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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가연 Dec 14. 2022

겨울을 싫어해서 준비했지

12월 에세이를 부탁해 주제 ‘겨울’

몸의 신호를 감지하고, 내 몸이 원하는 것을 허락해주는 것이 병을 막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서른여섯 해 동안 사용해오고 있는 나의 몸은 언제나 겨울이 되면 살이 찌고 식욕은 더욱 살아난다. 바지가 꽉 끼고, 더욱 통이 넓고 도톰한 코듀로이드 바지에 몸을 집어넣는다.


‘어쩌겠어. 겨울은 이런 것을’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니 배둘레햄이 점차 통통하게 오른다. 여기서 배둘레햄이란 배 옆에 붙는 뱃살인데 앞이 아니라 동그랗게 뱃살을 타고 두른 몸통 전체를 지칭한다. 그것을 감추려면 후드를 둘러 입어야 한다. 줄로 묶어야 하는 헐렁한 운동복을 입으면 더없이 안성맞춤이다. 지난주 운동복 바지 줄을 묶으려고 상의를  추켜 올리니 뱃살이 출렁하고 드러났다. 그 뱃살이 잠시 허공에서 신명 나는 웨이브를 추다 긴 후드로 사라졌다. 찰나에 나의 그 뱃살을  본 남편이 놀라며 ‘살이 아닌 줄 알았어!’라고 놀린다. 나는 그에게 조용히 웃었다. 아직도 놀라다니.


‘이미 그것은 내 몸에 꽤 오랫동안 거기 있었다.‘

나는 혼자 조용히 다짐한다. 봄이 오면 다시 걸으면서 뱃살을 조질 것이고, 이 겨울에도 틈틈이 요가를 하든 밖을 산책하며 운동을 해서 빼야겠다는 다짐의 다짐을 해보지만… 밖은 춥고 일은 많다. 일을 해야 하고… 추운 날 굳이 밖에 나가야 하는 경우에도 곡소리가 나온다. 추워 춥다고, 난 추운 걸 싫어한다고.


나처럼 ‘누구나 당연히 겨울을 싫어하지 않겠어? ‘

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언니는 나와 반대다. 선천적으로 열이 많아서 여름만 되면 스멀스멀 화가 오르고 겨울이 되면 멘털이 좋아진다. 겨울을 찬양하기도 했었는데… 겨울이 되면 모공이 작아져서 얼굴이 예뻐 보이고, 땀을 뻘뻘 흘리지 않아서 화장도 잘 먹는다나. 나에게 겨울이란 겨울 전과 겨울 후의 사진을 비교하면 살이 쪄서 두 볼에 코가 들어가 버리는 일뿐인데.  


겨울을 보내기 위해 나는 언제나 방구석에서 영화나 책을 보는 것이 전부였던 것 같다. 내 인생의 빅뉴스와 외적인 역사는 봄 여름에 이루어졌고 한 겨울은 완전한 휴지기 상태에 돌입한다. 건강도 마음도 미라 상태인 셈이다. 동굴이 있다면 곰처럼 들어가서 나오지도 않을 텐데… 이제는 학부모라 아이들이 있으니 그것도 쉽지 않다. 아침이면 등교와 등원 셔틀, 오후에는 아이들을 태권도 학원 앞에서 픽업하러 나가며 눈 맞고 비 맞아야 한다. 그거라도 안 했으면 정말이지 집에서 안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귀찮고도 감사한 존재들이여!


나름대로 겨울을 방어하는 노하우를 하나씩 찾아갔다. 첫 번째로 좋아하는 따뜻한 소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나는 겨울이면 수면양말을 신었다. 열 많은 친언니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던 그 털양말을 신고, 이불 속에 들어가서도 이불 밑 장판 사이로 뜨끈하게 말을 넣어야 잠에 들 수 있었다. 수면바지가 발명된 이후로는 수면바지를 입었고, 점차 코르덴바지, 발목까지 올라오는 두툼한 스포츠 양말과 털부츠까지. 이렇게 다 갖추면 두려울 게 없다. 다만 이걸 다 달고 나가느니 안 나간다는 게 더 함정이겠지만!


두 번째로 겨울을 즐기는 방법으로 ‘국물요리’를 먹는다. 뜨끈한 국물요리는 겨울에 먹어야 제맛이다. 샤부샤부, 곱창전골, 된장국, 미역국, 콩나물국, 모오든 국물을 후루룩하고 마시다 보면 온몸이 훈훈해져서 행복해진다. 행복이 별 거인가 포만감, 염분이 함께 차오른 지금이 딱 이백 퍼센트 행복충전상태인 것을!


세 번째로 겨울을 즐기는 방법은 늦은 겨울밤, 길어진 밤을 누린다. 겨울은 여름보다 밤이 길다. 그래서일까 햇빛을 덜 보아서일까 활동이 적어져서 늦게 잠들 때가 많다. 긴 밤, 이 겨울을 누리며 창문 밖의 까만 하늘과 작고흐릿하게 빛나는 별과 달로 새벽 갬성을 충전할 수 있다. 다만 새벽 갬성은 매일 챙겨 먹으면 병이 나니… 삼십 대 중반을 넘긴 후로는 격일이나 삼일에 한 번으로 줄였다.


이 겨울, 이렇게 적고 보니 마치 영끌한 집 구매한 것처럼 헛헛하고 시원하다. 뜨끈한 국물에 따뜻한 옷 입고 새벽 감성을 느끼며 별과 달을 보면, 봄에는 아마도 정말 곰이 되어서 집 밖을 나설 수 있을 것 같다. 이 겨울을 즐겁고 건강하게 나는 꿀팁이 더 있을까. 내가 겨울을 보내는 횟수만큼 분명 앞으로 더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찾아봐야겠다. 앞으로 겨울에 하면 좋은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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