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치솟아 2019년 중반에 50만, 2020년 80만 그리고 2021년 100만을 넘겼다. 그리고 2022년 8월 현재 17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자신의 방송에 출연한 게스트에 대한 배려가 뛰어나고 누가 게스트로 나와도 잘 맞춰서 방송 진행을 한다는 점에서 진행자로서의 포스를 보여 주기도 하지만, 그의 가장 큰 매력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습과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이다. 뭔가 허술해 보이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독특한 캐릭터를 그는 가지고 있다.
‘침투부’(침착맨 유투부의 줄임말)라고 불리는 유튜브 채널에는 댓글창이 달린 라이브 방송을 편집하여 올린 콘텐츠 이외에도 주호민과 호흡을 맞춰 제작한 흥미로운 콘텐츠들이 업로드 되고 있다. <침vs펄 토론>이라는 콘텐츠는 침착맨과 주호민(‘펄’은 ‘주펄’이라는 주호민의 아이디에서 나왔다) 두 사람이 특정 이슈를 두고 토론하는 내용이다. '인어 vs 어인, 무엇으로 사는게 좋은가?' 같은 다소 황당한 토론 주제로 너무나 진지하게 논리를 펼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바로 이 콘텐츠의 웃음 코드이다. ‘침투브’에 있는 다른 콘텐츠들에 비해 다소 점잖은 분위기의 <침펄인물사전>은 침착맨과 주호민이 진행하는 토크쇼로 인기 연예인들을 초대해서 두 사람의 독특한 스타일로 토크쇼를 만들어가고 있다. 침투부의 다른 콘텐츠들에 비해 재미가 없다는 평가도 있지만, 묘한 두 사람의 케미가 돗보이는 토크쇼로 침착맨 콘텐츠의 영역을 넓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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