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이 된 평화는 혼자서 샤워를 곧잘 한다. 어릴 때부터 물을 좋아해서 욕조에 동동 떠있기를 좋아하고, 반신욕을 하면 기분이 말랑말랑해진다는 아이.
샤워를 할 때 싫어하는 단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샴푸거품이 눈에 들어가는 일이다.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이가 보니 욕조에서도 물안경을 끼고 노는 편이라 그대로 수도꼭지에 걸어두었다.
어느 날부턴가 샴푸모자도 없고, 눈을 질끈 감고 샤워하다가 넘어지기는 몇 번이나 반복하던 평화가 물안경을 끼고 머리를 감기 시작했다.
-이거지!
세상살이에 있어서 불평 한 자락 안 해본 사람 있을까? 내 탓, 남 탓, 부모 탓, 남편 탓, 자식 탓, 모든 탓의 끝은 신세 한 탄일뿐이다. 탓 타령을 마친 요즘, 내 마음이 전파된 것일까? 아니면 아이도 아이대로 성장한 것일까? 자기식의 해답을 찾아 명랑하게 살아내는 아이들을 보며 감탄한다.
-물안경을 찾아냈구나.
그런 네가 자랑스럽다. 해결책을 찾아내기까지 그 과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우선 문제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자신이 가진 물건을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그 긍정의 굴레로 한 가지의 문제를 해결해 내고 씩 웃는 모습. 엄마도 한 수 배웠다. 조금 웃기고 기발한 너란 녀석. 언제나 지금처럼 앞에 놓인 문제를 바라보는 힘을 잃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