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사람들에게 배우다.

두 번째 새마을문고 봉사를 하며 쓰는 글

by 심가연


나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어릴 때부터 8명의 대가족에서 자라서, 혼자서 지내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노닥거리기를 좋아한다.


나는 사람에 대한 막연한 연민과 선한 마음에 대한 기대가 있는 편이었다. 그것이 때로는 장점으로 편견 없이 사람을 만나게 해 주었고, 그 순수에 대해 철없거나 아직 어린것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도 결국 나와 다르지 않은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 것이라 생각한다. 그 사람도 자신의 인생에서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안간힘을 써보며 사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때때로 지치기도 하고, 별 것 아닌 일에 화가 날 때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을 보며, 내가 그런 적이 있었듯이 그 사람도 혹시 그런 날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보기도 한다. 그런 감정이입을 통해 입장을 바꿔, 한참을 생각해 본다. 그러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이 생긴다.


예를 들어, 동네를 다니면서 나는 얼굴을 익힌 사람들, 아이엄마들이나 동네 어른들과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편이다. 어르신들은 대부분 그런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신다. 하지만 때론 인사하지 말라는 듯한 무표정과 낮은 시선으로 다니는 분들도 있다. 그렇다면 뭐 적당히 거리를 두고 골목길을 지나간다. 그때 한 아이엄마랑은 같은 어린이집과 같은 초등학교, 같은 태권도학원을 보내며 자주 부딪히게 되었다. 그 분과 몇 번씩이나 마주쳤지만 따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내가 인사를 건네면 5년 가까이 인사만 끄덕하는 사이였다. 나는 그런 페스츄리같이 얇게 쌓여가는 만남에도 어떤 정이 있다고, 작지만 소중한 의미를 두는 편이다.


그런데 이 엄마의 경우는, 어느 날부터인가 나의 인사를 받지 않았다. 한 번은 아이의 태권도장 앞에서 연신 세 번이나 나의 인사를 모른 체하는 것이 아닌가.


그 이후, 나는 그녀가 나타나면 핸드폰을 쳐다보게 되었다. 일절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그 이후 그녀는 내가 갑자기 인사를 하지 않게 된 사정에 대해서 한동안 신경을 쓰는 듯했다. 그리고 한 번은 어렵게 내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나는 그녀의 인사를 반갑게 받아주었지만, 그 이후에도 인사를 예전처럼 하는 사이로 지내지 않는다. 옆에 있지만 마치 모르는 사이처럼 흘려보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어떤 사이는 그런 식으로 끝나기도 한다. 그렇게 마음은 접는 일도 생기지만, 나는 대체로 사람들과 많은 인연들을 맺으며 지내고 있다.


나와는 전혀 다른 시선과 생각들을 듣고, 나와는 다른 인생을 경로 속에서 그들이 배운 삶을 만나서 배운다. 사람은 책과 같다. 인사를 통해 문을 두드려 만나 천천히 읽어 내려가는 것이다. 때론 지루하거나 때론 서로에 대해서 잊어버리는 순간도 있지만, 읽은 부분부터 다시 펴서 그 사람의 삶을 읽고 또 읽으며 결국 이해하게 된다.


오래전부터 나는 나를 둘러싼 이 세계와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왔으면서도, ‘공동체’나 단체생활은 나와 영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코로나 시기가 지나면서, 나는 공동체가 그리워졌다. 내가 했던 모임에서 만난 문예부동아리, 교지편집부 동아리, 글쓰기 동아리들이 하나둘씩 스쳐갔다.


사람을 만나지 않아서 좋다. 완전히 쉴 수 있겠다.

억지로 약속을 계속 잡지 않아도 돼.


라는 마음은 채 2년을 넘지 못했다.

결국 나는 사람 속으로 다시 들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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