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살이 되었다. 아홉수를 느끼는지 몸은 천천히 마흔 될 준비가 되었는지 묻는다. 밤에 제대로 잠을 자두지 않으면 아침에 일어날 때 얼마나 몸이 무거운지 모른다. 예전보다 약간 몸의 중심을 잡는 감각도 떨어진 기분이 든다.
운동을 해야겠군. 적신호들을 감지하며 거울을 보며 부푼 살들을 콕콕 눌러보며 두툼한 청바지에 몸을 밀어 넣는다.
분명히 세탁해서 옷이 줄어든 걸 거야.
아닌 줄 알면서도 혼자 그런 말을 중얼거려본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아주 요물이야. 변명은 꽤 쓸모가 있다. 기분을 나아지게 하니까.
밤까지 마치지 못한 일을 붙잡고 꼭 새벽 2시에 자던 습관을 접고, 미련 없이 자기로 했다. 전날밤 무리하면 다음날 찌뿌둥한 얼굴로 내내 툴툴거린다는 걸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11시부터 잠든 날에는 오전 여섯 시 반이면 스르륵 눈이 떠졌다. 밝은 창가에 들어온 해를 보며 알람 없이 눈이 떠졌을 때의 기분은 얼마나 상쾌한지. 나는 누운 자리에서 함께 잠들었던 아이들의 얼굴을 찬찬히 관찰한다. 옅은 새벽 햇빛은 비스듬히 창틈을 들어오고 있다. 일어나면 가장 먼저 화장실을 가고 건조해진 얼굴을 씻는다. 코도 시원하게 풀고 거울에 비친 통통 부은 얼굴도 잠시 바라봐준다. 나이가 들면서는 거울 보기가 싫었다.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데 요즘에는 내 얼굴 내가 잘 봐주고 예뻐해 줘야지 누가 예뻐해주나 싶어서 열심히 눈 마주쳐준다. 눈썹 털도 밀어주고 팩도 붙여준다. 칭찬도 은밀하게 해 준다. 아직 괜찮아라고.
화장실에서 나와서는 설거지 통에 전날 먹은 설거지를 하며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사실 나 말고 남편이 자주 하지만 ) 가끔은 내가 할 때도 있다. 나는 오래동안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편이었다. 늦게 자니까.
요즘은 일찍 잔다.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나 졌다. 모든 일은 어쩌면 단순한 해결책이 있다. 그게 하기 싫어서 그렇지. 공부를 잘하려면 공부를 하면 되고, 뚱뚱하기 싫으면 덜 먹고 더 움직이면 된다. 그게 실천하기 힘들어서 그런 거겠지.
일찍 자고 일찍 나기. 푸짐한 잠을 마흔이 될 나에게 주고 싶다.
#도봉여성센터
나만의 에세이쓰기 접수가 4월 30일까지 연장 되었습니다.
에세이를 쓰는 일은 자기 자신과 나누는 대화를 기록하는 일입니다. 얼핏 자기애의 빠진 독백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혼자 차분히 자기 스스로에게 묻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없다면, 내가 왜 무엇을 해야하는지. 그게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됩니다.
매 순간 선택을 해야할 때 헷갈릴 때 글을 쓰고 그 생각과 거리를 두고 다시 읽어보세요. 타오르던 감정도 열이 빠져나가면 떠올랐던 먼지가 가라앉고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당신의 글을 정성스럽게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https://www.dobongwoman.or.kr/lecture/lecture.php?lecture_code=7936