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만든 스티브 잡스 vs 미래를 만들어가는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는 애플의 전 CEO였던 스티브 잡스와 자주 비교가 된다. 두 사람은 여러가지 모습에서 상당히 유사한 점을 보여주고 있는데, 괴짜스런 이미지와 천재적인 아이디어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비범함이 공통적인 모습이라 하겠다. 물론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해서 두 사람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그저 호기심 차원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스티브 잡스와 글로벌 IT 업계 최고의 '동갑내기 라이벌'이었던 빌 게이츠가 두 사람을 비교해서 평가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오히려 두 사람의 다른 점을 강조했다. 2020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스티브가 천재라면 일론은 엔지니어에 가깝다. 스티브는 디자인과 마케팅을 하는 데 있어 천재였고, 일론은 말만 하지 않고 직접 나서서 부딪혀보는 엔지니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기에 당연히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서로의 겹치는 부분을 살펴봄으로써 세상을 바꾼 혁신가와 앞으로 세상을 바꿀 혁신가의 공통점에서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리더쉽을 찾아볼 수도 있으리라.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전기를 한 명의 작가가 집필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의 편집장 출신인 세계적인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2011년 스티브 잡스의 전기 <스티브 잡스>를 출간했고, 2023년 일론 머스크의 전기 <일론 머스크>를 발표했다. 잡스 전기를 쓰기 위해 40차례 이상 스티브 잡스를 심층 인터뷰했고, 머스크 전기를 위해서는 2년 이상 머스크의 동선을 따라다니면서 머스크 본인과 주변 인물들을 집중취재했다고 전해진다. 그런 그가 찾아낸 두 사람의 가장 큰 공통점은 그들이 직원이나 동료를 너그럽게 봐주는 것이 전혀없는 너무나 차가운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두 사람이 직원들을 질책할 때 사용했던 표현들이 비슷하다고 하는데, “그런 멍청한 이야기는 태어나서 처음 듣는다”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감정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성취지향의 성격을 가진 것이다. 혁신이라는 것이 기존의 생각과 규범을 부수고, 불편하지만 새로운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것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은 인간관계를 포기하고 자신의 일에서의 성공을 얻는 선택을 했다고 하겠다. 혁신가가 가진 아이러니가 아닐까 한다.
두번째 공통점은 20대의 젊은 나이에 스타트업을 창업해 성공한 사업가라는 것이다. 잡스는 25살에 애플2의 성공으로 퍼스널 컴퓨터 시장을 재편해 버렸고, 머스크는 27살에 ZIP2라는 이름의 스타트업을 컴팩에 매각하며 첫 사업에서 큰 돈을 벌었다. 이미 20대에 성공한 사업가로 이른 출발을 한 셈이다. 빠른 첫 성공을 기반으로 더 큰 목표를 향한 꿈을 마음껏 꿀 수 있었다. 실패를 경험하지 않고 젊은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둔 두 사람이 다른 사람들이나 직원들에게 매몰차게 대한 것은 실패에서 얻을 수 있는 공감능력을 배울 기회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패를 해 본 사람만이 인간은 누구나 실패할 수 있는 약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두 사람 모두 다른 사람들이 약한 모습을 보이면 그걸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며 당신도 할 수 있는데 왜 개으름을 피우거나 회피하느냐고 얘기하는 것이었으리라. 첫 사업에서 큰 성공을 한 것이 계속 자신의 한계를 실험하며 더 큰 일들을 성공시키는 밑거름이 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이들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것에 필요한 따뜻함을 불필요한 가치로 여기는 불행한 인생을 살게 되었다. 끊임없는 성공으로 자신의 믿음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추앙받는 스타가 되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무서운 사람으로 회피하는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성공했지만 인간으로서 행복한 삶을 누리지는 못한 건 아닐까.
세째 다방면에 천재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별히 콘텐츠 분야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잡스 이후로 미디어 시장과 콘텐츠 시장은 완전히 새로운 환경이 되었고, 머스크도 자신의 사업으로 우리의 미래를 기존과는 완벽하게 다른 새로운 환경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 두 사람의 영향력은 IT업계를 넘어 거의 모든 분야의 변화를 만들어냈는데, 콘텐츠 분야 역시 이 혁신가들에 의해 많은 변화가 만들어졌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라는 기업을 통해 개인용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인류의 필수품으로 만들어냈고, 이 디바이스들은 콘텐츠 창작과 소비의 모든 면에 혁신을 가져왔다. 잡스가 아이폰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을 만들어내고 여기에 콘텐츠 창작자들이 함께 하는 생태계를 구축해 낸 것은 그가 단순히 하드웨어 사업에만 머물러있는 사고를 가진 사업가가 아니라 콘텐츠 산업의 본질도 이해하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다른 사업가들과는 차별화되는 대단한 점이었다. 특히 1984년에 출시된 매킨토시 컴퓨터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사용 편의성을 제공하여 큰 주목을 받았다. 비주얼 인터페이스, 그래픽 기반의 운영체제, 그리고 마우스 기반의 조작 방식을 도입하여 말그대로 컴퓨터 산업에 엄청난 혁신을 가져왔다. 개인용 컴퓨터가 어떻게 창작 도구로 발전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으며, 컴퓨터 전문가가 아닌 창작자들 즉 디자이너, 작가, 음악가 등 다양한 콘텐츠 제작자들이 컴퓨터를 창작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가 세상에 내놓은 맥북과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는 전 세계 예술가들의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서 콘텐츠 창작활동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일론 머스크 역시 혁신적인 사업을 통해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다. 전기차, 우주 로켓, 태양광, 배터리, 인공지능 등 인류의 미래와 연결된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그는 사업을 하고 있으며,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미래를 선도하고 있다. 세상을 혁신하고 있는 그의 회사들이 만들어내는 성과들은 콘텐츠 분야에도 혁명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머스크는 우주, 인공지능, 뇌과학, 전기자동차 등 언뜻 생각해서는 접점이 없어보이는 많은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잡스보다도 더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거의 유일한 사업가가 아닐까 한다. 그의 우주 사업은 인터넷 환경을 우주라는 공간까지 확장하면서 ‘우주 인터넷’ 시대를 개척하고 있다. 게다가 스타링크의 저궤도 위성 사업은 차세대 6G 통신 기술의 핵심 요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테슬라의 전기차 사업은 자율주행 기술로 자동차 공간을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으로 변화시키고 있는데, 전기차가 미래에는 움직이는 스마트폰으로 콘텐츠 소비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뇌과학 관련 사업이 미래의 미디어 콘텐츠 산업을 변혁시킬 것까지 생각한다면 머스크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의 잠재력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