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동안 움직이는 것은 조금씩 닿아서
마침내 그것의 껍질은 단단해진다
쥔 바늘을 넣어서 코를 걸고, 그 안쪽에서 실을 바깥으로 당기는 일은
숨을 뱉고 마시는 일과 같은 맑은 리듬
위로 아래로 좌로 우로 약속한 반복이 이어진다
흔들리는 실을 따라 쫓아갔다가 돌아와서는 알아낸 것
손톱 끝에 실을 돌려 감아 잡고 지지해야만 팽팽했다가 느슨해질 수 있다
완전히 물렁해진 실을 정복하며 실을 면으로 허공을 채워낸다.
잘못 돌아간 바늘이 지나간 실을 풀어버리고
또 다시 되풀이 하며 걷는 한 땀을 또박 또박 일어나 뭉친다
실이 지나가고도 남은 구멍들로 지나치는 느슨한 공기
바늘로 실을 세워 공기의 벽을 세우고
그 안으로 그 안으로 들어간다.
[뜨개에서 보낸 한 철 '시집'의 첫번째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